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찾은 시민들 "박정희 동상 반대"

조정훈 2024. 11. 2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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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동대구역에서 박정희 동상 반대 규탄, 동대구역 찾은 시민들 "고향 사람으로서 동상 세워지면 부끄러울 것"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 시민대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대구시가 동대구역에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한 데 이어 올해 안으로 동상을 설치할 계획인 가운데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박정희 동상 설치 반대 시민대회를 열고 홍준표 대구시장을 규탄했다.

박정희 우상화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주최로 동대구역 3번 출구 앞에서 열린 시민대회에는 허소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대구시당위원장),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 등 정치인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시민대회에 앞서 대구·경북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제를 열고 박정희 정권 하에서 죽거나 고문으로 희생된 이들에 대해 추모하고 '이건 실화다'라는 제목으로 부패와 비리로 시작된 조국근대화, 독재정권에 항거하다 사형된 인사들의 사진과 설명문을 전시했다.

또 '이건 실화냐'라는 제목으로 동대구역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것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스티커도 비치해 동대구역을 찾는 시민들이 의사를 밝힐 수 있도록 했다.

시민대회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또 동대구역에 동상을 세운다면 또다른 갈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먼저 무대에 오른 남은주 박정희 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이태원 참사 100일 될 때 윤석열 대통령은 술 마시러 갔고 군위에서 홍수로 시민이 사망할 때 홍준표 시장은 골프를 쳤다"며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어 그는 "작년에 세수 펑크가 57조이고 올해는 40조이다. 대구는 지방교부금 4000억 원이 안 내려온다"며 "너무너무 어려운데도 홍 시장은 중앙정부에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편만 들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옥좨는 후안무치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영근 영남대 민주동문회장은 "영남대는 경주 최부자댁 최준 선생이 세운 대구대와 청구대에서 출발한다"며 "외세의 침략에 굴하지 않는 일꾼들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대학을 친일 반민족 행위를 한 박정희가 총칼을 가지고 훔쳤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박정희는 영남대에 돈 한 푼 낸 적이 없는데 그의 딸 박근혜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 영남대를 받아서 온갖 비리와 악행을 저지르다가 쫓겨났다"며 "그런 대학에 박정희가 설립자라며 동상을 세웠다. 이런 동상이 동대구역에도 세워진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차규근 "우리 국민은 불의함 보면 참지 못하는 DNA 갖고 있어, 동상 세워지면 가만 있지 않을 것"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동상 반대 시민대회에 참석한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구·경북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 분향소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 조정훈
차규근 의원은 "동대구역에 박정희 동상이 세워지게 되면 동대구역 광장은 갈등과 분열의 공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은 불의함을 보면 참지 못하는 DNA를 가지고 있다.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2.28 학생의거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구가 박정희 동상이 세워지면 철거될 때까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의원은 이날도 동대구역 광장에 가수 김광석의 기타를 세우자고 제안하며 "김광석의 기타를 세운다면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 대구 이미지에도 더 걸맞고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일 박정희 동상이 세워진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대구를 피하고 발길을 돌리지 않겠느냐"며 "조국혁신당은 박정희 동상 설치를 반대하고 만약 설치될 경우 철거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정희 동상 설치 문제에 대한 주민감사 청구인 대표로 나선 장지혁 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홍준표 시장이 3월 초에 SNS에 동상을 설치하겠다는 글을 올리고 바로 입법예고 뒤 3줄짜리 조례안이 올라오고 딱 두 달 만에 통과됐다"며 "이건 정상적인 행정 처리 과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용과 절차가 전반적으로 엉망인 박정희 동상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국토부에도 감사를 청구했다"며 "문제점을 정확히 밝히고 일련의 과정들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 "박정희 공 순수한가? 고향 사람으로서 부끄러워"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 시민대회가 열린 가운데 동대구역을 찾은 한 시민이 동상 건립 반대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 조정훈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대책본부가 23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박정희 동상 건립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 의견이 월등히 많았다.
ⓒ 조정훈
이날 시민대회를 지켜본 시민들은 찬반이 엇갈렸다. 하지만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시민도, 대구에 관광차 방문한 시민도 동대구역에 동상이 세워지는 걸 반대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A씨는 박정희 동상 건립에 반대 스티커를 붙였다. 그는 "군대 3년을 빼고 60여 년을 대구에서 살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이사 갔다"며 "동대구역에 박정희 동상을 세운다면 고향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이 많다고 하지만 공 뒤에 숨겨진 과를 말하는 사람들이 없다"면서 "인혁당 사건을 일으키고 사법살인을 한 것과 간첩 조작 등 수많은 과가 있는데 그의 공이 과연 순수하다고 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관광차 울산에서 대구에 왔다는 조은서(23)씨는 "역사교과서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배웠다"며 "동대구역에 동상이 세워진다면 누가 오겠나? 굉장히 기분 나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상에 찬성한다는 시민들은 "박정희가 뭘 잘못했느냐"면서도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한 70대 시민은 "우리가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도록 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인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시민대회 참가자들을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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