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과 동거인 김희영, 노소영에 20억 배상하라”

1심 법원 “결혼 파탄 공동 책임 있어”
김씨 “항소 안 해… 의무 신속 이행
노 관장·자녀분들께 진심으로 사과”

최태원(왼쪽)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4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법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함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이 파탄에 이르게 된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이 최 회장과 김 이사장에게 공동으로 있다는 취지다. 김 이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노 관장님과 자녀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이광우)는 22일 노 관장이 김 이사장을 상대로 낸 3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김 이사장은 최 회장과 공동해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의 부정행위, 혼외자 출산, 최 회장의 일방적 가출과 별거, 두 사람의 공개 행보 등이 노 관장과 최 회장 사이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며 “노 관장이 정신적 고통을 입은 점이 분명해 김 이사장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이사장 측은 재판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혼인관계는 이미 파탄된 상태였고, 주된 책임은 노 관장에게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최 회장 이혼소송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는 지난 5월 최 회장의 혼인 파탄 책임을 인정하며 위자료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서울가정법원 1심 판결은 김 이사장도 같은 금액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김 이사장 책임이 최 회장과 비교해 특별히 달리 정해야 할 정도로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공동 불법행위로 ‘부진정 연대채무’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이 함께 배상 책임을 갖는데, 한 사람이 배상금을 낸 만큼 나머지 채무자의 지급 의무는 줄어든다. 즉 최 회장과 김 이사장 중 한 명이 20억원을 전부 부담하면 다른 사람은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 김 이사장은 “법원에서 정한 의무를 최선을 다해 신속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 이혼 소송 사건에서 위자료 액수는 3000만원 정도로 책정되며, 종전 이혼 사건 위자료 최고액은 5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에서는 배우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사실상 징벌적 손해배상을 매긴 판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노 관장과 김 이사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판결 후 노 관장 측 대리인은 “노 관장과 자녀가 겪은 고통은 어떤 금전으로도 치유되기 어렵다”며 “무거운 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은 가정의 소중함과 가치를 보호하려는 법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 측 대리인은 “김 이사장은 이유 여하를 떠나 노 관장에게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 측이 이혼 사건과 관련해 노 관장에게 공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김 이사장 측은 다만 “김 이사장과 가족들은 10여년간 치밀한 여론전으로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도가 지나친 공격은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양한주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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