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애도 또 생기네”…논란의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헬스]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4. 6. 8.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작용 있지만…전문가 “치료 받는 게 좋아”
전문가들은 여전히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진은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위내시경 검사 모습. (중앙대병원)
# 직장인 강 씨는 2년 전 건강검진에서 위내시경 검사 후 헬리코박터균 양성 진단을 받고 제균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 치료를 진행했다. 그런데 최근 검사 결과 또 헬리코박터균 양성 진단을 받고 제균 치료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강 씨는 1차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 후 설사 증상을 겪었다. 치료해도 자꾸 생기는데 굳이 제균 치료를 또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내 존재하는 세균이다.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감염됐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상당수가 헬리코박터균에 시달린다. 전문가들은 성인의 약 55%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대부분 감염자가 특별한 증상이 없고, 실질적인 질환 유발 원인이 맞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 이에 강 씨처럼 헬리코박터균 감염자가 무조건 ‘일률적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를 두고 시끌시끌하다.

치료 부작용도 치료를 꺼리게 만드는 배경이다. 설사 혹은 무른 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구역감이나 복통 등 증상을 겪는 이도 상당수다. 일부는 미각 이상이나 발진, 두드러기 등 피부 과민 반응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논란을 잘 알고 있다.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암 발생과 관계가 있어 제균 치료가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에 관한 명확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이 때문에 제균 치료 필요성 논란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치료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일단 국내 헬리코박터 진료 지침에서 권고하는 바에 따르면 소화성 궤양의 병력, 림프종, 조기 위암의 내시경 절제술 후에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위암 발병 위험 50%가량 낮춰

대한소화기학회지에 발표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양성인 건강한 사람과 위암으로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한 헬리코박터균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약 2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가 위암 발병 위험을 50%가량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근 발표된 국내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빅데이터 연구에서도 위선종으로 내시경점막하박리술 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한 경우 평균 5.6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이시성 위암 발생 위험이 1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범진 교수는 “무증상 보균자 전체에 대해 제균 치료를 시행한 결과 위암 발생률이 줄었다는 주장의 과학적 근거가 높아지고 있는 게 최근 추세”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헬리코박터균이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암뿐 아니라 당뇨병, 퇴행성 신경 질환을 유발한다는 주장이다. 캐나다 맥길(McGill)대 의대 임상역학센터의 폴 브라사드 교수 연구팀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자 그룹과 비감염자 그룹의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을 평균 11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그룹은 감염되지 않은 대조군보다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률이 1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2호 (2024.06.05~2024.06.1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