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재건축 물건너가나”…계엄 소동에 부동산 시장도 술렁
3일 비상계엄 사태에 정국이 요동치면서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여파에도 시민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재건축이 가장 먼저 시작될 선도지구가 발표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중심으로 걱정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 등 정치권 지형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한 주민은 “재건축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동네에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사업 속도가 늦어지고 불확실성이 커질 것 같다”고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이 향후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예상 하에 “재건축이 물 건너갔다”는 우려도 나왔다.
민주당이 재건축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최근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사업 절차를 대폭 줄여주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재초환 폐지법은 민주당의 반대로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정부는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8·8 부동산 대책에서 재초환 폐지 방침을 밝혔는데, 민주당이 반대하면서 법안을 계속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올해 초 ‘재초환 완화법’이 시행된 지 9개월밖에 안 돼 재초환법을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완화된 재초환법은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일부터 준공 시점까지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8000만원을 넘는다면 초과 금액의 10~50%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속된 공사비 상승으로 완화된 재초환에도 조합원 부담이 큰 경우가 많아 아예 폐지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밖에 조합 설립 후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 처리하는 등 정비사업을 3년 단축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재건축시 공공기여를 줄여주는 내용이 담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 등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논의가 멈춰 있다. 앞서 민주당은 준공 연한 30년을 넘긴 노후 단지는 안전 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하도록 한 도정법(일명 재건축 패스트트랙 법안)에는 찬성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후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에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기 신도시는 여야 합의로 통과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정국 상황과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다만 추가적인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야당의 반대가 커 정부 정책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주택 시장 관련해선 “전반적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며 거래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정치 혼란이 단기에 수습된다면 매매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장기화한다면 타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대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관망 중인 대다수 시민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경제 불확실성은 부동산 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해서다. 부동산 관련 소셜네트워크·인터넷카페에는 “여야 모두 무심코 던진 돌에 국민들은 맞아 죽는 줄 모르나” “민생에 ‘올인’은커녕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비상 계엄이라니…무거운 벌로 엄히 다스렸으면 좋겠다”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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