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곳만 때리는 '물벼락띠' 다시 온다…수도권 오늘밤 또 비상

정은혜, 조수진 2024. 7. 1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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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역에 한때 호우경보가 발효된 17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랑천 공원과 산책로 일부가 잠겨있다. 연합뉴스

17일 아침 수도권에 시간당 최대 100㎜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올해 첫 긴급재난문자(CBS)가 발송됐다. 이날 밤에도 또 한 차례 수도권에 물벼락 수준의 강한 장맛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수도권에 강한 비를 뿌린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북한 쪽으로 북상하면서 비도 경기 북부를 제외하고 점차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서울 전역과 경기 북부 지역에 내려졌던 호우 특보도 대부분 해제됐다.

하지만 이날 밤 다시 정체전선이 느리게 남하하며 경기 북부를 시작으로 또다시 수도권에 강하고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남서풍이 수증기를 계속 공급하고 북쪽에서는 건조 공기가 내려오는 가운데, 정체전선 위에서 중규모 저기압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비구름이 강하게 발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구름, 위험한 띠 형태로 언제든 압축될 수 있어


17일 오전 9시 30분 기상청 레이더에 잡힌 강수대 모습. 시간 당 30~69㎜ 비를 쏟아내는 보라색 영역이 띠 형태로 서울 북쪽을 관통하고 있다. 사진 기상청
이날 오전 경기 의정부에 시간당 최대 103.5㎜(8시 22분), 서울시 성북구에 시간당 84㎜(9시 33분)의 강한 비가 내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비구름이 서울과 경기 북부 위에서 선형적(띠 형태)으로 발달하면서, 비가 집중되는 구역에는 굉장히 강한 비를 쏟아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남쪽에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고, 북쪽에서는 건조한 공기 덩어리가 내려오고 있기 때문에 비구름이 띠처럼 압축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비구름은 특정 지역만 때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탓에 경기도 파주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337㎜의 누적강수량을 기록했다. 중부지방 장마철 평년 강수량의(378.3㎜) 약 90%가 11시간 만에 쏟아진 것이다.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도 각각 124.5㎜, 114.5㎜의 누적강수량을 기록했다. 우 통보관은 “이런 형태의 강력한 비구름이 수증기를 공급받으면서 한 지역에 장시간 머물면 2022년 8월 8일 강남역 침수를 야기한 굉장히 위험한 강수가 나타난다”고 했다.


오늘 밤, 강한 정체전선 수도권 다시 때린다


18일 강수 예측 모식도. 18일 새벽~아침에는 정체전선(검정색 점선)이 남하하는 가운데 수도권 북서부에 발달한 저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비구름이 발달할 전망이다. 18일 오후에는 정체전선이 남하한 가운데 저기압이 충청권에 자리잡으며 중부와 남부지방 북부에 강한 강수를 쏟을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제공
오후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대기 불안정에 의한 대류성 강수가 곳곳에서 나타날 전망이다. 이후 밤부터 18일까지 정체전선이 느리게 남하하면서 수도권과 충북 북부에 시간당 30∼60㎜, 많게는 시간당 70㎜씩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공 분석관은 “오늘 밤과 내일 아침 사이 수도권에 최대 200㎜ 이상, 강원 산지에도 150㎜ 이상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18일 오후에서 19일 오전까지는 정체전선이 더 남하하면서 충청권과 남부지방 북부에 시간당 30∼60㎜, 최대 시간당 70㎜의 호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17~19일 기상청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80~150㎜(많은 곳 서울·인천·경기 200㎜ 이상), 강원 내륙 50~100㎜(많은 곳 180㎜ 이상), 동해안 20~60㎜, 충청권 80~150㎜(많은 곳 200㎜ 이상), 전라권과 경북 북부 30~100㎜(많은 곳 150㎜ 이상), 나머지 경상권 20~80㎜, 제주도 5~20㎜ 수준이다.


예측 어려운 중규모 저기압 지속 발달


경기북부에 호우경보가 내린 17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중랑천변 주차장에서 물이 차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18일 이후에 내리는 비는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정체전선 위에서 중규모 저기압이 지속적으로 발달하면서 강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중규모 저기압은 수치예보모델로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저녁 충청권에 많은 비를 뿌린 정체전선 상의 중규모 저기압은 수치예보모델이 앞서 예측하지 못한 변수였다. 기상청은 “강한 비를 내리는 구름은 천둥과 번개, 낙뢰도 동반하기 때문에 최신 예보를 계속 확인하며 비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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