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오는데 수면제는 무섭고… 약국서 '수면유도제' 사 먹어볼까? [이게뭐약]

정준엽 기자 2024. 7. 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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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뭐약]일반의약품 수면유도제
슬리펠, 아론, 레돌민은 대표적인 수면유도제 제품들이다./사진=한미약품, 알리코제약, 광동제약 제공
불면증을 겪거나 해외여행 후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 치료가 필요한데, 수면제를 처방받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 때 대안으로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인 수면유도제를 선택하곤 한다. 그러나 수면유도제를 먹어도 불면증 개선에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수면유도제의 효과가 크지 않은 이유와, 권장 용량을 넘겨 추가로 복용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본다.

◇일시적인 불면증에는 디펜히드라민·독시라민
수면유도제는 크게 항히스타민(1세대) 계열 수면유도제와 생약 성분 수면유도제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항히스타민 계열 제제는 원래 가려움이나 알레르기, 멀미 등을 진정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으나, 복용 후 졸음이 오는 부작용을 이용해 수면유도제로 사용한다. 항히스타민 계열 수면유도제는 다시 한 번 주성분에 따라 ▲디펜히드라민과 ▲독시라민(독실아민)으로 나뉜다. 디펜히드라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대표적인 제품에는 한미약품의 '슬리펠정'과 GC녹십자의 '쿨드림연질캡슐' 등이 있으며, 알파제약의 '아졸정'과 알리코제약의 '아론정'은 독시라민을 주성분으로 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또 디펜히드라민과 독시라민의 수면 유도 효과는 비슷하지만, 약효의 지속 시간과 관련이 있는 반감기(약물이 체내에서 반 정도가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서 차이가 난다. 통상 독시라민의 반감기가 디펜히드라민보다 더 긴데, 독시라민은 사람에 따라 평균 6~8시간 정도 수면 유지가 가능한 반면 디펜히드라민은 그보다 짧은 평균 4~6시간 정도 유지된다.

반면 광동제약의 '레돌민정'과 같은 생약 제제는 수면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을 조절해 심신을 안정시킨다고 알려졌다. 다만 수면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으며, 오랜 기간 동안 복용해야 서서히 효과가 나타난다. 편한약국 엄준철 약사(한국약사학술연구소 학술위원)는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먹자마자 30분 만에 졸림 효과가 나타나는 반면, 레돌민은 한 달을 먹어도 효과가 없거나 약하다고 소비자들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레돌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레돌민이 장기적인 영양제 성격의 약임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면제보다 효과 없어"… 남용하면 부정맥 위험
'먹어도 효과가 없는 것 같다'는 말은 수면유도제를 복용한 불면증 환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이는 약사법에서 일반의약품의 규제 기준이 효능보다는 안전성에 우선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사법상 전문의약품에 비해 인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더 적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의약품인 수면유도제는 전문의약품인 수면제보다 부작용이 크지 않게 조절해야 하는 만큼 효과 면에서도 수면제에 비해 강력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약사)은 "일반의약품은 약사법 제2조에 따라 오남용의 우려가 적어야 하고, 의사의 처방 없이 쓰더라도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수면유도제는 수면제에 비해 부작용이 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나, 수면유도제에도 부작용은 존재한다. 항히스타민 제제의 부작용에는 구강건조, 안구건조, 요저류(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 변비 등이 있다. 이를 항히스타민 또는 항콜린 부작용이라고 하는데, 항콜린 부작용은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정도가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노인 불면증 환자들은 항히스타민 수면유도제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 또 전립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요저류로 인해 소변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할 수 있으며, 녹내장 환자는 안압이 상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항히스타민 제제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레돌민의 경우 부작용이 경미한 두통이나 소화불량, 발진·발적·가려움에 그치는 등 항히스타민제보다 약하지만, 마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수술을 앞둔 사람은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정신질환자와 ▲임산부·수유부는 항히스타민 성분과 생약 성분 수면유도제 모두 의사·약사와의 상담을 거쳐 신중하게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 수면유도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다고 해서 권장 용량을 넘겨 남용하는 경우, 내성으로 인해 효과가 개선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추가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엄준철 약사는 "일반의약품 수면유도제는 추가로 먹어도 효과가 더 강해지지 않는다"며 "독시라민이나 디펜히드라민 같은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지나친 고용량에서는 심장 부정맥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용 전 생활 습관 체크 먼저… 멜라토닌 서방정 직구는 '불법'
약사들은 수면유도제 복용 이전에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는 것을 권장한다. 약사들은 ▲낮잠 ▲카페인 음료 ▲잦은 화장실 방문 등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생활 습관이나, 기존에 복용하는 약물 중 불면증을 유발하는 성분이 있는지 확인한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김예지 학술위원은 "카페인 음료보다는 국화차나 대추차를 고르는 것이 좋다"며 "자기 전 휴대폰을 보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불면증 치료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후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 수면유도제 복용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멜라토닌 계열 제품으로 효과를 봤다는 후기들이 많다. 다만 국내에서 식물성 멜라토닌 영양제와 달리 화학 합성한 멜라토닌 서방정은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병원에 방문하는 대신 멜라토닌 서방정을 온라인을 통해 해외직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엄연히 불법이다. 엄준철 약사는 "멜라토닌 서방정은 해외직구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복용 후 부작용이 생겨도 국가에서 피해보상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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