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미분양 쌓이는데 서울은 ‘로또청약’ 광풍…심화되는 양극화
서울에서는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로또 청약’이 잇따르며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방은 ‘악성 미분양’이 쌓이며 주택 시장이 고전하고 있다. 경제 침체 속에 그나마 집값이 오르는 수도권에만 투자가 몰리며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서울에선 이달에도 송파구 신천동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등 시세 차익이 큰 대어급 청약이 나온다. 두 아파트 모두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전용면적 59㎡ 기준 시세 차익이 각각 7억원, 10억원 정도 예상된다. 지난달 분양한 청담동 ‘청담 르엘’(옛 청담삼익아파트)은 1순위 평균 경쟁률이 667대 1에 달했다. 이곳도 시세 차익이 10억원 안팎이 예상되자 일반공급 85가구 모집에 5만 6717명이 접수했다. 올해 강남권 공급 단지 중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그 전에도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527대 1(7월), 구의동 ‘강변역 센트럴 아이파크’ 494대 1(5월), 잠원동 ‘메이플 자이’ 442대 1(1월) 등 서울 주요 지역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수백 대 1이 기본이 됐다. 올해 서울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고, 향후 서울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 신축 선호 현상 등이 더해진 결과다.
이에 서울은 2021년 이후 3년 만에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을 회복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1~8월 서울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140.66대 1로 집계됐다. 2021년 163.84대 1 이후 약 3년 만이다. 서울 1순위 청약경쟁률은 기준금리가 급격히 올랐던 2022년 10.25대 1로 급락한 뒤 지난해 56.93대 1에 이어 올해 집값 회복과 함께 크게 상승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은 집값이 많이 올라 미분양 우려가 가라앉자 분양에 나서는 단지가 늘고 있다”며 “공사비 갈등을 빚던 재건축 사업장도 분양이 잘 되니 공사비를 일부 올려 사업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순위 청약경쟁률…‘140대 1 vs 6대 1’
서울은 ‘광풍’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래만 가도 지방 주택 시장은 찬바람이 쌩쌩 분다. 다 지은 아파트도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이 계속 쌓여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400가구로 13개월 연속 늘었다.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다. 악성 미분양 10가구 중 8가구가 지방에서 발생했다. 8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모두 2821가구로 7월(2900가구)에 비해 2.7% 줄었지만, 지방에선 1만3640가구로 7월(1만3138가구)보다 3.8%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을 포함한 전체 미분양 주택은 8월 전국 6만7550가구로, 4개월 만에 7만 가구 아래로 내려왔는데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7월보다 9.8% 줄며 감소세를 주도한 덕분이다. 지방은 전월보다 5.0% 주는 데 그쳤다.
한 마디로 현재 지방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로, 신규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미달이 발생하기 일쑤다. 지방의 올해 1~8월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6.71대 1에 그치고 있다. 제주는 같은 기간 총 653가구 모집에 638명이 접수해 0.98대 1로 미달 됐다. 대구·강원(1.1대 1)과 부산(1.2대 1), 광주(1.6대 1) 등도 저조한 경쟁률이긴 마찬가지다.
국토부가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반기에 기업구조조정(CR) 리츠 도입, 세금 산정 시 주택 수 제외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아직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여전히 금리 수준이 높은 가운데 이 정도의 유인책으로는 지방 주택 시장이 활성화하긴 힘들 것으로 내다본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데 기업이든 개인이든 사업성이 있는 수도권 부동산에 투자하지, 지방 주택에 투자하진 않을 것”이라며 “보다 세분화되고 완화된 세제 개편이 있어야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미분양이 심각한 지역을 대상으로 취득세와 양도세, 보유세를 완화하는 등 보다 파격적인 세제 지원책을 마련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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