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이닝57K' 앤더슨, 구위로 확보한 입지
[양형석 기자]
SSG가 잠실에서 홈런쇼를 펼치며 두산을 잡고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이숭용 감독이 이끄는 SSG랜더스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6-0 7회 강우콜드게임 승리를 따냈다. 전날 두산의 기세에 밀려 0-10으로 완패했던 SSG는 이날 경기 초반부터 홈런 3개를 몰아치는 장타력을 과시하며 5할승률을 회복했고 4위 두산과의 승차도 3경기로 좁혔다(40승1무40패).
▲ SSG 랜더스 드루 앤더슨이 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
ⓒ SSG랜더스 제공 |
원활하지 않은 SSG의 외국인 투수 농사
SSG는 작년 에이스로 영입한 에니 로메로가 1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방출됐고 좋은 투구를 이어가던 커크 맥카티도 전반기 막판 전완근 부상을 당한 후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실제로 전반기 13경기에서 7승3패 평균자책점2.52를 기록했던 맥카티는 후반기 11경기에서 2승2패4.58로 실망스런 성적을 보여줬다. 로메로의 대체 외국인 선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8승6패3.70으로 준수한 활약을 해준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SSG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했고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SSG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8이닝)을 소화한 엘리아스와 작년 12월 총액 1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엘리아스와의 재계약으로 김광현과 엘리아스, 오원석으로 이어지는 좌완 트로이카를 보유하게 된 SSG는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로 빅리그 27경기 등판 경력을 가진 우완 로버트 더거를 총액 90만 달러에 영입했다.
하지만 올 시즌 SSG의 외국인 투수 농사는 이숭용 신임감독의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다. 팀의 우완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더거는 6경기에서 3패12.71이라는 민망한 성적을 남긴 후 올 시즌 KBO리그 '외국인 선수 1호퇴출'이라는 불명예를 남기고 한국 무대를 떠났다. 더거는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자리를 잡는 듯 했지만 다음 등판에서 곧바로 3이닝12피안타14실점(13자책)으로 무너졌다.
작년 후반기와 가을야구에서의 활약을 믿고 재계약한 엘리아스도 올 시즌 7경기에서 2승3패4.73으로 작년 후반기 같은 안정된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5월말 왼쪽 내복사근 부상이 발견되면서 6주 진단을 받았다. 중위권에서 한창 순위싸움을 하던 SSG 입장에서 엘리아스의 부상은 상당히 뼈 아팠다. 결국 SSG 구단은 올해 신설된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를 활용해 일본 독립리그 출신의 시라카와 케이쇼를 영입했다.
만 23세의 젊은 나이에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는 시라카와는 SSG 유니폼을 입고 5경기에 등판해 2승2패5.09의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21일 NC전에서는 6.1이닝10탈삼진2실점으로 호투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인 탓인지 안정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23이닝27탈삼진의 좋은 구위와 .305의 높은 피안타율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SSG는 시라카와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오는 7월4일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부족한 이닝소화를 위력적인 구위로 만회
2017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한 앤더슨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치며 5년 동안 19경기에 등판해 1승3패6.50의 성적을 올렸다. 빠른 공을 주무기로 하는 강속구 투수답게 빅리그에서는 주로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2022 시즌을 앞두고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계약한 앤더슨은 일본에서 2년 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7승5패2홀드3.05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일본 생활을 마친 앤더슨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트리플A에서 활약하다가 지난 4월 말 더거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SSG와 총액 57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SSG팬들은 시속 16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앤더슨의 합류를 반가워하면서도 빅리그 시절은 물론이고 올해 트리플A에서도 불펜으로만 활약했던 앤더슨이 선발투수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앤더슨은 KBO리그 합류 후 3경기 연속 5이닝을 넘기지 못하면서 이닝소화능력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5월 30일 LG 트윈스전에서 6이닝7탈삼진2실점으로 KBO리그 데뷔 첫 승을 기록한 앤더슨은 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6이닝10탈삼진2실점(1자책)으로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물론 위력적인 구위와 별개로 많은 피홈런(6개)과 높은 피안타율(.287)은 여전히 앤더슨의 불안요소로 꼽혔다.
이날 경기 전까지 SSG 유니폼을 입고 8경기에서 3승1패5.05를 기록했던 앤더슨은 29일 두산을 상대로 처음 잠실야구장 마운드에 섰다. 앤더슨은 이날 두산 타자들에게 7개의 안타를 허용했고 장기인 삼진도 4개 밖에 잡지 못했지만 양석환, 김재환, 양의지, 헨리 라모스 등 장타자들이 즐비한 두산 타선에게 단 1개의 장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앤더슨이 5이닝 이상 던지면서 무실점 투구를 한 것은 KBO리그 진출 후 처음이었다.
이닝당 1.50명의 주자를 내보내고 경기당 평균 이닝 소화가 5이닝이 채 되지 않는 앤더슨은 아직 SSG의 '외국인 에이스'라 부르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40.2이닝을 던지면서 57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구위 만큼은 확실히 검증을 마쳤다(앤더슨의 9이닝당 탈삼진 12.61개는 리그 탈삼진 1위 카일 하트의 9.55개를 훌쩍 뛰어 넘는다). 부상을 당했던 엘리아스의 복귀시기가 가까워졌어도 앤더슨의 입지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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