클로드 모네가 29번이나 그림으로 담은 풍경
2024년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체코 3개국을 여행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기자말>
[추미전 기자]
파리에서 머문 지 4일 차가 되자 마음만은 거의 파리지앵에 가깝게 됐다. 특히 같은 숙소에 계속 머물다 보니 파리 20구에 들지 못하는 이 한갓진 동네가 우리 동네 같은 친근함 마저 든다. 마트도 몇 번을 드나들다 보니 익숙해졌고, 작은 빵 집에서 빵도 사 먹었다. 파리의 빵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지만, 글쎄. 이 동네 빵 집이 그렇게 맛있는 것 같진 않다.
지하철을 타는 일도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새벽 6시 반, 주변이 아직 깜깜한데 길을 나선 이유는 오늘은 몽생미셸 투어를 가는 날이다. 약속 장소는 트로카데로역 2번 출구, 지하철을 타고 20여분 만에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상냥한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몽생미셸은 한국인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관광지이지만 파리에서 거리가 왕복900km에 달한다.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현지 투어를 이용한다. 성수기에는 대형 버스가 관광객들을 태우고 가지만 오늘은 소규모 벤이 나와 있다. 투어 참가자는 7명, 몽골인 기사가 운전을 하고 한국인 가이드가 동행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들 새벽잠을 설치고 나온 탓에 차를 타자마자 잠에 곯아떨어진다. 나는 원래 차를 타고 잘 못 자는 편이라 창 밖을 보고 있는데, 오전 7시가 넘어도 밖은 여전히 깜깜하다. 파리의 겨울은 오전 8시가 돼야 희끄무레하게 날이 밝아오기 시작해서 오전 9시가 돼야 환해진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3시간여 만에 도착한 곳은 노르망디에 있는 조그만 어촌마을, 에트르타. 우리는 노르망디 하면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함께 2차 대전이 먼저 떠오르는 세대지만 정작 마주한 작은 어촌 마을 에트르타는 한없이 평화롭고 조용하다. 이 작은 어촌 마을을 한해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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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트르타 마을의 코끼리 절벽 |
| ⓒ 추미전 |
그런데 이 마을의 관광 역사는 최근의 일이 아니라 매우 오래된 일이다. 처음 이 풍경에 감탄한 사람들은 18세기, 19세기 화가들이었다. 코끼리 절벽을 가장 많이 그린 작가는 클로드 모네, 무려 29번이나 이 풍경을 그림으로 남겼다. 해 뜰 때, 해 질 때, 태풍이 지나간 뒤, 비 올 때, 인상파 화가답게 빛에 따라 절벽이 어떻게 달라 보이는지 코끼리 절벽의 모든 인상을 다 작품으로 남겼다.
"내게 천사를 보여달라. 그러면 그리겠다."라고 한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도 이 코끼리 절벽을 사실적 기법으로 수십 점 남겼다.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작가 모리스 르블랑은 아예 이 마을에 별장을 두고 이곳에서 <기암성> 등 여러 작품을 썼는데, 작품 속에서 이 코끼리 절벽이 등장하기도 한다.
해안을 끼고 왼편으로는 코끼리 절벽이, 오른편으로는 팔레즈 다몽 언덕이 있다. 우리는 자유시간에 팔레즈 다몽 언덕으로 올랐다. 언덕으로 올라서자 대서양의 바람은 더 본색을 드러낸다. 입고 있던 옷을 여미고 한 손으로 모자를 꽉 눌러도 달려드는 바람을 막을 재간이 없다.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파도처럼, 격렬하게 몰아치는 바람은 피부를 뚫고 들어와 뇌 속까지 휘저어 놓을 듯 세차다.
우리도 나름 바닷바람 많이 맞는 해운대 사람들인데, 해운대 바람과 대서양의 바람은 질적으로 다르다. 야수처럼 거칠고 사납다. 게다가 얼음장 같은 차가움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어쩌면 파리에서, 유럽에서 온 그 많은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던 것은 대서양의 이 차가운 바람이 아니었을까? 모네도 이 마을에 석 달 여를 머물며 코끼리 바위를 반복적으로 그리는데 그 시기가 겨울이었다고 한다.
잊고 싶지만, 씻어내고 싶지만 뇌리에 달라붙어 잘 잊히지 않는 기억들을 대서양의 바람은 깡끄리 씻어주는 듯하다. 복잡한 마음속 어지러움이 씻겨간 자리에 청량음료 같은 상쾌함을 선물로 주는 인상적인 대서양의 바람을 뒤로 하고, 다시 차에 올라 1시간여를 달려 옹플뢰르라는 아름다운 해변마을에도 잠시 들렀다.
영국과 마주하고 있어서 어부들이 종종 오고 간다는 이 마을에서 간단하게 먹은 피시 앤 칩스는 아주 별미였다. 영국에서 먹은 피쉬앤 칩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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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생미쉘수도원 |
| ⓒ 추미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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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원 입구,그림 간판 |
| ⓒ 추미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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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베르 대주교의 꿈에 나타난 미카엘 대천사 |
| ⓒ 추미전 |
나도 3대를 내려온 기독교 집안사람이지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늘 흔들린다. 사람을 보지 말고 예수님을 보며 믿음을 지켜가라고 하지만, 예수님은 잘 보이지 않고 기독교인임을 자처하는, 영 기독교인 같지 않은 사람만 늘 눈에 많이 보이니 문제다. 그런데 이 흔들리는 늪지 위에 수도원을 쌓아가는 오베르의 믿음은 늘 흔들림 없이 단단했을까?
조수간만이 15m가 되는 바다 한가운데 세워진 돌섬, 대체 이 많은 돌들은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수도원 바닥 돌을 자세히 보면 이상한 표시가 눈에 띄는데, 이것이 바로 건축돌을 옮긴 석공들의 임금증서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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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자들만의 기호가 새겨진 바닥돌 |
| ⓒ 추미전 |
수도원 건물은 교회와 또 다르게 그 자체가 가진 성스러움과 경건함이 있다. 그런데 역시 비수기라 그런지 수도원 안에도 사람들이 거의 없다. 덕분에 수도원 이곳저곳을 만끽하며 천천히 걸어 다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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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생미셸 수도원 내부 |
| ⓒ 추미전 |
그 소리를 들었는지 옆방에서 외국인 부부가 들어왔다가 우리 밖에 없는 걸 발견하고는 놀란 듯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들도 어디서 성가 소리가 들려서 왔다고 했다. 이곳에서 진짜 수도사들이 부르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게 된다면 무척 감동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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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몰이 시작되는 수도원 주변 |
| ⓒ 추미전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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