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굳세어라,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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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꼭 12월에만 어울리는 것일까.
사랑과 그리움은 한여름 폭염 속에서는 사라지는 것일까.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한여름 찌는 더위 속에서도 얼마든지 서로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을, 그런 배려 속에서 생명이 보존되고 생각지 못한 꿈까지 피어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
21세기 중반을 대비하며 돌봄사회를 구축해야 하는 지금 안세영 선수의 기자회견을 지켜봤을 한국교회 역시 MZ세대 앞에서 회복해야 할 것이 '적응'하고 '조정'하시는 하나님의 마음 외에 더 절실한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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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꼭 12월에만 어울리는 것일까. 사랑과 그리움은 한여름 폭염 속에서는 사라지는 것일까. 오래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이러한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섬세하게 답한다. 크리스마스가 12월이 아니어도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가슴 아린 그리움은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음을 미묘하게 드러낸다.
영화 속에서 사진사 한석규가 무더위에 지쳐 깜빡 잠든 주차단속원 심은하를 위해 선풍기 방향을 살짝 돌리는 장면은 단순한 배려를 넘어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한여름 찌는 더위 속에서도 얼마든지 서로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을, 그런 배려 속에서 생명이 보존되고 생각지 못한 꿈까지 피어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초저출산, 초고령화, 경제적 불안정 속에 새로운 형태의 ‘돌봄’이란 과제에 직면했다.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가 말하듯 돌봄은 단순한 배려를 넘어 개인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적응과 조정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오래전 고 하용조 목사께 목회를 배우던 전도사 시절이 떠오른다. 당시 ‘맞춤 전도’ 실무를 맡아 외환위기 사태로 지친 40대 불신자 남성들을 위한 ‘비상구’라는 전도집회를 준비했다. 평생 교회에 발을 들여본 적 없는 남성 수백명이 본당을 가득 메운 그 겨울 밤, 얼마 전 작고한 김민기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이 울려 퍼졌다. 찬송가가 아닌 대중가요가 교회 안에서 울린 초유의 사건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본당 장의자 대신 원형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아 있던 남자들의 지친 어깨가 조금씩 흔들리며,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성경에는 ‘신적 조정’의 마음이 햇살처럼 스며들어 있다. 인간은 참으로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적응은 본질을 타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신학자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가 말했듯 교회의 사명은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단순히 문화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메시지가 진리임을 합당하게 제시하는 데 있다. 적응과 조정은 진리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그 진리를 사랑으로 전달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는 마치 쓰디쓴 가루약을 달콤한 시럽으로 감싸 아이에게 먹이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장 칼뱅은 성경 언어를 인간 수준에 맞추시는 하나님의 ‘유아 언어’라고 표현한 것이다.
지금 세계는 현란할 정도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각자 처한 사정과 요구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이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생명의 음을 되살리는 조율사가 될지, 아니면 틀어진 음을 더 꼬이게 만드는 꼰대가 될지 고민해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와 배드민턴협회의 문제를 통해 적응과 조정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그는 협회 기준에 맞춰 자신을 조정하며 인내의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극심한 부상에 시달렸다. 배드민턴협회는 선수들을 자식처럼 사랑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극심한 부상을 당한 선수를 다른 선수와 다를 바 없이 대우하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경쟁국 선수들이 누리는 에어컨 바람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선풍기 바람이라도 제대로 쐬게 했다면 그토록 상처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21세기 중반을 대비하며 돌봄사회를 구축해야 하는 지금 안세영 선수의 기자회견을 지켜봤을 한국교회 역시 MZ세대 앞에서 회복해야 할 것이 ‘적응’하고 ‘조정’하시는 하나님의 마음 외에 더 절실한 것이 있을까. “약한 자들에게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고자 함이니.”(고전 9:22)
송용원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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