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양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본청약 지연과 분양가 상승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0% 이상 분양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3기 신도시 공공분양 분양가가 사전청약 대비 20%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9월 본청약을 진행한 계양 A2블록 84㎡(이하 전용면적)는 4억9400만원이 사전청약 추정 분양가였다. 그러나 확정 분양가는 5억1336만∼5억8411만원으로 최대 9011만원(18.2%) 상승했다. 계양 A2블록은 2021년 7월 사전청약 후 2023년 10월15일 본청약이 예정됐으나 약 1년이 미뤄지며 분양가 상승이 이어졌다. 결국 사전청약 당첨자 40%가 본청약을 포기했다.
인천계양 A3블록도 전용 55㎡ 기준 사전청약 추정 분양가는 3억3980만원이었으나 확정 분양가는 4억101만원으로 최대 6000만원(18%) 상승했다. 결국 사전청약 당첨자 236가구 중 절반가량인 106가구가 본청약을 포기했다. 지난해 4월에서 올해 3월로 본청약이 1년 지연된 성남신촌 A2(엘리프 성남신촌) 전용 59㎡도 추정 분양가는 6억8268만원이었으나 확정 분양가는 7억8870만원으로 15.5%(1억602만원) 뛰었다.
사전청약은 청약 열기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청약 공고 후 본청약 시점까지 땅값, 공사비 등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몇천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상승분을 납부해야해 부담이 크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최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정 분양가가 3억4000만원이면 대출 제외 1억원의 현금만 마련하면 된다”며 “그런데 갑자기 분양가 상승으로 인해 1억6500만원 현금을 가져오라고 통보하면 돈을 어떻게 구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사전청약 신혼희망타운 소득조건은 3인 기준 월 소득 422만원”이라며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지연된 11개월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애들 굶기고 돈 모아도 4600만원이다. 오른 분양가인 6500만원을 마련 방법 없다”고 지적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논란이 이어지자 “LH도 온전히 인상된 분양가격을 청약 당첨자분들께 돌아가지 않도록 피해자 입장에서 분양가를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H는 지난 28일 설명자료를 통해 “사전청약 단지에서 본청약이 지연된 경우 사전청약 공고 시 안내한 당초 본청약 시점까지의 지가 및 공사비 등 상승 요인은 분양가에 반영하겠다”면서도 “지연 기간의 분양가 상승은 최대한 억제하여 인상분이 온전히 사전청약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분양가를 결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사전청약 단지 또한 부동산이라는 특성이 있어 단지별로 입지 및 공급시점, 사업유형 및 여건 등 모두 달라 모든 단지에 대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움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란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나 공공분양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LH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철수 과천주암 C1‧C2 연합회 대표는 “LH가 분양가 인상분을 부담하겠다고 하는데 말뿐인 허울에 그칠까봐 우려가 된다”며 “원가공개를 하는 것도 아니고 LH가 하는 말만 보고 믿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과천주안 지구는 신혼희망타운으로 신혼부부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나온 정책인데 과도한 분양가 상승은 정책과 맞지 않다”며 “특히 소득제한이 있었기에 분양가 상승을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정 분양가도 물가 상승분 등을 반영했을 것”이라며 “원래대로 본청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승은 본청약 취소로 이어진다. 공공 사전청약 지연 피해자모임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경기 과천 주암지구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 1006명(682가구)을 대상으로 본청약 분양가 관련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7.2%가 ‘사전청약 단지의 분양가 상승이 본청약 포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답했다. 또 ‘본청약 포기 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91.1%가 ‘분양가 상승’을 꼽았다.
그러나 LH가 지연된 기간분의 분양가 상승을 부담해도 추정 분양가 대비 20% 안팎의 분양가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분양가가 18% 상승한 인천계양 A2·A3블록도 실제 분양가는 26.7% 올랐으나 LH는 본청약 예정 시점까지 기본 건축비 상승률(18.8%)만 반영했기 때문이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