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달구는 학생 창업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5. 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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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보단 창업…기술력·아이디어 두각
1조 가치 ‘유니콘’부터 상장 ‘잭팟’까지

올 초 서울대 공대(기계공학부)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중호 대표는 겹경사를 맞았다. 지난 2월 박사 학위 취득과 맞물려 1월에는 그가 지난해 7월 차린 스타트업 ‘아이디어오션’이 미국 CES에서 혁신상을 탔다. 법인 설립 4개월 만에 일군 쾌거다. 아이디어오션은 기계·로봇을 인공지능(AI)이 자동화해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김 대표는 “연구하던 메커니즘 자율설계 기술이 세상을 바꿀 만한 핵심 기술이라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돌아봤다.

경기 침체와 산업 구조 변화로 취업 문이 좁아진 대학가에서 창업 열기가 펄펄 끓는다. 대기업 취업보다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이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 학생 창업 건수는 매년 증가세다.

무모하다는 인식이 짙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창업 자체를 커리어 개발의 일환으로 보는 학생이 다수라고 대학가는 입을 모은다.

서울대 등 창업 열기 후끈

연세대·숭실대 학생 창업 2배↑

서울대는 경영대와 공대 등 주요 단과 대학별 창업 지원 인프라가 탄탄하다. 대학 측은 창업 휴학 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창업 휴학 대상도 대표이사에서 사내이사까지 확대했다. 창업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최근에는 동문창업네트워크(SNU Alumni Entrepreneur Network)를 열 정도다. 이 행사는 대학 차원의 창업 활성화 노력을 소개하고 동문 창업자·투자자 간 교류의 장 마련을 목적으로 연 1회 열린다. ‘비더로켓(학내·외 대상)’과 ‘더비기닝(학내 대상)’ 등은 서울대 간판 창업경진대회로 자리 잡았다.

덕분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물론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쏟아진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송슬옹 대표는 2021년 ‘고이장례연구소’라는 원스톱 장례 플랫폼을 차렸다. 국내 상조 시장은 매년 약 10%씩 성장하지만 정보 비대칭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 데서 기회를 포착했다. 고이장례연구소는 장례 가이드북과 맞춤형 견적은 물론, 장례지도사 매칭, 장례식장과 장지까지 직접 검색·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4월에는 25억원 규모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송 대표는 “장례지도사이신 부모님 영향으로 장례 서비스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연세대는 학생 창업 수가 2021년(대학공시연도 기준) 36개에서 2023년 75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창업 생태계 조성은 물론 대학 기반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에도 힘을 쏟는다. 창업학사제도를 활용한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가 1조원 주식 부자 반열에 든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다. 그는 2014년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붐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대학을 휴학한 뒤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 11월 그가 처음 차렸던 회사 이름은 이노벤처스다. 이노벤처스는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한 브랜드 ‘에이프릴스킨’으로 창립 첫해 11월과 12월 두 달 동

안 매출 2억원을 올렸다. 현재는 프리미엄·기능성 홈 뷰티 제품을 중심으로 다각화를 이뤘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5238억원, 영업이익 104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 역시 연세대 산업공학과 출신으로 창업학사제도를 적극 활용한 경우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이미 지난해 10월 LG유플러스 등에 투자를 받을 때 ‘유니콘(1조원 이상 기업가치)’ 반열에 올랐다.

숭실대 역시 학생 창업 수가 2022년 10개에서 지난해 25개로 2.5배 늘었다. 숭실대는 자체 개발한 ‘성장 단계 진단 지표’를 기반으로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에 힘을 쏟는다. 2020년 창업지원단·캠퍼스타운에 입주했던 디노스튜디오는 2022년 매출 약 10억원에서 지난해 34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유튜버와 광고주를 매칭하는 플랫폼 ‘크레브(CREVE)’를 서비스한다. 이 회사는 올해 커머스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연매출 100억원을 목표로 한다. 건국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74개 학생 창업 기업을 배출했다. 이 학교 산업공학과 김효재 대표가 차린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 ‘ZOOC(쭉)’은 생성 AI 기반 이미지 콘텐츠 앱을 서비스한다. 반려동물을 캐릭터화하고 반려동물과 추억을 기록하는 앱이다.

대세는 기술 창업

카이스트·서울 공대·포스텍

대학가 창업 키워드는 역시 기술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 학생 창업 기업의 약 42%가 기술 기반 업종에 속했다. 기술 창업의 메카가 카이스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학생(졸업생 포함) 창업 건수는 2019년 100건, 2020년 85건, 2021년 123건, 2022년 107건 등으로 거의 매년 100건을 웃돈다. 이는 30~50건 안팎인 서울 주요 종합대학 학생 창업 건수를 큰 폭 앞지른다. 제품 상업화를 전폭 지원하는 ‘패스트 프로토타이핑’ 등 입체적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카이스트만의 차별 포인트다.

배현민 카이스트 창업원장은 “해마다 100개 이상 창업 기업이 배출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 초 CES에서 주목받은 카이스트 스타트업은 리빌더AI다. 3D 모델링 기술 스타트업 리빌더AI는 2021년 말 설립됐다. CES에서 롯데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 칼리버스에 전 세계 브랜드 상품을 가상 쇼핑 공간에 쉽게 올릴 수 있도록 하는 AI 스캔 기술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카이스트 IT 석사 출신 김정현 대표와 박규열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의기투합해 차렸다. 휴대폰 촬영만으로 주변 사물이나 공간을 3D로 만들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한 게 밑바탕이 됐다.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AI 서비스 브이린(VRIN) 플랫폼을 선보였다.

카이스트를 맹추격 중인 곳은 유수 기업가를 다수 배출한 서울대 공대다. 서울대 공대는 ‘해동 아이디어 팩토리’ ‘공대 창의설계축전’ ‘해동 주니어 스타트업’ ‘SNU 동서 창업 특강’ 등 아이디어 발굴·설계부터 법인 설립, 투자 유치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SNU 공학기술 유니콘 발굴 투자조합’ 펀드는 서울대 공대 간판 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펀드는 대학 지원을 받아 53억원 규모 개인투자조합 형태로 설립됐다. 서울대기술지주가 운용(GP)을 맡고 서울대 공대, 서울대 공대 출신 기업, 기업가, 동문, 교원 등이 출자자(LP)로 참여했다. 스타트업당 5000만~10억원을 투자한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과 학·석사를 졸업한 유성한 반프 대표는 국내 타이어 기업의 낮은 영업이익률에 의문을 갖고 창업한 경우다.

그는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 중인 기업이 타이어 안전성에 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알고 창업 기회를 모색했다”며 “타이어 공기압·마모도·적재량·노면 상황 등을 알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봤다”고 돌아봤다.

2020년 말 설립된 반프는 타이어 내부에 부착해 정보를 수집하는 ‘i센서’를 개발하는 등 타이어 안전관리 솔루션 출시를 앞뒀다.

포스텍 역시 기술 창업의 중추로 꼽힌다. ‘동기부여-아이디어 발굴과 고도화-창업과 후속 성장 지원’에 이르는 성장 주기별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탄탄하다.

덕분에 지난해에만 에코텍트(균사 기반 친환경 부표), 지퍼(콘텐츠 기반 소비 플랫폼), 짚에듀(에듀테크), 페러데이에너지(전기화학 전해셀), 브이에듀(VR 반도체 교육 콘텐츠) 등 기술 기반 학생 창업이 쏟아졌다.

최근 주목받는 티센바이오팜(2021년 설립)은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가 이끄는 3D 바이오프린팅·조직공학 연구실에서 첫발을 뗐다.

한원일 대표(포스텍 융합생명공학부 박사)는 “당시 연구하던 의료용 생체재료와 인공장기 관련 다양한 기술을 배양육 개발에 집약했다”며 “마블링이 구현된 배양육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은 티센바이오팜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과 학·석사를 졸업한 유성한 반프 대표는 국내 타이어 기업의 낮은 영업이익률에 의문을 갖고 창업한 경우다.

그는 “자율주행 트럭을 개발 중인 기업이 타이어 안전성에 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알고 창업 기회를 모색했다”며 “타이어 공기압·마모도·적재량·노면 상황 등을 알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봤다”고 돌아봤다.

2020년 말 설립된 반프는 타이어 내부에 부착해 정보를 수집하는 ‘i센서’를 개발하는 등 타이어 안전관리 솔루션 출시를 앞뒀다.

포스텍 역시 기술 창업의 중추로 꼽힌다. ‘동기부여-아이디어 발굴과 고도화-창업과 후속 성장 지원’에 이르는 성장 주기별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탄탄하다.

덕분에 지난해에만 에코텍트(균사 기반 친환경 부표), 지퍼(콘텐츠 기반 소비 플랫폼), 짚에듀(에듀테크), 페러데이에너지(전기화학 전해셀), 브이에듀(VR 반도체 교육 콘텐츠) 등 기술 기반 학생 창업이 쏟아졌다.

최근 주목받는 티센바이오팜(2021년 설립)은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가 이끄는 3D 바이오프린팅·조직공학 연구실에서 첫발을 뗐다.

한원일 대표(포스텍 융합생명공학부 박사)는 “당시 연구하던 의료용 생체재료와 인공장기 관련 다양한 기술을 배양육 개발에 집약했다”며 “마블링이 구현된 배양육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은 티센바이오팜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생활밀착형 아이디어로 ‘잭팟’

전략적 투자자에 인수되기도

대학가 창업 아이템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일상 속 불편함에서 ‘페인포인트(Pain Point·고충)’를 적극 발굴한 사례가 다수다.

중고거래 플랫폼 파라바라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비대면 온·오프라인 연계(O2O) 중고거래 자판기 ‘파라박스’를 운영한다. 중고거래 시 직거래를 위해 당사자들이 시간을 맞춰야 하는 불편함과 실물 확인 어려움, 사기 위험 등 부작용을 줄일 목적으로 출발한 회사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재학 중이던 김길준 대표가 2019년 휴학 후 차렸다. 비대면 중고거래 편의성을 눈여겨본 이마트24, AK플라자, 롯데마트 등 유통 기업이 파라박스를 도입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도 마찬가지다. 장지호 대표는 한양대 의대를 휴학하고 2019년 닥터나우를 설립했다. 수준 높은 국내 의료 서비스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제공되도록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목표에서다. 장 대표는 “장애인·노숙자 등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꾸준히 나가면서 비대면 진료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2022년 설립된 메디아크도 비슷한 사례다. 서울대 의대 박사 과정을 밟던 이찬형 대표가 현장에서 외국인 환자를 상대하며 느낀 불편함을 녹여, AI 기반 사전 문진 앱 ‘심토미’를 선보였다. 실제 문진에서 쓰이는 문답을 활용해 AI가 질환을 추정한 뒤 서비스 이용자가 관련 진료과에 내원할 수 있도록 지도에 가까운 병원과 약국을 표시한다.

생활밀착형 아이디어로 사업화에 성공해 전략적투자자(SI)에 인수되는 사례도 속속 나타난다.

교육 전문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유니브와 AI 맞춤 교육 앱 ‘큐비’를 운영하는 프리딕션이 주인공이다. 유니브와 프리딕션은 모두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던 재학생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유니브는 정재원 대표(연세대 산업공학과)가, 프리딕션은 이인섭 대표(세종대 컴퓨터공학과)가 각각 창업했다. 두 곳 모두 인수자는 메가스터디교육이다.

지난해 메가스터디교육은 유니브를 품었다. 유니브는 메가스터디교육이 2020년 25억원 규모로 투자한 스타트업이다. 메가스터디교육은 지난 2022년에는 약 100억원을 들여 프리딕션도

인수했다. 프리딕션 시드 투자자로 약 2억원을 투자한 뒤 내부화한 경우다.

피버팅 후 고속 성장

재학 중 연쇄 창업도

사업 전환(피버팅)을 통해 고속 성장 중인 경우도 눈에 띈다. 이준호 대표(포스텍 컴퓨터공학과)가 동기인 신소재공학과 유재준 이사와 함께 2020년 창업한 플라스크가 대표 사례다. 창업 초기에는 AI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 ‘딥페이크’를 사업 아이템으로 점찍었다.

다만, 창업 초기 투자자와 게임 엔지니어를 만나 ‘좀 더 기술을 고도화해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현재 주력 서비스인 ‘플라스크 모션’을 선보였다. 이는 이용자가 올린 영상을 AI가 모션 캡처하듯 관련 데이터를 뽑아주는 서비스다.

모션 캡처는 배우의 움직임을 일일이 디지털화하는 것으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플라스크 모션은 AI 기반 모션 캡처 서비스로 소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 피버팅 후 네이버 D2SF를 비롯해 줄줄이 투자를 유치했다. CES 2023에서 혁신상도 탔다.

재학 중 연쇄 창업에 나선 경우도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재학생 오재호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항만물류 시스템 관련 기술로 창업한 첫 회사를 매각하고 파일러라는 회사를 또 차렸다. 이 회사는 영상 이해 기술을 기반으로 동영상 맥락을 분석하는 ‘에이드(AiD)’ 솔루션이 주력이다. 동영상 광고가 게재되는 콘텐츠 맥락을 AI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광고 오집행률을 1%대로 낮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재학 중 창업해 상장을 앞둔 회사도 등장했다. 정지성 대표를 포함 광주과학기술원(GIST) 박사 과정 4인이 2016년 창업한 에스오에스랩은 오는 6월 3일부터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나선다.

에스오에스랩은 차량과 로봇 등 자율주행 기기에 쓰이는 3차원(3D) 고정형 라이다 제품(ML)을 개발한다. 라이다란 빛 반사를 이용해 물체 형태와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센서다.

에스오에스랩 기업가치는 공모가 기준 1160억~1392억원으로 예상된다. 뛰어난 기술력에 자율주행이라는 핫한 테마까지 더해져 증권가 관심이 높다는 후문이다.

사제지간 ‘연구실 창업’ 계보는
‘이광형-김원찬-권욱현 사단’ 산업계 쥐락펴락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사제지간 연을 디딤돌 삼아 시작한 ‘연구실 창업’이 국내 산업계 밀알이 된 사례가 적지 않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과 그의 연구실 출신 제자들이다. ‘이광형 사단’으로 불릴 만큼 쟁쟁한 인물이 적지 않다. 글로벌 게임 업체 넥슨 창업자 故 김정주 NXC 대표이사를 비롯 김영달 아이디스 대표 등이 이광형 총장 제자다. 故 김정주 대표는 1993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석사 과정에 입학한 직후 창업했다 실패한 뒤 이듬해 넥슨을 차렸다. 당시 지도교수가 박사 과정을 그만둘 것을 권유했는데, 연구실을 나온 그를 받아준 인물이 이 총장이다.

김영달 대표는 1997년 영상보안 전문기업 아이디스를 설립해 세계 최초로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를 개발했다. 대학원 동료 5명과 창업한 게 아이디스의 시작이다. 두 사람 외에도 이 총장 연구실에서는 신승우 네오위즈 공동창업자, 김병학 카카오브레인 대표,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올라웍스 창업자) 등 기라성 같은 1세대 벤처기업가들이 다수 배출됐다.

서울대 공대에도 ‘이광형 사단’ 못지않은 사단이 꽤 있다. ‘김원찬 사단’과 ‘권욱현 사단’이 대표적이다. 김원찬 전 서울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공학도는 ‘기술보국’으로 나라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지론을 제자에게 설파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동진 멜파스 전 대표를 비롯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달수 전 티엘아이 대표, 송병준 컴투스 이사회 의장 등이 ‘김원찬 사단’에 속한다.

권욱현 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교수도 산업계 거물을 다수 배출했다.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 이재원 슈프리마 대표, 서민호 전 텔레칩스 대표, 김용훈 파인디지털 대표, 김덕우 우리기술 창업자, 임성훈 바텍 창업자 등이 권 전 교수 제자다.

최근에는 활발한 산학협력으로 이영민 서울대 벤처경영 교수와 연을 맺은 스타트업도 다수다.

강미나 빅펄 대표, 이장원 비욘드뮤직 대표, 최예진 두부 대표, 이재윤 집토스 대표 등이 모두 이 교수와 수업을 통해 사제지간 연을 맺은 경우다. 이영민 교수는 벤처캐피털(VC)업계에서 20여년 이상 몸담은 베테랑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진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도 맡았다.

인터뷰 | 아이디어오션, 제자 CEO-교수 고문 ‘최강 호흡’
“인사가 ‘만사’ 절감…막연한 긍정, 창업자에겐 毒”
아이디어오션은 서울대 기계공학부 김윤영 석좌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김중호 대표가 지난해 7월 차린 스타트업이다. 기계와 로봇을 AI가 자동화해 설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눈에 띄는 부분은 김윤영 교수가 기술 고문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점이다. 제자인 김 대표가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김 교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조언을 건네 시너지를 낸다.
윤관식 기자
Q. 창업 배경은.

A. 아이디어오션이 보유한 기술은 기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다. 서울대에서 세계 최초로 만든 기술을 발전시켜 세상을 변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교수님도 직접 개발한 기술을 발전시켜 세계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계셨는데, 그 기술로 창업하니 기뻐하셨다.

Q.창업 전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도 많았을 텐데.

A. 창업 전에는 연구개발(R&D)만 잘하면 돈은 알아서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다. 창업해보니 기술 외 영업·인사·재무 등 전반적인 경영 능력 없이는 회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다. 투자 유치도 회사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그 분야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Q.. 학생 창업자에게 어떤 지원이 더 필요할까.

A. 핵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연결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창업자 친구들도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사람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력이 없으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기술을 보유했더라도 돈을 벌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Q. 최근 취업보다 창업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A. 좋은 현상이다. 대기업은 파괴적 혁신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스타트업은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경제·사회·기술 등 모두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이 속도에 맞출 수 있는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Q.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하자면.

A. 막역한 ‘긍정’을 경계해야 한다. 창업을 결심할 땐 스스로 능력과 기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은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무한 긍정 태도로 임하다 보면 자신은 꿈만 좇고 주변 사람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천천히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늘 자신의 주장이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1호 (2024.05.28~2024.06.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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