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북한-벤투'에 '감독 리스크'까지... 월드컵 꽃길은 없다

이준목 2024. 6. 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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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앞둔 대표팀... 본선 가는 길 남은 관문들

[이준목 기자]

▲ 인사하는 손흥민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6차전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 주장 손흥민이 승리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한국축구가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아시안컵 이후 선수단 내분 사태와 임시 감독 체제의 혼란 등을 모두 극복해내고 거둔 값진 성과다. 하지만 월드컵으로 가는 여정에는 아직도 예측하기 힘든 험난한 관문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김도훈 임시 감독이 이끌었던 축구 대표팀은 지난 6월 11일 2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중국을 1-0으로 격파하고 3차 예선 아시아 지역 톱시드(1포트)를 확보했다. 6월 A매치 2연전(싱가포르·중국)에서 연승을 챙긴 한국은 FIFA 랭킹포인트에서 호주를 따돌리고 일본과 이란에 이은 아시아 3위 자리를 지켜낸 것이다.

2차 예선을 통과한 18개 팀이 참가하는 3차 예선은 6개팀씩 3개조로 나뉘어 진행된다. 3차 예선에서는 각 조 6개 팀 중 1·2위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한다. 각 조 3·4위 6개 팀은 4차 예선을 치르고, 5·6위 팀은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하게 된다.

3차예선 조추첨은 6월 FIFA 랭킹 순으로 각 포트에 3개 팀씩 배정되어 포트별로 한 팀씩 같은 조에 속하게 된다. 포트1에는 FIFA 랭킹 아시아 1~3위인 일본, 이란, 한국이 속하게 된다. 이로써 한국은 전력상 가장 부담스러운 일본, 지역예선에서 자주 만났던 천적 이란을 모두 피하게 되어, 월드컵 진출에 더욱 유리해졌다는 평가다.

아시아에는 북중미 월드컵 본선 티켓이 8.5장 배정됐다. 3차예선에서 월드컵에 직행하지 못하더라도 4위 이내에만 들면 '패자부활전'격인 4차예선에서 다시 기회가 있다. 각 조 3·4위 팀이 참가하는 4차 예선은 2개 조로 나뉘고, 각 조 1위가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다. 여기서 떨어져도 2위 팀들끼리는 플레이오프(PO)를 거쳐 대륙 간 PO 진출팀을 가리는 마지막 찬스가 남아있다. 물론 한국 입장에서는 전력이나 자존심을 고려할 때, 무조건 3차예선에서 조기에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방심은 금물, 대표팀 앞에 놓인 변수들
 
▲ 황희찬도 한골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5차전 한국과 싱가포르의 경기. 한국 황희찬이 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더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이란과 일본은 피했지만, 포트2에 속하여 한국과 만날 가능성이 있는 호주, 카타르, 이라크는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다. 이들은 사실상 톱시드 팀과 비교해도 큰 전력차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식 축구를 구사하는 호주와는 월드컵 예선에서는 아직 만난 적이 없지만 상대 전적은 29전 9승 11무 9패로 백중세다. 호주는 2006년 AFC 가입 이후로는 월드컵 본선진출을 놓친 적이 없으며 지난 2002년 카타르 대회에서는 한국-일본과 함께 나란히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중동의 강호인 카타르는 아시안컵에서 2연패를 차지했을 만큼 떠오르는 난적이다. 이라크는 최근 한국대표팀 감독 후보로도 거론됐던 스페인 출신 헤수스 카사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다만 한국과의 상대 전적은 카타르가 3승 2무 6패, 이라크가 2승 12무 9패로 모두 한국에게 절대열세를 보이고 있다.

3포트에도 까다로운 팀들이 포진해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요르단이 유력하다. 사우디와 우즈벡도 아시아의 강호이지만 요르단은 바로 지난 2월 아시안컵에서 한국에 1승 1무를 기록하며 굴욕을 안겨준 상대이기도 하다.

4포트에는 UAE(아랍에미리트), 오만, 바레인 등 모두 중동팀들이 예상된다. 여기서 가장 껄끄러운 다크호스는 바로 파울루 벤투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UAE가 경계대상이다. 4년여간 한국축구를 지휘하며 역대 최장수 감독이자 2022년 카타르월드컵 원정 16강을 이끌었던 벤투는 한국축구의 성향과 주축 선수들의 장단점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3차예선에서 만나게 되면 부담스러운 난적이 될 것이 예상된다.

약팀들이 배정되는 5포트(중국, 팔레스타인, 키르기스스탄)와 6포트(북한, 인도네시아, 쿠웨이트)에도 경계할 만한 상대들이 있다. 5포트에는 이미 2차예선에서 만났던 중국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골득실 1골 차로 태국을 제치고 3차예선에 올라오며 기사회생했다. 한국은 2차예선에서 중국에 연승을 거두며 압도적인 실력차를 과시했다. 하지만 공한증 콤플렉스에 민감한 중국의 거친 플레이와 팬들의 비매너 응원을 또 만나는 것은 부담스럽다.

6포트에서는 북한과 인도네시아가 있다. 북한은 전력차를 떠나 원정경기의 부담이 크고 모든 정보가 베일에 가려져 있어서 전력분석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중국 이상으로 거친 플레이로도 악명이 높다. 한국은 지난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같은 조에 편성되었으나 북한 측의 지나친 통제와 현지 중계 불허로 '깜깜이 원정경기'를 치러야 했던 악몽이 있다. 당시 주장 손흥민도 "북한 원정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칠 정도였다.

동남아팀 중 유일하게 3차예선에 진출한 인도네시아는 한국인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력상 최약체로 분류되지만,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 감독은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지난 U-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을 격침시키며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진출 실패라는 이변을 선사하기도 했다.

여기에 3차예선을 앞둔 한국축구에 또 하나의 불안요소는 '감독 리스크'다. 한국축구는 지난 2월 아시안컵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이 경질되면서 3월과 6월 2차예선 A매치 일정을 모두 임시 감독(황선홍, 김도훈) 체제로 소화해야 했다. 4년 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감독교체 없이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로 완주했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축구협회는 3차예선이 시작되는 9월 이전까지는 반드시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럽 축구시즌이 끝나면서 한국축구 감독직을 원하거나 영입이 가능한 외국인 감독의 인재풀이 넓어졌다. 또한 협회는 내국인 감독도 후보에서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상 자체는 5월 이전보다는 좀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축구협회가 새 감독에게 지급할 수 있는 몸값이 한정적인 데다, 외국인 감독이 영입될 경우 처음부터 선수를 새롭게 파악하고 다시 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 약팀들을 상대했던 2차예선이나 평가전 등을 통하여 여유롭게 선수들을 점검할 기회없이, 곧바로 월드컵 본선과 직결되는 3차예선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새 감독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임 클린스만 체제에서 감독의 워크에식과 선수단 기강 문제 등 여러 가지 잡음이 많았던 만큼, 이번에도 팬들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 한국축구 현실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양질의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은, 협회의 가장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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