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타격한 대출규제…서울 집값 1% 오를 때 대구는 -0.59%
지난달 대출 한도를 더 죄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는 등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서울은 최근 아파트값 상승 폭이 주춤하지만, 강남권 등 선호도 높은 지역 중심으로 최고가 거래가 이어진다. 반면 지방에선 거래가 줄고,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축 아파트값이 초기 분양가 수준까지 떨어졌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된 9월 이후 아파트값 흐름을 살펴본 결과, 서울의 아파트값은 지난 25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조사 누적치를 기준으로 두 달여간 1.1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로 보면 0.74%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지방(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아파트값은 0.15% 하락했다. 지방 5대 광역시(광주·대구·대전·부산·울산) 아파트값 역시 0.27% 떨어졌다. 대구(-0.59%)·부산(-0.26%)·광주(-0.19%)·대전(-0.11%) 등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평균매매 가격 격차는 더 커졌다. KB부동산의 월간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수도권(6억1808만원)과 지방 5대 광역시(3억2641만원)의 주택 평균매매가격 차이는 2억9167만원에서 지난 9월엔 3억786만원으로 확대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주택 평균매매가격은 1509만원 올랐지만, 5대 광역시는 오히려 110만원 하락했다.
부산의 경우 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2022년 6월 20일 조사 이후 123주(2년 4개월) 연속 아파트값이 하락했다. 대구도 하락세가 49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신축 아파트의 경우엔 3~4년 전 분양가 수준으로 추락한 곳도 속출한다. 부산 강서구 강동동 에코델타호반써밋스마트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5억2124만원(10층)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 최고가는 지난해 11월 6억1284만원(18층)이었는데, 1년 새 1억원이 떨어진 것이다. 분양가가 중층 기준 5억1000만~5억2000만원으로 사실상 집값이 최초 분양가 수준으로 하락했다.
‘악성 미분양’도 지방에 집중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6461가구인데, 이 중 지방 물량이 1만3640가구로,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대구 일부 신축 아파트에서는 1억원에 육박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매물이 등장할 정도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분양가보다 1억원 낮은 가격에라도 서둘러 집을 팔겠다는 얘기다. 미분양이 지속하자 아파트를 매수하면 명품 가방을 주겠다고 홍보하는 지방 건설사도 있다.
부동산 양극화에 정부의 고심도 깊다. 수도권은 대출 규제 등을 통해 집값 급등세를 누르는 한편, 지방은 부동산 경기 불씨를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당국은 지난달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적용하면서, 스트레스 금리를 수도권(1.2%포인트)과 지방(0.75%포인트)을 차등 적용했다. 최근 국토부는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의 한도 축소를 예고하면서, 이를 수도권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실제 디딤돌 대출이 가능한 주택가격 5억원 이하(신혼부부 6억원, 신생아 특례 9억원 이하)가 대부분 지방에 몰려있어 대출 한도를 전국적으로 줄일 경우 지방 부동산에 미치는 타격이 더 클 것이란 우려에서다.
부동산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상당수가 대출규제가 이어질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대출 의존도가 높고, 금리에 민감한 편”이라며 “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가 오르면 집을 사야겠다는 매수 심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내년 시장을 전망한 최근 보고서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차입 여력 축소에도 매수심리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봤지만, 지방은 “가뜩이나 미입주·미분양이 많은 데다 대출까지 막히며 침체 분위기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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