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 ‘간절한 외침’ 외면…KFA, 홍명보 공식 선임
절차적 정당성 없는 상황에서 팬 지지 의문
축구인들의 간절한 외침이 무시됐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을 밀어붙였다.
홍명보 감독은 이사회 승인을 통해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이제 홍 감독은 코칭스태프 구성에 들어간다.
KFA는 “지난 10~12일 사흘 동안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건으로 2024년 4차 이사회 서면결의를 실시했다. 해당 건은 23명 중 21명 찬성으로 승인되었다. 서면결의는 차기 정기이사회 개최까지 시일이 많이 남아있을 때 인사에 관한 사안이나 긴급을 요하는 특별 사안에 대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KFA는 “이로써 공식적으로 대표팀 사령탑 업무에 착수하게 된 홍 감독은 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성에 들어간다. 외국인 코치의 경우 후보자를 체크하고, 유럽에서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에 많은 의문을 남겼음에도 KFA는 결국 홍 감독을 선택했다.
지난 8일 KFA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신임 국가대표 감독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선임 후 홍 감독에만 면접을 진행하지 않는 등 형평성에 어긋난 사안이 밝혀졌다. KFA는 내홍을 수습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능한 행정력을 또다시 드러냈다.
내막은 이렇다. 대표팀 감독 선임 전권을 받은 이임생 이사는 홍 감독에게 지난 5일 오후 11시에 찾아가 대표팀을 맡아달라 부탁했다. 후보로 거론됐던 다비드 바그너, 제시 마치 등 외국인 감독 후보가 PPT를 준비해 면접을 본 것과 대조적이다.
KFA의 비정상적인 행정은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의 폭로로 민낯을 드러냈다. 박주호는 홍명보 감독 선임 직후 자신의 SNS에 대한축구협회 내부자로서 그들의 불공정함을 고발했다. 박 위원은 “홍 감독의 선임 과정이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FA는 박주호의 내부 폭로에 이례적으로 단 하루 만에 입장문을 밝혔다. 박주호 의견에 반박하는 동시에 ‘비밀유지 서약’을 어겼다며 법적 고발을 준비한다고 할 정도로 강경 대응했다.
박주호를 시작으로 많은 축구 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냈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12일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태를 비판한 특정 축구인에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한 대한축구협회에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표한다”면서 “많은 축구인이 개탄한다. 역대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축구협회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정 회장은 이 모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즉각 회장직에서 사퇴하기를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2002 4강 영웅이자 한국 축구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박지성과 이영표도 입을 열었다. 박지성은 12일 “뭐 하나 답이 없는 상황이 슬프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변했다. 앞으로도 변해갈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달라진 게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받았다.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나 역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축구인들이 가슴 아플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박지성은 “축구협회 일은 원래 하고 싶어야 한다. 현재 축구협회 일은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라며 “안에 있지 않아서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결국 진실은 내부자가 알 것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이유는 설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나, 이유가 필요하다. 아무런 해결책 없이 넘어가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영표도 KFA 행정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원래의 절차는 기존에 있는 전력강화위원들과 소통한 뒤 발표를 해야 한다”며 “그 과정이 생략됐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K리그 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결정이다. 이런 결정이 과연 대표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련의 과정 속에도 KFA는 결국 홍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투명한 운영에서 뽑히지 못한 감독이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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