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 여사 ‘도이치 주가조작’ 몰랐다 판단…불기소 무게

정진우 2024. 10. 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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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김 여사를 기소하지 않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3일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조만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최종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이르면 다음 주 중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로 23억원의 수익을 거둔 건 사실이지만, 공범·방조범으로 보기에 주가조작 행위와의 구체적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같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는 대부분 증권사 직원 등에게 계좌를 맡기고 대신 운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큰 물량을 매수하거나 매도할 땐 실시간으로 해당 직원에게 거래 사실을 공유받고 이를 승인해 왔지만 기본적인 구도는 ‘일임 매매’였다는 게 김 여사 측의 주장이다. 대통령실 역시 지난해 2월 입장문을 통해 “(김 여사는) 주가 조작꾼 이모씨에게 속아 그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매를 일임하다가 매매에 사용된 계좌를 회수하고, 그 후 수년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간헐적으로 매매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는 건 주가조작 관련자 재판 이후 조금씩 공개된 정황 증거들 때문이다. 재판 과정서 주가조작의 ‘주포’로 불린 김모씨가 김 여사를 ‘패밀리’라고 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는 주가조작 공범 이종호 전 대표의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의 앞글자를 따 ‘BP 패밀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함께 김 여사도 이 패밀리에 포함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법원이 지난달 12일 주가조작 당시 전주(錢主) 역할을 한 손모씨의 방조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점도 김 여사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항소심 재판부는 “(방조죄 성립은)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고 봤다. 김 여사 역시 방조 혐의가 성립하기 위해선 주가 조작이 이뤄진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어야 함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가 세력에게 계좌를 대여해 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했음에도,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 전 회장 등을 상대로 그간 확보한 진술과 정황 증거에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여부를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검찰은 이에 주가조작 세력들의 검찰 진술과 녹취 등 정황 증거들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재차 살펴보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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