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뜬다는데 건설수주 10조원 밑으로 '뚝'…1~5월은 4년만에 최저
조달금리· 공사비 높고 시장 불확실성 겹쳐
공공수주는 늘어…국토부 “내년 예산 당겨 써”
국내 건설사들의 월별 수주액이 9개월 만에 1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몸 사리기가 한창인 것이다. 조달금리와 공사비가 여전히 많이 들고,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도 해소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선별 수주의 여파가 실적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택 등 민간 물량 수주가 급감한 상황이어서, 향후 주택 공급 부족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월 비교해보면 4년 만에 최저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건설수주액(경상·국내 수주)은 9조8496억원이었다. 지난해 8월(8조2774억원) 이후 월별 수주액은 10조원을 넘겨왔는데, 9개월 만에 수주액이 10조원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2020년 이후 매해 1~5월간 건설수주액 총액을 비교해 보면, 올해가 지난 4년 중 가장 낮았다. 지난 1~5월 건설수주액 총액(59조1620억원)은 2020년(55조4381억원) 이후 최저치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66조1856억원)과 비교해서는 7조원가량 뒷걸음질 쳤다. 올해 공공수주 물량은 2조6000억원 정도(11조426억원→13조6867억원) 늘었으나, 민간수주가 약 8조3000억원(53조331억원→44조7323억원) 줄어든 여파가 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20년은 공사비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이라며 "2020년 수주액과 올해 수주액이 엇비슷한 수준이라면, 수주 물량은 2020년보다 올해 더 줄어들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달금리·공사비 여전히 높아
공사비 급등과 높은 조달금리는 신규 수주 사업성을 떨어뜨렸고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 수주를 기피하게 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21(2020년=100)로 나타났다. 2020년 5월(99.25)과 비교해 31%나 뛰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인허가와 착공 현황을 봐도 민간 주택 공급 물량이 많이 줄었다"며 "주택 정비사업은 공사비 논란 탓에 건설사가 수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리스크도 크다"고 진단했다.
높은 금리도 수주를 가로막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내렸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빌리는 주택담보대출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 건설사 조달금리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마다 재무 사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때 대형 건설사의 경우 5~7%, 중견 건설사는 10%에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사업 초기 단계에서 토지를 사려고 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브릿지론은 이자를 두 자릿수까지 부르다 보니 시행사도 사업을 시작할 엄두를 못 낸다"며 "건설사들도 원가를 고려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수주를 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꿈틀대도 '아직은 관망 중'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아직 이 흐름에 올라타는 것을 꺼리고 있다. 서울에서도 강남 지역과 강북의 마포·용산·성동구, 수도권에서도 분당 정도만 집값이 눈에 띄게 우상향할 뿐, 다른 곳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져서다. 미분양이 속출하는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김 주택정책실장은 "지금 '시장이 좋아졌다'라는 말을 듣는 곳은 서울과 경기 안에서도 일부 지역일 뿐"이라며 "주택 공급자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지으면 판매를 해야 하는데 다주택자 규제까지 남아있어서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현재 집값 상승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2026년 이후부터 입주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고, 주담대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까지 앞둔 때"라며 "미리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려 일시적인 상승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매가가 계속 오를지, 반짝 오르고 그칠지 판단하기 애매한 시점이라 건설사들도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은 늘었다…예산 당겨 써 급한 불 꺼
그나마 공공부문 수주가 예년보다 늘었다는 건 다행스러운 점이다. 올해 1~5월 공공수주(13조6867억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민간 부문 수주실적이 위축돼서 이를 상쇄하려고 공공부문이 노력했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발주를 적극적으로 하고, 지자체들도 발주 물량을 늘렸다"고 전했다.
LH는 3기 신도시 5곳(하남 교산·남양주 왕숙·부천 대장· 고양 창릉·인천 계양)에 올해 공공주택 1만가구를 조기 착공하겠다고 했다. 올해 착공 물량은 총 5만가구이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6만가구까지 늘릴 예정이다. 국토부는 시세보다 저렴한 전·월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을 앞으로 2년 동안 12만가구 공급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조기 집행했는데, 하반기에도 내년도 예산을 미리 당겨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으로는 수주 회복 힘들 것
전문가들은 건설 수주 성적이 올해 안에 극적으로 나아지긴 힘들 거라고 예측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 1일 발표한 '건설시장과 이슈' 보고서는 "올해 건설 수주는 2021년과 2022년을 하회하는 수준"이라며 "2022년부터 건설 선행지표 부진이 누적됐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해 건설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경기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에는 건설사들이 추가로 수주하기보다 이미 수주해 놓은 물량을 선별 착공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김성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년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며 "각사가 그동안 착공을 미뤄뒀던 물량이 있을 텐데, 하반기에는 사업성을 따져서 수익이 나겠다 싶은 공사를 시작하는데 여력을 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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