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보다 전세금 더 받았다” 180억원대 293채 빌라 사기

박종서 2024. 6. 19. 12: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축 빌라의 분양가보다 더 높게 전세금을 받는 ‘무자본 역(逆)갭투자’ 수법을 이용해 180억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일당 60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부동산 임대차 경험이 없는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대장 김기헌)는 사기 등 혐의로 임대사업자 A씨(57·여)를 구속하고, 건축주와 분양팀장, 공인중개사 등 59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서울·인천·경기 등에서 전세 계약을 맺은 피해자 69명을 상대로 180억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아들 B씨(31)는 아무런 자본 없이 신축 빌라 293채(서울 281채, 경기 5채, 인천 7채)를 매수했다. 빌라 분양과 전세 계약을 같은 시점에 하는 ‘동시 진행’과 분양가보다 전세 보증금이 오히려 더 높은 ‘역 갭투자’ 방식을 활용했다. 이들은 별다른 수입이 없었지만 “서울 빌라 가격은 우상향할 것”이란 믿음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건축주 C씨 등 6명은 분양 계약을 맺으면서 빌라 소유권과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채무를 함께 A씨에게 넘겼다. A씨는 이 대가로 전세 계약 건당 1800만~34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C씨는 알고 지내던 분양팀장 D씨가 전세 계약을 원하는 피해자를 분양사무실에 소개하면,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임대사업자, 분양팀, 공인중개사 등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수개월 동안 전세 계약자를 찾지 못할 경우 리베이트 금액을 1000만원에서 1800만원까지 올려가며 공인중개사가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하도록 했다. D씨 등은 건당 300만~6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인중개사 등 44명은 건축주·분양팀으로부터 전세 계약 건당 200만~1800만원의 초과 수수료를 수수한 혐의(공인중개사법위반)를 받는다. 이들이 실제로 받아야 하는 법정 중개 수수료는 69만원 상당으로, 약 250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은 셈이다.

신축 빌라의 분양과 전세 계약을 동시에 진행하며 ‘역 갭(gap)투자’ 수법을 이용해 180억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일당 60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사진 서울경찰청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게 되자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고 싶으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임대차계약 시 전세보증보험에 반드시 가입하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으로 주변 매매가와 전세가를 확인해야 한다”며 “HUG 안심 전세 앱을 통해 악성 임대인 명단과 세금 체납 여부 등도 살피라”고 당부했다.

박종서 기자 park.jongsuh@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