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스타] ① 얼굴에 이빨 꽂혀 실려갔던 소년, '2류 공격수'에서 유럽축구 중심까지 단 2년 : 독일 퓔크루크

김정용 기자 2024. 5.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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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라스 퓔크루크(독일 축구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1부에서는 애매하고, 2부에서만 통하는 선수들이 있다. 니클라스 퓔크루크가 한때 그랬다. 2년 전 퓔크루크는 1부에서는 안 통하고, 2부로 내려가면 활약하는 선수였다.


현재시점은 다르다. 퓔크루크는 유럽축구의 중심에 있다. 6월 2일(한국시간) 보루시아도르트문트의 주전 공격수로서 2023-2024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레알마드리드를 상대한다. 그리고 15일 개막하는 유로 2024에서 개최국 독일의 가장 믿음직한 전문 스트라이커로 활약할 예정이다.


퓔크루크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이빨이다. 13세 때부터 명문 베르더브레멘의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배웠는데, 하루는 훈련 중 동료 선수의 이가 퓔크루크의 이마에 말 그대로 박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마에 구멍이 난 퓔크루크, 이가 빠진 동료가 나란히 병원에 갔다. 퓔크루크는 "미친 사건이었다. 구강 박테리아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상처라고 하더라"라고 회고한다.


그의 치열도 유명하다. 오른쪽 위 송곳니가 하나 없어서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평소 별명은 루크(lucke)인데 독일어로 틈이라는 뜻이다. 경기력이 좋을 때는 갭투스드 어새신(gap-toothed assassin)으로 별명이 바뀌는데, 무협지식으로 의역해보면 치간살수(齒間殺手) 정도 되겠다. 그의 치열이 얼마나 유명한지, 다른 팀으로 떠났던 퓔크루크가 5년 만에 돌아왔을 때 브레멘은 이빨 사진만 덜렁 올리며 그의 복귀를 발표했다.


퓔크루크는 유소년 시절 1년에 160골 넘게 폭격하기도 했던 대형 유망주였다. 하지만 브레멘 1군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20세였던 2013년부터 2부에서 모험을 시작했다. 그로이터퓌르트를 거쳐 뉘른베르크에서 2015-2016시즌 14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를 바탕으로 고향팀 하노버96으로 이적, 2017-2018시즌 1부 14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1부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고 부상까지 입었다. 후보 신세에 머무르고 있다가 2021-2022시즌 브레멘이 2부로 강등되자 다시 주전으로 부상, 19골을 몰아치며 승격을 이끌었다. 이때까지는 2부리그용 공격수라는 딱지가 붙어도 할말이 없었다.


인생역전은 2022-2023시즌부터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그 시즌 리그 16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다른 시즌 같으면 득점왕을 노리기 힘든 수치지만, 마침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떠나고 해리 케인이 오기 전 빈틈이 있었다. 시즌 도중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 독일에 쓸만한 공격수의 씨가 마르자 리그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던 퓔크루크가 등용됐는데,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바로 데뷔골을 넣으며 최종명단에 들었고 월드컵 본선에서도 2골을 추가했다. 독일 필드 플레이어로서 20년 만의 최고령 A매치 데뷔였다. 현재까지 A매치 15경기 11골로 순항 중이다.


브레멘에서 성공적인 1년을 보내자마자 우주의 기운이 퓔크루크에게 몰렸다. 도르트문트가 엘링 홀란의 이적과 세바스티앙 알레의 고환암 투병으로 공격수를 찾다가 30세 퓔크루크를 전격 영입했다. 퓔크루크의 이번 시즌 경기력이 만점이라고 하긴 힘들지만, 리그 12골 8도움과 UCL 3골 3도움으로 주전 스트라이커의 자격은 충분히 보여줬다. 특히 UCL 4강 1차전에서 파리생제르맹(PSG)을 꺾을 때 소중한 선제결승골을 터뜨렸다.


니클라스 퓔크루크(보루시아도르트문트). 게티이미지코리아

다가오는 유로 본선에서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플랜 A는 멀티 플레이어 카이 하베르츠의 최전방 기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에서 그랬듯, 가짜 9번이 잘 통하지 않을 때 투입될 전문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독일은 이를 염두에 두고 예비명단에 퓔크루크, 데니스 운다프, 막시밀리안 바이어까지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한 전문 스트라이커를 3명이나 선발했다. 그 중 가장 믿음직한 선수는 치간살수 퓔크루크다.


▲ 니클라스 퓔크루크
나이 : 31세
소속팀 : 보루시아도르트문트
A매치 기록 : 15경기 11골(31일 현재)
주요 경력 :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2022-2023), 분데스리가 공식 시즌 베스트팀(2022-2023), 독일선수노조 선정 시즌 베스트팀(2022-2023)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베르더브레멘 X(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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