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했던 협회 지원' 서울 홈리스월드컵 채운 단체들과 '4537명의 시민들'

김희준 기자 2024. 9. 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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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월드컵을 후원한 4,537명의 시민들. 김희준 기자

[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은 시민들의 힘으로 완성된 대회다.


지난 21일부터 28일까지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대운동장에서 서울 2024 홈리스월드컵이 열렸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홈리스월드컵은 이번에 최초로 아시아에서 열렸으며, 국제축구연맹(FIFA)이 처음으로 공식 후원사가 돼 메달, 트로피, 공인구, 유니폼 등 물품과 장비를 지원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번 대회를 위해 물품을 후원한 걸로 알려졌지만 비자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도마 위에 올랐다. 24일 열린 국회 현안 질의 당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 홈리스월드컵에 대해 "비자 지원을 했다는데 어떻게 지원을 했으면 추석 연휴 중에 홈리스월드컵 재단에서 의원실에 부탁을 하냐"며 "3월에 부탁했을 때는 답변도 안하고, 그 뒤에 비자를 요청하자 법무부 번호만 보냈다. 오죽하면 외교부 직원이 걱정해서 대사관에 물어볼 정도였다"며 협회의 부족한 일처리에 대해 일갈했다.


반드시 협회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번 홈리스월드컵은 개최까지 여러 난관이 있었다. 재정적으로도 곤란을 겪었는데 대회 유치 확정이 작년 12월에 이뤄져 정부와 지자체에서 예산을 끌어오기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최종 선수단을 선정하기 전 예비선수단 합숙 훈련 당시에는 예산이 충분치 않아 훈련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영웅시대 서울2구역방. 김희준 기자

이때 도움을 준 사람들이 바로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다. 영웅시대 서울2구역방은 홈리스월드컵 대표팀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2,050만 원을 기부했다. 이를 통해 유니폼을 지원하고 예비선수단 합숙 훈련을 위한 숙식비를 제공했다. 홈리스월드컵 측도 유니폼 소매에 '함께하는 영웅시대' 로고를 달고, 홈리스월드컵 파이널라운드 우승 트로피 중 하나를 '영웅시대컵'으로 지어 후원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또한 영웅시대는 이번 대회간 응원 봉사를 통해 모든 나라 선수가 지지받는 느낌을 받게끔 만들었다. 점심시간에는 몇 명씩 돌아가면서 점심을 먹으며 최대한 관중석을 비우지 않았다. 대회를 찾은 관객들에게 시원한 물, 물티슈 등을 주기도 했다.


영웅시대 서울2구역방 이현정 방장은 "함께하는 영웅시대라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응원도 한다. 함께하는 홈리스월드컵"이라며 "영웅시대는 보이지 않는, 소외된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는다. 아티스트 임영웅 님은 리턴즈FC 구단주이기도 하고, 축구에 진심이다. 우리도 그를 닮아서 축구로 선한 영향력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양대 입구에 걸린 홈리스월드컵 현수막. 김희준 기자

한양대도 홈리스월드컵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 대회 공간인 대운동장을 제공한 건 물론 한양대 자원봉사단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를 대거 모집해 인력을 지원했다. 기본적으로 홈리스월드컵이 수많은 자원봉사자로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양대 측의 도움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이번 홈리스월드컵을 위해 안병훈 한국 홈리스월드컵 대표팀 단장, 제임스 맥미킨 홈리스월드컵 재단 COO(최고운영책임자) 등과 이야기를 나눈 이기정 한양대 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양대에서 아시아 최초의 홈리스월드컵을 개최하게 돼 대단히 기쁘다"며 "한자리에 모여 국내 최초, 최대의 사회공헌 스포츠 이벤트를 시작한다. 홈리스월드컵을 통해 우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배우고 함께라는 가치를 새롭게 정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홈리스월드컵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팀 가이드 겸 통역사를 맡은 김도환 한양대학생은 "학교 커뮤니티와 교내 게시판 등에 홈리스월드컵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봤고,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신청했다"며 "일주일 동안 값진 경험을 했고 고생했던 모든 팀이 추억을 쌓고 각자 나라로 무사히 귀국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홈리스월드컵 중에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특히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는 지난 25일 안 단장을 초청해 라이브를 진행했고, 관련해 후원 사이트와 계좌를 홍보했다. 그 결과 상당한 후원금을 모집해 홈리스월드컵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는 후문이다.


한국 홈리스월드컵 대표팀과 선수단을 도운 사람들. 김희준 기자

그밖에 홈페이지 제작을 도운 '세일즈웰', 스포츠백을 제공한 '세상에 없는 세상',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그림을 굿즈로 제작하는 '신이어마켙', 대회 부스를 후원한 행사 공간 서포트 전문 업체 '한칸', 선수복과 공식 굿즈를 지원한 전사유니폼 전문업체 '파라렐라'와 짐웨어 브랜드 '유피라운지' 등 여러 단체가 홈리스월드컵 개최를 위해 힘썼다.


그러나 이 모든 도움에도 추가적인 시민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결코 이번 대회는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홈리스월드컵을 위해 마음을 모은 시민들은 총 4,537명에 달한다. 어떻게 보면 홈리스월드컵 취지에 가장 맞는 형태라고도 할 수 있으며, 홈리스월드컵 조직위원회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경기장 바깥 중앙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홈리스월드컵에 후원해준 시민들의 이름을 익명 처리해 게재하는 방식으로 감사를 전했다.


여전히 추가적인 후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홈리스월드컵이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던 건 여러 단체들과 많은 시민들의 재정적·물적 후원이 있던 덕이다. 홈리스월드컵을 계기로 홈리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이를 통한 제도 변화가 이뤄진다면 그들의 지원이 더욱 빛을 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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