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뷰 특허vs건축계 노벨상…한남4구역 수주전 '빅 매치'
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 4구역 시공권을 두고 시공능력평가 1·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자존심을 건 맞대결을 펼친다. 20일 한남 4구역 재개발조합에 따르면 최근 시공사 선정 입찰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만 입찰제안서를 제출해 ‘빅 매치’가 확정됐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서울 도시정비사업에서 맞붙기는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는 현대건설이 승리해 ‘이수 힐스테이트’를 지었다.
한남 4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16만258㎡ 부지에 51개 동, 지하 7층~지상 22층, 2331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가 3.3㎡당 940만원으로 1조5723억원짜리 수주전이다. 조합은 내년 1월 18일 총회를 열고 최종 시공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남 4구역은 한남뉴타운 재개발 내에서도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다. 공공임대와 조합원 물량을 뺀 810여 가구를 일반분양으로 공급해 수익을 거둘 수 있어서다. 건설사 입장에선 한강변에 랜드마크 아파트를 지어 브랜드 홍보를 극대화할 수 있고 향후 압구정·성수·1기 신도시 등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때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입찰 마감과 동시에 화려한 설계안을 공개하며 벌써부터 샅바 싸움에 들어갔다. 두 회사 공히 한강 조망권을 내세웠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설계사인 ‘유엔 스튜디오’와 협업해 조합원 전원이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래미안 글로우 힐즈 한남’(단지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한강변 전면에 배치된 4개 동을 마치 회전하는 듯한 나선형 구조로 설계한 ‘원형 주동 디자인’은 정비사업 최초로 특허 출원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청 광장 6배에 달하는 1만2000여 평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도 차별화 항목으로 내세웠다. 한강과 남산 사이에 조깅 트랙, 캠핑 등 다양한 옥외 휴식 공간도 만든다.
현대건설은 세계적 건축사무소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와 협업한 ‘디에이치 한강’으로 맞불을 놨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회사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곡선 철학을 디자인에 녹였다는 설명이다. 조합원 조망권을 최대화하기 위해 역시 곡선형 설계를 제안했다. 또 앞서 수주한 한남 3구역 ‘디에이치 한남’과 연계해 총 8000가구 규모의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남·보광·이태원·동빙고동 일대 111만205㎡를 정비 중인 한남뉴타운은 한남 1구역이 2017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후 현재 한남 2~5구역으로 조성 중이다. 2구역은 시공사로 대우건설(‘한남 써밋’)을, 3구역은 현대건설(‘디에이치 한남’)을 확정했다. 한남 5구역은 DL이앤씨가 단독 응찰해 수의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한남 2~5구역 재개발이 완료되면 1만2466가구에 이르는 미니 신도시급 주택 단지가 들어선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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