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이 개처럼 생긴 이놈…"더워 못살겠네" 지금 꿀맛이다

최승표 2024. 6.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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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장어는 살이 물러서 끓는 육수에 살짝 담갔다가 꺼내 먹는다.

유례없이 이른 더위 탓에 벌써 지친다. 독한 여름을 견디려면 건강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하겠다. 여름 보양식 하면 장어를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장어가 떠오르시나. 장어는 대체로 사철 먹을 수 있지만 여름이 제철인 장어가 한 종 있다. 바로 갯장어다. 여름 남도 바다의 특미 갯장어를 맛보러 전남 여수를 다녀왔다.

여수 가막만의 ‘갯장어 섬’ 경도

데친 갯장어는 생양파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좋다.

우리가 먹는 장어는 크게 네 종류다. 먼저 붕장어. 전국 바다에서 잡히는 흔한 어종으로, 회·탕·구이 등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다. 주로 구워 먹는 뱀장어(민물장어)는 큰 강 하구에서 잡는다. 다만 지난해 한국인이 먹은 민물장어의 37%는 수입산이었다. 부산 자갈치 시장하면 생각나는 먹장어(꼼장어)도 의외로 수입량이 많다.

오늘의 주인공 갯장어는 봄부터 가을 사이 남해 연안에서만 잡힌다. 양식이 불가능하고 어획 철이 짧아 제일 비싸다. 서울에서도 맛볼 수 있으나, 싱싱한 갯장어를 푸짐하게 먹고 싶다면 남해안까지 내려가야 한다.

갯장어 회. 고소하고 차지다.

갯장어 제철은 산란기인 6~8월이다. 전남 여수수산시장의 ‘물새횟집’ 김희례 사장은 “갯장어는 ‘더워서 못 살 겄네’ 소리가 나올 때 제일 맛있다”고 말했다. 17일 시세를 확인하니, 여수수산시장의 갯장어 1㎏ 가격이 3만5000~5만원 선이었다. 어획량과 시세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름 휴가철이 시작하면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다.

갯장어 서식지는 남해안 전역이지만, 대표 산지는 전남 고흥에서 경남 고성까지 남해안 복판이다. 그중에서 여수 앞바다 가막만의 작은 섬 경도가 이름난 갯장어 고장이다. 경도는 장어 배만 30여 척에, 전문식당만 7곳 있는 갯장어 섬이다. 갯장어가 국내에 알려진 건 30년 정도에 그친다. 일제강점기부터 갯장어 전량이 일본으로 팔려 나갔기 때문이다.

살짝 데쳐서 생양파 곁들여 먹어

갯장어는 개처럼 이빨이 날카롭다.

한국인이 갯장어를 먹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일본 경기가 침체하기 시작할 즈음, 경도 어민이 내수로 눈을 돌렸다. 경도 어촌계가 1995년부터 ‘참장어요리축제’를 열어 호응을 얻었다. 경도회관 박치호 사장은 “여수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경도에서 갯장어만 먹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수 가막만의 작은 섬, 대경도와 소경도를 아울러 ‘경도’라 한다. 국동항에서 배로 10분 거리다.

갯장어는 살이 연해서 굽거나 볶지 않는다. 끓는 물에 살짝 담가 먹는, 일본 요리 유비키(湯引) 방식이 어울린다. 장어 육수에 채소 넣고 끓인 국물에 장어 살점을 살짝 담그는데, 잘게 칼집 낸 살점이 동그랗게 말리며 꽃 모양으로 변한다. 그 ‘갯장어 꽃’을 생양파 조각에 얹어 먹는다. 그러면 기름기 많은 갯장어가 물리지 않는다. 회도 별미다. 복어회처럼 얇게 포를 뜨기도 하고, 뼈째 썬 ‘세꼬시’로 먹기도 한다. 고소하고 차지다. 경도회관 갯장어 유비키 3~4인분 13만원, 갯장어회 10만원.

마지막으로 상식 하나. 갯장어는 수심 20~50m 바다에서 산다. 갯벌에 살아서 갯장어가 아니다. ‘이빨이 개 이빨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일본 이름 하모도 ‘물다’는 뜻의 ‘하무(はむ)’에서 비롯됐다. 시장이나 온라인몰에서 갯장어를 살 때는 주의해야 한다. 붕장어와 헷갈릴 수 있다. 붕장어는 갯장어보다 작고, 옆면에 점선이 있다. ‘바다장어’라는 이름으로 파는 생선은 대부분 붕장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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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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