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856억 연금 적자"…국회 개원 늦어질수록 쌓이는 연금 부담[뉴스설참]

박현주 2024. 6.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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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년 이후 손 못 댄 국민연금
현행 유지시 매일 856억원씩 기금 적자 쌓여
국회 개원 늦어지면 적자 규모 커져
여야 모두 더 내고 더 받기…받는 돈 다를 뿐
전문가"소득대체율 유지하고 보험료만 올려야"

편집자주 - '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17년간 정체된 연금개혁이 22대 국회로 또다시 미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자고 했지만, 국민의힘이 졸속 개혁으론 부족하다며 22대 국회에서 여·야·정 합의체를 구성해 다시 논의하자고 한 것이다. 국회의 개혁안 통과가 미뤄지는 일수만큼 국민 부담은 커지게 되는데, 국회가 원(院) 구성 기한인 오는 7일 개원해 즉시 연금개혁안을 처리한다 해도 최소 8560억원의 기금 적자가 쌓이게 된다.

국회의장실 추산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가 유지되면 매년 기금 적자는 30조8000억원씩 증가한다. 매일 856억원씩 적자가 쌓이는 셈이다.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오른 뒤 동결된 상태고, 소득대체율은 1988년 이후 한 번도 올라가지 않고 떨어지기만 했다.

22대 국회는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을 마쳐야 개원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데, 원 구성 법정 기한은 오는 7일이다. 이날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연금개혁안을 통과·실시한다 해도 10일 전인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지난달 28일)에서 처리했을 때보다 국민 부담이 8560억원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험료율은 소득 대비 보험료 비율, 즉 내는 돈을 뜻하고 소득대체율은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 비율, 즉 연금 수령 나이가 됐을 때 받는 돈을 의미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적으로 법안 통과 당일부터 연금액이 변경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게다가 14~21대 국회는 평균 45일의 원 구성 기한을 가지며 개점 휴업 상태에 머물러왔다는 점에서 법안 처리가 미뤄지는 일수만큼 기금 적자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평균 45일 지각' 국회 개점휴업 반복 이번에도?[뉴스설참]) 현재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22대 국회에서도 원 구성은 법정 기한을 지키지 못할 우려가 있다.

여야 모두 '더 내고 더 받기' 제안…하지만 언젠간 고갈돼

1988년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로 도입된 국민연금은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60%'로 바뀌었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춘 뒤로 국민연금 개혁은 17년간 바뀌지 않은 채 정체 중이다.

21대 국회에서 여야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는 것에는 뜻을 모았지만, 소득대체율(현행 40%)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을 43%,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는 방안을 주장했는데, 추후 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자며 국민의힘이 내놓은 중재안(소득대체율 44%)을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소득대체율 44% 중재안은 구조개혁(기초·퇴직·직역연금 등 전체 연금제도를 고쳐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22대 국회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구조개혁'이다. 하지만 기초·퇴직·직역연금 등 제도 자체를 모조리 개혁해야 하므로 여론 수렴, 방안 마련 및 합의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 이에 21대 국회에선 우선 '모수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연금수령나이 등을 조정해 기금 고갈을 늦추자는 것)을 통해 '급한 불'이라도 끄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여야의 개혁안이 통과되면 개인에겐 얼마나 이득일까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인 현행 제도에서 월 평균 소득이 100만원인 직장인은 연금 가입 기간 40년 이후 연금 수령 나이가 되면 연금액 40만원을 받게 된다. 생애 주기 동안 월급이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계산 편의상 월급이 월 평균 소득과 같다고 가정하면 매월 납부하는 보험료는 평균 4만5000원이다. 나머지 절반액 4만5000원은 회사가 부담한다. 같은 평균 소득을 가진 지역가입자의 경우 개인이 9만원을 전액 납부해야 한다.

월 평균 소득 500만원인 직장인 A씨의 사례로 보면, 그는 현행 제도에서 평균 월 22만5000원을 납부한다. 나머지 절반액은 회사가 낸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 40년 이후 연금 수령 나이가 되면 A씨는 월 200만원의 연금을 수령하게 된다.

보험료율 13%인 여야 개혁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A씨는 월 32만5000원을 부담하게 된다. 다만 소득대체율이 다르기 때문에 받는 돈이 달라진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1안(소득대체율 43%)이 시행될 경우 월 215만원, 민주당의 방안(소득대체율 45%)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월 225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평균 월 10만원을 더 내고 각각 15만원, 25만원을 더 받게 되는 것이다.

이를 보면 여야의 연금개혁안 모두 최소한 개인에게는 이득으로 보인다. 연금수령 나이가 되면 화폐 가치가 달라지겠지만, 금액만 단순 고려했을 때는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커진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회원들이 지난4월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과 국가책임 강화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이를 국가 전체에 적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소득대체율을 높여 개인이 월 10만원씩만 더 받아도, 수급자 500만명일 때 국가가 돌려줘야 하는 금액은 매월 5000억원이 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약 546만명인데, 고령화로 수급자의 수는 점차 늘어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당초 내놓은 1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64년, 민주당의 방안이 시행되면 2063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개혁안이 실시돼도 기금이 고갈되는 이유는 여야가 내놓은 방안 모두 '더 내고 더 받는 안'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더 내고 덜 받는 안'을 통과시켜 세대 간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국민 여론 악화를 우려해 이런 개혁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금 수령 시기를 62세에서 64세로 바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극렬한 시위를 맞닥뜨려야 했다.

이에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은 유지하고 보험료율만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안'이다. 윤 명예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연금연구회 세미나에서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면 연금 개혁이 아니라 연금 개악"이라며 "소득대체율이 44%라면 보험료율 13%가 아닌 21.8%로 걷어야만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고, 보험료만 12∼15%로 올려야 한다"며 "보험료율을 최소한 12% 이상으로 인상해야만 제대로 된 구조개혁의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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