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들떠도 안 봤는데”…금리인하기 부활하는 상업용 부동산 ‘이 곳’

손동우 기자(aing@mk.co.kr),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2024. 10. 1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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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단비’ 오피스텔
전세사기 여파에 월세족 늘고
정부도 비아파트 지원책 확대
전문가들 “역세권 중소형 선별”
‘금리인하에도 먹구름’ 상가
코로나쇼크 아직도 회복 못해
지난해보다 공실률 더 치솟아
과잉공급 신도시 상가들 텅텅
현재 분양중인 주거형 오피스텔(광교 레이크더힐) 모델하우스 사진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11일 서울 신촌의 한 오피스텔 분양사무소. 시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곳 직원은 “6월만 해도 분양 문의가 전혀 없었는데, 최근 미국이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한 후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며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용으로 분양 사무소를 찾는 사람도 꽤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소식을 전하자 “앞으로는 상황이 더 나아질 수 있겠다”는 기대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가 주택 시장보다는 오피스텔·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금리가 내려가면 임대수익률이 올라가 투자수요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부 규제완화도 집중되는 분위기라 꽁꽁 얼어붙었던 이들 시장에 온기가 돌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매일경제신문사가 일선 현장을 취재한 결과, 금리 인하를 바라보는 오피스텔과 상가 시장의 자세는 미묘하게 달랐다. 오피스텔은 보수적인 접근이 가능한 타이밍이지만, 상가는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시장은 지난 8월부터 바닥을 찍은 분위기다.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동안에도 꾸준히 오르던 월세가격이 오피스텔 평균 수익률을 높여 수요자들의 발걸음을 돌아세우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2023년 5월, 서울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같은해 4월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봐도 이같은 경향이 보인다. 서울 강남구의 오피스텔 ‘강남역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 전용면적 23.23㎡는 올해 7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10만원의 계약이 이뤄졌다. 재작년 2월(보증금 1000만원, 월세 100만원)보다 월세가 10만원 올랐다. 서울 서대문구의 오피스텔 ‘신촌 푸르지오 시티’ 전용면적 25.76㎡도 2년 전보다 월세가 12만원 올라 보증금 1000만원, 월세 97만원에 계약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전국 오피스텔 평균 수익률도 올 8월 연 5.38%까지 올라왔다. 2022년 3월(4.73%) 이후 30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오피스텔 월세가 뛰는 이유는 1~2인 가구의 증가, 전세사기 영향 등이 겹친 결과다. 게다가 신규 공급이 급감하는 것도 꽁꽁 얼어붙었던 오피스텔 투자 환경을 다소 긍정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같은 상태에서 금리가 내려가면 오피스텔 시장 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된다는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대출 부담이 줄고 예금이자 대비 임대수익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은행에 묶여있던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더 넘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해 각종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정부는 8월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27년까지 준공된 소형(전용 60㎡ 이하, 공시가 6억원 이하) 신축 오피스텔을 사면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을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기로 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최근 서울과 지방 주요 지역 오피스텔 중 수익률이 6%까지 나오는 곳도 나타났다”며 “여러 정황상 지금이 바닥이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전문가들은 아직 본격적인 상승세를 점치기는 이른 시기인만큼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에서 진행된 오피스텔 27개 단지 청약의 평균 경쟁률은 5.3대1로 2022년(5.2대1)이나 2023년(6.7대1)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1~2인 가구와 신혼부부 등의 임대차 수요가 꾸준한 역세권 중소형 오피스텔을 위주로 투자하는게 아직은 안전하다는 조언이다.

실제로 8월 오피스텔 매매가격을 면적별로 따져보면 전용면적 60~85㎡가 7월보다 0.07% 올라 가장 크게 상승했다. 전용 40~60㎡는 0.02%, 전용 40㎡ 이하는 0.03% 올랐다. 전용 85㎡ 초과 대형은 오히려 0.1% 하락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최근 흐름을 볼 때 오피스텔은 자본이익(시세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밝혔다.

상가의 경우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전까진 금리인하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공실률이 늘어 수익률은 떨어지고, 가격이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 고리가 끊어지지는지 여부를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대규모 상가 공실률은 작년 2분기 13.46%에서 올해 2분기 13.79%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같은 기간 6.95%에서 8.01%로 더 큰 증가폭(1.06%포인트)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야외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면서 크게 타격받았던 상가시장이 지금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비대면 소비 증가로 인터넷 쇼핑 등 무점포 소매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데다, 그나마 남아 있는 오프라인 수요도 복합 쇼핑몰에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상가가 과잉공급된 세종, 동탄·위례·미사 등 수도권 신도시, 택지지구 등에서 공실률이 높은 상황이다. 한 역세권 근처의 공인중개사사무소 직원은 “애초에 경기가 나빠 주변 상가들이 장사도 잘 안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내려간다고 해서 누가 상가를 매매하려 하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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