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홍명보호, 충격의 무승부!…96위 팔레스타인과 홈에서 0-0 비겨→첫 판부터 빨간불 [현장 리뷰]
(엑스포츠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 김정현 기자) 충격의 무승부다. 10년 전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형편 없는 경기력이었다.
돌아온 홍명보호가 첫 경기부터 빨간불을 켰다. 많은 논란 속에 출범한 만큼 완승을 거둬야 자신의 부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으나 결과와 내용을 모두 놓친 한숨 나오는 90분이었다.
홍명보 신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B조 1차전 팔레스타인과의 홈 경기에서 후반 몇 차례 찬스를 놓치는 등 전체적으로 졸전을 펼친 끝에 0-0으로 비겼다. 전반에 상대에 실점할 뻔하며 오히려 끌려다닌 태극전사들은 후반 천금 같은 찬스를 이강인이 날리고, 이후엔 상대 골키퍼의 선방 시리즈에 슛이 막혔다. 후반 42분엔 손흥민의 슛이 골대를 강타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무난히 따낼 줄 알았던 승점3을 따내지 못했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B조 6개국 중 1~2위에 주어지는 북중미 월드컵 본선 티켓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은 B조 톱시드 국가인 반면 팔레스타인은 5번 시드국이다. 한국이 홈 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승리했어야 했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골대마저 도와주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무승부가 확정되자 마치 이긴 듯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참패 뒤 사임하고 10년간 프로 구단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행정가 등을 하다가 논란 속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 감독은 대표팀 기본 라인업을 유지하면서 몇몇 군데에 변화를 주는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골키퍼에 조현우를 집어넣은 홍 감독은 백4엔 왼쪽부터 설영우, 김민재, 김영권, 황문기를 세웠다.
강원FC 소속으로 올해 K리그1에서 1골 7도움을 기록 중인 황문기를 국가대표팀 발탁에 이어 A매치 선발로 투입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고민거리인 김민재의 센터백 콤비로는 울산에서 뛰는 34세 노장 센터백 김영권을 낙점했다.
미드필더 3명은 정우영과 이재성, 황인범으로 낙점했다. 정우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홀로 보는 가운데 황인범과 이재성이 다부진 활동량을 토대로 공수 연결고리를 맡는 형태다. 최전방 스리톱은 왼쪽부터 손흥민과 주민규, 이강인으로 구성됐다. 울산에서 자신이 중용했던 주민규를 스트라이커로 세우면서 유럽파 두 핵심인 손흥민과 이강인을 좌우에 세우는 형태로 공격진을 구성했다.
한국과 사상 첫 A매치를 치르는 팔레스타인은 4-4-2 포메이션을 나섰다. 라미 하마데가 골키퍼로 나섰다. 백4는 카밀로 살다나, 야세르 하메드, 미셸 테르마니니, 무사브 알 바타트로 이뤄졌다. 특히 하메드와 테르마나니는 현재 소속팀이 없음에도 한국전 선발로 등장했다.
미드필더 4명은 타메르 세얌, 오다이 카루브, 아타 자베르, 조나단 카틸라나로 짜여졌다. 전방 투톱은 오다이 다바그, 웨삼 아부 알리로 낙점됐다. 벨기에 샤를루아에서 뛰고 있는 다바가가 요주의 인물로 꼽히는 가운데 예상대로 선발 출격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6위인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23위인 한국이 홈에서 초반부터 몰아붙이는 그림이 예상됐지만 전반전은 정반대였다. 한국은 실점하지 않을 게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로 한국전 앞두고 조직력 훈련에 몰두한 팔레스타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날 첫 슈팅은 팔레스타인이 기록했다. 전반 4분 김영권이 후방에서 공을 빼앗기는 실책을 범한 뒤 다바그가 문전으로 대각선 크로스를 올린 것이다. 세얌의 슈팅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이후 상대의 단단한 수비를 좀처럼 깨지 못하던 한국의 첫 슈팅은 전반 17분에 나왔다. 간판 스타 손흥민이 왼쪽에서 올린 대각선 크로스를 주민규가 방향만 바꾸는 헤더로 마무리했으나 골과를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전반 20분 이재성이 공을 빼앗겨 상대 역습으로 이어지자 최근 네덜란드 명문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으로 이적한 황인범이 태클로 저지, 옐로카드를 받았다.
팔레스타인은 이후 프리킥 상황에서 한국 골망을 출렁였다. 팔레스타인 선수들도 순간적으로 들썩일 정도였다. 그러나 슈팅 기회로 이어진 헤더 패스를 한 세얌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게 드러나 득점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하마터면 첫 실점을 기록하고 끌려갈 뻔했다. 이후에도 팔레스타인은 날카로운 세트피스로 한국을 위협했다. 태극전사들은 상대 마크맨을 놓치는 실수를 종종 범했다.
한국은 전반 막판 정신을 차려 거세게 상대 진영으로 돌격했다. 전반 39분 손흥민의 코너킥에 이은 주민규의 헤더로 두 번째 슈팅을 기록한 태극전사들은 전반 42분 이강인이 황인범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파고들어 때린 회심의 오른발 슈팅이 하마데에 잡혀 땅을 쳤다. 한국 입장에선 전반전에 가장 좋은 득점 찬스였다.
기운을 되찾은 한국은 1분 뒤엔 황인범이 이강인의 패스를 받아 골 지역 오른쪽에서 수비수 하나를 제치고 날린 왼발 슈팅이 오른쪽 옆 그물에 맞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전반에 득점하지 못하고 후반전을 맞았다. 이날 방송 해설위원을 맡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 득점포 주인공 이근호는 "전반전에선 팔레스타인이 한국에 판정승을 거뒀다"고 평했다. 한국의 볼점유율 80%는 무의미했다.
홀명보호는 후반 들어 팔레스타인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며 골에 조금씩 다가갔다.
그러나 후반 중반 두 차례 찬스를 잡았음에도 골결정력 미숙과 하마데의 선방으로 놓쳤다. 후반 15분엔 아크 정면에서 포스트플레이에 따른 패스워크로 페널티지역 오른쪽 이강인에 노마크 찬스가 주어졌으나 그의 왼발 감아차기가 크로스바 위로 뜨는 치명적인 빅찬스미스로 이어졌다.
후반 19분엔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절묘한 크로스를 수비수 두 명 사이에 있는 교체 멤버 오세훈에 연결했으나 그의 헤더슛을 하마데가 본능적으로 쳐내면서 역시 첫 골을 만들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23분 이날 경기 중 가장 결정적인 찬스를 얻었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가운데로 파고들다가 아크 정면에서 파울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손흥민, 이강인 누가 차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아주 좋은 위치였다. 6만 관중의 기대감도 한껏 달아올랐다. 그러나 이강인의 왼발 프리킥을 하마데가 크로스바 위로 걷어내면서 또 한 번 한국의 득점 기회가 사라지고 말았다. 팔레스타인이 2차예선을 괜히 통과한 팀이 아님을 증명했다.
한국은 후반 막판에도 땅을 치는 슈팅을 하나 기록했다. 후반 42분 이강인이 하프라인 바로 앞에서 총알처럼 긴 패스를 올려줬고, 이를 손흥민이 빠르게 달려나가 상대 수비수까지 제치더니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오른쪽 크로스바를 맞으면서 한국에 운도 따르지 않는 경기가 됐다.
후반 추가시간 8분이 주어졌으나 팔레스타인의 효과적인 역습에 실점할 뻔했다. 아부 알리가 노마크 위기에서 회심의 왼발 슛을 쐈으나 조현우가 쳐내 한국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팔레스타인전을 마친 태극전사들은 하루 쉰 뒤 6일 밤 인천국제공항에 모여 2차전 장소인 오만 무스카트로 향한다. 7일 도착하는 홍명보호는 8~9일 현지 적응한 뒤 10일 오후 11시(현지시간 오후 5시)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오만과 3차예선 2차전을 벌인다.
한국은 오만과 지금까지 4차례 A매치를 치러 4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만나 2-1로 이긴 한국은 2003년 9월 인천에서 열린 2004 아시안컵 예선 홈 경기에서도 1-0으로 이겼다. 그러나 한 달 뒤 열린 같은 대회 예선 오만 원정에선 1-3으로 충격패했다. 지금도 한국 축구사 굴욕의 하나로 꼽히는 '오만 쇼크'다. 2004년 2월 서울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5-0 대승을 거둬 설욕을 이룬 한국은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선 1-0 진땀승을 거뒀다.
주목할 점은 오만 원정에서 한국이 한 번 싸워 패했다는 점이다. 사상 두 번째로 A매치 오만 원정을 치르는 만큼 심기일전해서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것은 홍 감독의 경우 오만에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2012년 2월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오만 원정에서 3-0 완승을 챙겼고, 이 때 런던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으면서 같은 해 8월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동메달) 쾌거의 기틀을 마련했다.
오만 원정을 마친 한국은 다음달 첫 고비를 만난다.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한국에 0-2 참패를 안긴 요르단과 10월 10일 붙기 때문이다. 여전히 객관적인 전력에선 한국이 한 수 위로 꼽히지만 예측불허 중동 원정이고, 요르단이 아시아 2차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기는 등 한국전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승부가 예상된다.
요르단전을 마치고 전세기를 타고 귀국하는 태극전사들은 10월15일 B조에서 한국 다음으로 2번 시드를 받아든 이라크와 홈 경기를 치른다. 이라크 역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눕히며 4강에 오르는 등 전력이 좋다. 아시아 2차예선에서 6전 전승을 거둔 만큼 한국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 박지영 기자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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