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 '품귀'…"치솟는 집값에도 계약 연장부터 해요"[임대차 2법 파장]
서울 전역, 전세 매물 찾기 '하늘의 별따기'
공급 부족·아파트 쏠림에 더해
임대차2법이 전세값 인상 부채질
"전세만기 4년 채워도 추가연장부터"
"매물 회전 안되서 전세 매물 안 나와"
"반포동 주요 단지 중에 8, 9월에 입주할 수 있는 전세요? 전용 84㎡ 기준으로 보면 '반포 자이' 1개, ''반포 리체' 1개, '반포 써밋' 2개. 이렇게 네개 정도예요. 요즘처럼 매물 찾기 힘들 때는 기존 임차인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을 연장하거든요. 2년 채운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 4년 채운 임차인도 추가 연장해요. 그래서 매물이 씨가 말랐어요." (지난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자이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매물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1일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지난달 30일 기준)은 올해 초와 비교해 20% 넘게 감소했다. 계약 건수도 줄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는 올해 1월 대비 지난 6월 30% 이상 빠졌다.
주택 공급 부족에 서울 아파트 전세는 '귀하신 몸'이 됐다. 올해 상반기 서울 입주 물량(5850건)이 지난해 상반기(1만5080건)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셋값이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년 2개월째 오르는 중이다.
특히 4년 전인 2020년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 2법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다. 당시 신규 계약했던 물량들이 이번에 새로 계약하게 되면서 전셋값을 더 높게 밀어 올리고 있는 중이다. 전세 사기 사태 이후, 비(非)아파트 수요가 서울 소형 아파트로 눈을 돌린 것도 전셋값 인상을 부추겼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근처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아직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반영되기 전이지만, 최근 7호선이랑 제일 가까운 상가동의 84㎡ 매물이 전세가 18억5000만원에 계약됐다"고 전했다. 지난 1월(13억5000만원)보다 전셋값이 5억원이나 뛴 것이다. 4년 전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역대 최고치를 넘나들 당시, 이 단지의 고점은 20억원이었다.
다른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실장은 "지난해 13억원에 내놔도 안 나가더니 올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상가동 쪽에서 18억5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지면서 앞으로는 상가동이 아니어도 전세 호가가 17억원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날 찾은 성동구 하왕십리동 '텐즈힐'에서도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두 달 내 입주할 수 있는 전세 매물은 3개뿐 이라고 했다.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텐즈힐은 계약기간 4년을 채워도 잘 안 나간다. 8년까지 사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며 "요즘에는 전세보다 매매 물량이 더 많이 나올 정도로 전세 구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달 초 전용 84㎡ 전세 매물이 9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 1월보다 1억5000만원 올랐다. 호가는 최고 10억3000만원까지 뛰었다.
이곳에서 매물을 살피던 한 수요자는 "더 늦기 전에 전셋집을 구하려고 알아보는 중"이라며 "매매가가 일정 수준까지 오르다가 멈추면 집을 살까 말까 관망하던 사람들이 전세로 눈을 돌릴 거다. 그러면 전세 수요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서 전셋값만 튈 수 있다"고 전했다.
"갭투자 아니면 전세 매물 나오기 힘들 것"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에서도 전세 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청구3차 쪽은 학군지라서 매물이 잘 안 나오는 데다 2학기 개학을 앞둔 상황이라 매물이 풀리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는 누군가가 갭투자로 집을 사는 것이 아닌 이상, 이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구3차 전용 84㎡의 전세 실거래가는 반년 만에 1억8000만원 상승했다. 이 단지에 사는 한 주민은 "2021년 전셋값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 전세 9억원을 주고 들어왔는데, 전셋값이 계속 이렇게 오르면 아예 집을 사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골드파크' 인근의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도 "서울 전역에 매물이 귀해서 이사 갈 곳을 찾기 힘들다 보니 4년을 채운 임차인들도 임대인이 부르는 대로 전셋값을 올려주고 계속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롯데캐슬골드파크 3차 전셋값은 올해 들어 8000만원 올랐다. 전용 84㎡ 전세가 이달 초 7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호가는 최고 7억9000만원 수준이다.
내년, 내후년까지 계속 오를 수도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는 실수요라서 2년 전처럼 금리가 많이 올랐을 때나 입주 물량이 많이 늘어날 때가 아니면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며 "전셋값 상승은 상수로 봐야 하고, 얼마나 오르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은 서울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서, 4년 전세 이후 연장하는 이들이 많아 매물 회전이 잘 안 된다"며 "내년은 물론 내후년까지 계속 오를 수 있어서 정부의 전세 공급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올해 11월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를 앞두고 강동구와 하남에서 전세가 약세를 보일 수 있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며 "입주가 끝난 다음에는 전세를 싸게 내놓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 서울 전셋값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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