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 정책에 감동" 그가 신안군에 짐을 푼 이유

고창남 2024. 6. 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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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친 군수와 삽질하는 공무원> 저자 박진우 전 청와대 행정관

[고창남 기자]

제주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제주 4·3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장을 지낸 박진우 전 청와대 행정관이 신간 <미친 군수와 삽질하는 공무원>(혜윰터)를 펴냈다.

저자는 "그동안 지켜온 환경이 지형적, 지질학적, 생물학적,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1세기 인류가 지켜야 할 자연유산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제 신안은 바다와 여러 섬의 생명을 지키는 혁명을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박진우 전 청와대 행정관을 제기동 찻집에서 만나 '신안군의 녹색혁명'과 지방자치제 등에 대해 인터뷰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주민들 울력으로 이뤄지는 정책 현장, 감동적"
 
▲ 박진우 ‘신안군의 녹색혁명’과 지방자치제 및 좋은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박진우 전 청와대 행정관
ⓒ 고창남
 
- 먼저 신안군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박정희 군사 반란에 의해 강제적으로 유보되었던 지방자치제도가 '91년 지방의회, '95년 지방자치단체장이 선출되면서 30년 만에 부활 되었고, 이제 30년이 흐르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동네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지방자치제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연구하는 중이다.

2022년에 <정책이 만든 가치>(모아북스)를 펴내어 5개의 광역의회 조례와 18개의 의미가 있거나 성과가 높은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소개하는 책을 내었고, 이어서 2탄을 준비 중으로 전국의 현장을 다니고 있다.

신안군은 4선인 박우량 군수가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언론에 의해 노출되었고, 22년도에 직접 현장을 다녀 본 결과 주민들이 울력을 하며 이루어지는 정책현장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특히 '기후 온난화'를 넘어 '기후 열대화'로 넘어가는 위험한 시기인데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이를 극복하는 혁명적 정책들을 보고는 '23년도에 신안에 짐을 풀고 40여 일 동안 거주하며 정책 현장을 두 발로 걸으며 주민들과 공무원들을 만났다."

- <미친 군수와 삽질하는 공무원>이라는 책 제목이 독자의 시선을 끌 것 같다. 제목을 이렇게 한 이유는?

"책 제목을 보고 호기심에 '읽어 보고 싶다'고 하는 독자들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책 표지에 보면 한문으로 씨뿌릴 미(䆊)에 베풀 친(嚫)으로, 직역하면, 이는 기후 위기 시대와 지방소멸 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씨를 뿌리고 베푸는 군수를 의미하고, 군수의 뜻을 헤아려 숲을 가꾸는 데 삽을 들고 나무를 심는 공무원들의 생생한 현장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 '미친'과 '삽질'이라는 의미가 부정적 인식이 더 많아 호기심을 느끼는 것 같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입으로만 하지 말고 신안군 공무원들처럼 차에 작업화와 삽을 싣고 다니다가 문제의 현장을 만나면 신발을 갈아 신고 삽을 들어 정리를 한다면 '여러분의 동네가 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현장 중심의 실천하는 공무원으로 변화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였다."
  
▲ '미친 군수와 삽질하는 공무원' ▲ ‘신안군의 녹색혁명’과 기초자치단체의 정책을 소개하는 『미친 군수와 삽질하는 공무원』
ⓒ 고창남
 
- 신안군은 태양광을 이용한 햇빛연금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신안군의 잘된 정책들을 소개한다면?

"신안군은 태양광을 통한 '햇빛연금'을 넘어 '바람 연금'을 준비하고 있는데 에너지 기본 소득 연금은 가히 혁명적이다.

원래 학술적으로 혁명은 권력의 소수를 대상으로 다수가, 목표와 사상 등을 동반해야 하는데, 신안군의 '햇빛연금'은 소수의 사업자나 자본가의 독점을 넘어 다수의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자연에너지를 사유의 관점에서 지배해 왔으나 신안군의 '햇빛연금'은 자연에너지를 공유로 전환시키는 정책이다. 그리고 정당과 정부가 꺼내기 싫어하는 보편적인 에너지 기본 연금을 도입하여 실현하여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섬마다 숲을 만들고 있는데 어린 묘목을 심는 것이 아니라 50년, 100년 되는 전국의 나무들을 기증받아 섬마다 사계절 꽃피는 숲을 조성하고 있다. 그리고 섬마다 꽃을 정하고, 꽃에 맞는 색상으로 지붕과 벽을 도색하고, 주민들의 의복과 여러 시설들도 정해진 색상으로 도색하여 사계절 꽃피는 '바다 위 꽃 정원화 사업'을 하고 있다. 꽃 정원은 기본을 5만 평 이상으로 하고, 이 곳에 식재하는 꽃과 나무들은 신안군 관내에서 주민들이 정성으로 수확한 알뿌리와 나무들이다.

섬마다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 정책, 우리나라 최초의 섬과 섬을 이동하는 도선 여객선 공영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관리하며 생명의 선순환 관리 정책, 역사 정신 계승사업으로 암태도 소작쟁의 항일정신 계승 사업, 천일염의 세계화와 근대문화유산 관리 사업, 산티아고를 넘어서는 사색의 순례길 사업 등 주민들과 함께 '떠나는 섬'에서 '살고 싶은 섬', 그리고 '가고 싶은 섬'으로 변화하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여러 사업을 추진하는 데 행정직 공무원이 아닌 기술직과 경력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참고로 신안군 공무원의 행정직 비율은 17.8%다."

- 윤석열 정부에서는 태양광 산업이 쇠퇴하고 있다. 태양광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평가한다면?

"탄소 배출량 감소는 지구 열대화를 막기 위해, 그리고 수출산업국가인 우리 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풀고 넘어야 할 산이다. 2026년부터 유럽연합(EU)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라 연 1회 탄소 배출량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였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에너지가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사용이다.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태양광 사업을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전 정부의 중점 정책사업이라며 정쟁으로 몰아 조사를 하는 등 탄압하고 있고, 소규모 태양광 사업도 규제를 만들어 추진을 힘들게 하는 등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정책'으로 윤석열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 전국에는 226개의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다음에는 어느 기초 지방자치단체를 소개할 예정인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은 <정책이 만든 가치>(모아북스, 2022) 2탄이다. <정책이 만든 가치>가 1980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신군부와 싸웠던 광주의 '5.18(5개 광역의회 조례, 18개 기초 지자체 정책)'이라는 숫자로 소개 했다면 이번은 '4.19(4개 광역의회 조례, 19개 기초 지자체 정책)'라는 숫자로 4.19 시민 혁명 정신을 살려서 30여년 만에 부활되어 변화화고 있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소개하고자 준비 중이다.

강원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경상도, 울산시, 광주시, 경기도, 인천시, 서울시 등 4개의 광역의회 활동과 19개의 기초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정책들의 의미와 성과를 분석하여 소개하고자 현장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22년에 <정책이 만든 가치>에 소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오마이뉴스>에 연재 한 바 있고, 내년에 준비중인 책의 내용도 <오마이뉴스>에 '지방자치가 희망이다'를 통해 연재 하고 있다."

- "이제 지방자치의 시대를 넘어 지방정부의 시대를 준비 할 때다"라고 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지방정부의 상(象)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모두 중앙정부의 통제 하에 이루어지면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지방자치가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의 수준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부는 3부로 구성되어 있어야 하며, 지방도 3부가 구성되어 지방정부와 연방정부와의 관계로 형성되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될 때 제도적 장치가 구비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법률 위임의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아닌 지방의 자율적인 입법권,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부과되는 조세가 아닌 지방 스스로 부과하는 조세권, 행정안전부가 승인하는 조직체가 아닌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구축하는 조직체계, 중앙정부가 독점하는 사법권도 지방으로 이양 되어야 한다.

즉 외교, 국방, 국제 교역 등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하는 사항이 아닌 모든 기능과 권한을 지방으로 넘겨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을 스스로의 책임 하에 운영되는 명실상부한 지방정부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와 연방정부의 제도를 통한 지방자치로 전환되어야 한다."

- 20대에 지방자치 운동을 했고, 30대는 청와대에서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인 12대 국정과제를 담당했고, 40대부터는 4·3의 진실을 밝히는 운동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학생 운동을 마무리 하고 사회 운동가로 넘어 갈 때 노무현 변호사(지방자치실무연구소장)를 만났다. 지방자치 운동을 하는 협의기구를 통해 지방자치 관련 의제를 논의하다가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연구원을 한 바 있다.

지방자치 운동에는 환경, 역사 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포함하였고, 신행정수도 이전, 국가균형발전 등 청와대에서 추진한 국가 중장기 과제도 지방자치라는 관점에서 수립되었다.

그 중에 제주4.3항쟁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노무현대통령이 다 풀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제 삶의 반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였다. 노무현의 가치는 우리의 가치다. 그래서 우리의 가치를 실현하는 정책에 함께 하였으며, 입안한 정책이 어떻게 풀어 나가고 있는지를 찾아서 시민들에게 알리는 숙제를 지금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방선거 투표율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보다 관심이 적은 편이다. 투표율도 낮다. 상대적으로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다. 2026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올해는 지방자치 성과를 알리는 책을 쓰는 일에 집중하고, 2025년도에는 지방자치의 의미와 성과를 알리는 강의를 전국으로 다닐 계획이다. 부르지 않으면 찾아 다니며 지방자치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 최근 직접민주주의 및 시민의회 운동이 세계각국에서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에도 직접민주주의 또는 시민의회 운동을 결합하여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맥을 정확히 짚어주어 고맙다. 지방자치의 완성은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실현되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소수의 선출직 입법부(의회) 의원이 아닌 다수의 시민이 참여하는 의회가 열려야 한다. 다수가 모이려면 작은 회의실이 아닌 광장이 필요하다.

설령 현재의 제도가 소수의 입법부(의회)로 제한하더라도 법률(조례) 개정을 통해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법률(조례)과 예산, 정책 등을 논의하여 의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수의 선출직 공직자와 시험에 의해 통과된 공무원에 의한 정책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집행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부딪히며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비효율적이다.

현행의 제도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도 시민의회의 실현을 통해 시민을 주체화하여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하고, 그러려면 현행의 지방자치 규모를 현행의 읍면동으로 전환하여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도록 추진해야 한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4.19혁명에 의해 쫓겨난 이승만 대통령은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않으려고 했고, 마지못해 추진할 때도 정치적 계산을 통해 시점을 고려했다. 그러다 박정희 군사 반란으로 지방자치는 통일될 때까지 유보한다는 헌법 부칙 개정으로 주권자의 권리를 박탈당했다.

1987년 민주대항쟁을 통해 헌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를 실시하고자 했으나 이루어지지 않다가 노태우 군부독재정권시기인 1991년도에야 지방의회를 부활시켰고, '길 위의 대통령'이라는 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인 1995년도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이루어지면서 형식적으로나마 지방자치제도가 부활된 후 30여 년이 지나고 있다. 형식적인 지방자치제도내에서도 성과를 이루어내며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내고 있다.

한 나라의 정치 발전은 그 시대 시민의 눈높이만큼 변화한다고 한다. 우리의 지방자치제도가 보다 성숙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관심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의 변화는 우리의 애정 어린 관심과 참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믿는다. 현대는 기후위기, 인구위기, 지방소멸 위기 등 위기의 시대이다. 위기의 시대 지방자치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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