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원전 최강’ 프랑스 꺾어…유럽시장 추가 수주 파란불

김민중, 이우림 2024. 7. 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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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15년 만에 해외에서 대규모 원자력발전 건설사업을 확보하면서 원전 업계가 본격적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게 됐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통신사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한국의 ‘팀코리아 컨소시엄’(한수원·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이 프랑스의 프랑스전력공사(EDF) 컨소시엄을 누르고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앞으로 이변이 없는 한 수주가 확실시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 사업과 관련해 한국의 원전 건설 경쟁력을 설명했다. [뉴스1]


한국은 일단 체코에서 2기(두코바니 5·6호기)를 짓는 게 확정됐다. 향후 추가로 2기(테믈린 3·4호기)까지 더 지을 수도 있다. 예상 사업비는 1기당 2000억 코루나(약 12조원)에 달한다. 두코바니 5·6호기(총 24조원)에 더해 총 4기를 짓게 된다면 단순 덧셈으로 48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과 체코는 세부적인 계약 조건을 협상한 뒤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유럽형 원전 42년만에 유럽으로 수출”
한국이 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엔지니어링·구매·시공) 전반에 걸친 대규모 원전 사업을 수주하는 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총 4기) 수주 이후 15년 만이다. 규모도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다. UAE 수주전 때도 한국은 프랑스를 꺾었다. 한수원은 한국형 원자로 ‘APR 1400’을 바탕으로 체코 측의 요구에 따라 용량을 낮춘 ‘APR 1000’ 공급을 제안했다.

국내 원전 업계는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겪으며 위축된 이후 ‘친(親)원전’ 기조인 현 정부 아래 이번 수주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박경민 기자

당장 체코를 교두보로 폴란드·네덜란드·루마니아 등 줄줄이 예정된 유럽 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또 UAE에서 추가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규 원전 건설사업(총 2기)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친원전 흐름이 가속화하는 만큼 다른 지역 국가에서도 수주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해 12월 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 수준으로 확대하자”고 합의했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정부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커진 것이다

이와 함께 이번에 ‘체코 잭폿’을 터뜨리면서 향후 15년 이상 국내 원전 생태계 일감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원전 업계 관계자는 “체코 프로젝트는 원전 시공뿐 아니라 설계, 운전, 정비 등 원전 생태계 전반을 수출하는 것”이라며 “이번 수주를 따내면 국내 원전 생태계에 15년 이상의 일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EU 내 원전 건설 최강국으로 평가되는 프랑스를 제치고 EU에서 첫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982년 유럽형 원전을 도입했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체코 당국은 “이번 입찰에서 한국이 프랑스보다 모든 평가 기준에서 우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이 과거 원전 건설에서 약속한 공사 기간을 철저히 지켜왔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에 프랑스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를 2009년까지 짓기로 했다가 13년가량이나 지연한 적 있다. 공사 기간이 늘어질수록 사업비도 불어나는 악영향이 있다. 체코의 요세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우리는 프로젝트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택했다”며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체코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기간 변수를 제외한 건설 단가 측면에서도 한국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은 프랑스의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건비가 크게 낮은 덕분이다.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 체코의 언론 ‘경제저널(Ekonomicky Denik)’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수원이 덤핑에 가까운 가격으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나토회의서 ‘원전 외교전’
또한 팀 코리아가 똘똘 뭉쳐 7년 전(2017년)부터 체코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한 점도 수주 성공으로 이어졌다. 원전 부지 인근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트레비치 아이스하키 팀을 후원해 온 게 대표 사례다. 코로나19 사태 때는 현지 주민들을 위해 마스크 45만 장을 기증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해 9월 18일과 이달 10일 등 수차례에 걸쳐 페트로 파벨 체코 대통령을 직접 만나 세일즈 활동을 한 것도 빛을 봤다.

프랑스 입장에선 체코와 같은 EU 역내 국가라는 ‘이익 공동체’ 프레임을 강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컨소시엄을 이끄는 프랑스전력공사가 러시아와 깊은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는 부분에서 점수가 깎였다는 추측이 나온다. 체코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터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 있다.

세종=김민중·이우림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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