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 20% 증발…"규제가 전셋값 부추겨"
최근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매물 품귀’에 시달리고 있다. 1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1년 새 20.6%(5만6073→4만4542건, 17일 기준) 줄었다.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도 지난해 2만4564가구에 이어 올해 1만7574가구(예정 물량 포함)로 연간 적정 수요(4만6000여 가구·아실 분석)를 크게 밑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은 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년 넘게 상승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임대 시장의 ‘매물 품귀’를 규제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의무 ▶계약갱신청구권 등 조건을 둬 일상적인 거래를 제한하는 규제가 임대 매물 공급 위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인 강남구 청담·대치·삼성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판단에서다.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양천구 목동 일대와 서울 정비사업 예정지 일부도 규제 대상으로, 서울 전체 면적의 약 10%가 규제로 묶여 있다. 가구 수로 환산하면 약 10만 가구에 달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를 매수하면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 가능하다. 전세 낀 ‘갭투자’는 사실상 차단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애초 임대 목적으로 활용했던 아파트가 실거주용이 되고, 실거주 의무로 갭투자가 막히면서 시장에 새롭게 임대 매물이 나오는 것도 차단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청담·대치·삼성)의 전·월세 가격이 미시행 지역인 주변(논현·도곡·역삼)보다 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전과 비교했을 때 전·월세 매물 공급 위축이 나타나며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이 교수는 “분석 범위를 넓혀 서울 전체 시장으로 봐도 규제의 공급 위축 효과를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1년 7월 말 시행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도 임대차 시장 ‘매물 품귀’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임대차법에 따라 세입자는 거주 기간 동안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 사용할 수 있는데, 2년을 거주한 세입자가 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계약을 갱신한 경우 2년 후(4년 거주 후)에도 갱신청구권을 사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서울에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갱신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2022년 40.8%→2023년 67.0%→2024년 70.6%) 실질적으로 임대 매물이 6년(2+2+2년)간 묶이게 된다.
2021년 도입 당시 ‘전·월세 금지법’이라는 비판이 일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실거주의무 기간(2~5년)을 부여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도 임대차 시장 불안에 한몫을 담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올해부터 3년간 실거주의무 유예를 결정했지만, 그 사이 전·월세 공급의 한축을 담당해 온 신축 아파트 임대 물량이 묶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규제가 장기화할수록 도입 취지와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는 ‘규제의 역설’의 대표사례로 볼 수 있다”며 “시장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규제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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