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청개구리' 사는 논에서 함께 손모내기 해요

노광준 2024. 5. 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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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 생태환경 논에서 모심기 행사 개최... "아이들이 안 나오려고 해요"

[노광준 기자]

▲ 도시민과 농민이 함께하는 연천 친환경생태논 손 모내기 행사 포스터 출처 : 임진여울 영농조합법인
ⓒ 임진여울
 
며칠전 톡으로 초대장 하나를 받았다. 오는 6월 1일 토요일, 연천군 어디어디에 있는 논에서 손모내기 행사를 한다는 초대장이었다. 손모내기를 한다구? 지금 이 시대에?

사진을 보니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그 밑에는 생태논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뭔가 그 논에 살고 있겠다는 직감이 왔다.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비건쌀빵'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여기서 수확하는 쌀로 비건쌀빵, 즉 계란과 우유와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빵을 만들어 판다?

곧바로 전화를 들어 초대장을 보내신 분께 여쭤봤다. 도대체 그 논에 뭐가 살고 있냐구. 그랬더니 놀라운 말이 나왔다.

"수원 청개구리라고 들어봤나요? 멸종위기1급, 그 지역이 수원 청개구리 밀집 서식지예요."

아.... 그제서야 모든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원에서 발견됐다지만 수원에서도 보기 힘든, 그래서 연구자들과 시민들이 전국 방방 곡곡을 찾아다닌 끝에 겨우 띄엄띄엄 그 서식을 확인했다는 수원청개구리가 많이 모여살고 있는 논. 그 논에서 화학농약 안 쓰고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학교급식 계약재배 쌀을 재배해온 농민들이 도시민들과의 접점을 넓히려고 만든 행사가 바로 이번 주 토요일 손모내기 행사였던 거다.

벌써 13년째 이 행사를 해왔다고 한다. 주인공과 전화인터뷰를 했다. 그는 임진여울 영농조합법인의 박용석 대표였다. 그에게 이 질문부터 해봤다. 요즘 아이들이 손모내기를 한다고 하면 도망가지 않느냐구.

"아이들이 처음에는 논에 첫 발을 디딜 때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꺼리고... 느낌도 뭉컹뭉컹하고 이러잖아요. 그런데 나중에는 아이들이 안 나오려고 해요. 흙의 질감과 그런 보람... 아무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아예 그냥 논에 주저앉아서 놀이를 하는 아이도 있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요즘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흙을 만지면서 크는 게, 이게 자연과 교감을 하고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될 텐데, 너무 도시적인 시각에서 먼지 묻고 흙 묻으면 탈탈탈 털고 바로 벗겨서 옷 빨아주고 하는 이런 게 과연 맞나 이런 싶은 생각도 좀 들긴 합니다."

- 도시민 입장에서는 아 논에 잘 못들어갔다가 뱀 나오는 거 아닐까 무섭기도 해요.

"특히 엄마들이 (그런 걱정을 많이 하시죠). 논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죠. 처음 보는 것들이니까. '벌레다' 막 이러면서 엄마들이 더 놀라죠. 그러면 아이들이 덩달아 놀라고 그러는데 그런 것들을 몇 번 참석하신 분들은 알아요. 저희가 의도적으로 논에 서식하는 생물이나 식물을 알려드리거든요. '이게 함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라고 해주면 훨씬 반응이 진지해지고 그렇게 호들갑 떨지 않고 그러거든요. 도시 아파트에서는 막 뭐 하나 기어다니면 난리가 나잖아요. 근데 그런 것들이 많이 좀 잦아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 그 논에는 어떤 생물들이 살고 있나요?

"일단 저희도 굉장히 귀하고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수원 청개구리'라고 멸종위기생물 1급이 있어요. 청개구리는 흔하게 보는 편인데 걔랑은 전혀 다른 군이에요. 수원에서 발견이 됐다고 그래서 수원청개구리라고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게 저희가 친환경 재배를 계속 확대해온 이 (연천군) 남계리가 전국 최대 서식지로 밝혀졌고요. 저희가 계속 친환경 재배지를 넓혀 나가는 것에 맞춰서 얘네들도 서식지를 따라 넓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아주 고무적으로 보고요.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는 흔하게 보고요. 여기에 새우라든지 다양하게 있죠. 그러니까 저희가 생물 조사를 논에서 해보면 다른 지역 관행 농사를 짓는 논에 비해서 약 40% 정도 개체수가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는 조사 결과들도 있고요."

- 혹시 손모내기를 하다 수원 청개구리를 만날 수도 있나요?

"소리는 들을 수 있겠죠. 야행성이어서 한 오후 5시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와요. 요새 짝짓기 철이어서 짝을 찾는 구애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고요. 아주 조심스럽게 그 울음소리를 가만히 찾아가다보면 만날 수도 있죠. '신기하다.'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요."

- 손모내기 행사는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저희가 손모내기를 한 지 133년 전 정도 되는데요. 저희가 연천군 농민회 미산 지회에서 친환경 농사를 지어 직거래를 해보자고 몇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시작을 했어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벼농사였고 그렇게 7농가가 시작했는데 판로확보가 쉽지 않아서 주로 의정부 쪽에서 생협하시는 분들, 먹거리 고민하시는 분들과 교류하면서 우리가 도시 소비자와 농민과 뭔가 접촉하고 교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맞아서 손모내기를 같이 해보자고 시작한 거예요.

처음에는 손모내기를 하고 두부에 막걸리 한 잔, 떡 이렇게 나누고 하다 저희가 지역에서 분위기도 타고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 계약재배로 저희가 생산한 쌀이 의정부 학교로 공급되면서 나름 생산규모도 커지고 그러다보니 우리가 이제 의정부를 중심으로 해서 판을 좀 키워보자는 차원에서 손모내기 행사를 대중적으로 준비하게 된 거예요."

- 친환경 농업이라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농약? 혹은 저농약?

"저농약 인증은 지금 없어졌고요, 친환경농업이라고 하면 무농약과 유기 인증이 있어요. 무농약은 유기 인증을 가기 전 단계의 친환경 농업이고 그것도 되게 어렵잖아요. 제초제나 화학 농약은 절대 못 치고 화학 비료는 30% 이내에서 사용, 유기농은 그조차도 안 쓰는, 저희는 올해 유기 인증이 두 분이 나오시고요, 나머지는 유기예요. 올해 한 일곱분 정도 유기 신청이 들어갈거예요. 그러면 2년간 전환기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2년 동안 유기농업을 진행하되 전환기로 해서 무농약 인증이 나와요. 그러고 2년 후에도 계속 유기농업으로 계속 농사를 지으면 유기인증으로 바뀌죠."

- 화학 농약과 화학 비료를 안 주나요?

"전혀 안 주죠. 사실 참 어렵죠. 대신 땅을 살리지 않으면 못 가는 농업이죠. 문제는 유기를 생산하면 더 어려운 농업이니까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나 대가를 좀 더 줘야 되는데 그 시장이 크지 않아서 어렵죠."

- 땅이 달라지는 게 보이나요?

"보이죠. 그건 보입니다. 저희는 볏짚을 의무적으로 다 환원하도록 해요. 의무적으로. 그게 무슨 얘기냐면 벼농사를 짓고 저희는 쌀만 그러니까 벼와 벼 알만 취득하고 나머지 볏짚이라고 하는 거를 다시 땅속에 환원을 시키거든요. 그렇게 해야 땅에 유기물이 계속 공급되면서 미생물이라든지 다양한 땅속 생물들이 살아나는 거거든요. 그런데 다 걷어가면 땅이 딱딱해지고 산성화되죠. 저희가 그렇게 의무적으로 볏짚을 환원시켰더니 4년째 땅이 변하는 걸 느낀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굉장히 작물이 건강해지고 잘 자란다는 거죠."

- '비건 쌀빵' 이야기를 들었어요.

"네네. 저희가 어쨌든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하려고 친환경 재배해서 주로 학교 급식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국가적으로도 지금 쌀이 남아서 여러 문제도 되고 고민도 되고 있는 상황인데, 쉽게 다른 작목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이유는 농민들이 고령화가 되면서예요. 벼농사는 95%가 기계화가 가능해요. 그래서 나이가 있어도 할 수 있는 농업이 벼농사인데 이걸 전환하라고 전환이 되는 게 아니거든요. 내 몸에 맞지 않는데 (밭농사로) 전환이 안 되는 상황이고 그런데 쌀 소비는 급격하게 빨리 줄고 있어서, 어쨌든 (사람들이) 밥을 안 먹으면 다른 걸 먹을 텐데 그거를 쌀로 좀 대신해보자. 대신에 건강한 지속 가능한 우리의 지향점을 좀 갖고 갔으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져서 저희가 비건 쌀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어요."

- 반응은?

"호불호가 있죠. 건강한 먹거리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꽤 괜찮다, 그리고 저희가 설탕도 유기농 설탕을 쓰긴 하지만 많이 넣지는 않고 일체의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고 또 부재료도 국내산, 친환경 재배로 생산된 부재료들을 쓰고 하니까 속이 편하다고, 그래서 많이 찾으시고요. (반면) 달달하고 일반 베이커리 빵에 익숙하신 분은 좀 뻣뻣하고 안 달고 맛이 없다, 이렇게 극과 극이죠."

- 쌀빵과 비건 쌀빵의 차이는?

"계란, 우유, 버터가 일반 베이커리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이거는 계란 우유 버터를 안 넣는 거죠. 사실은 축산에 대한 과한 의존으로 인해 지구의 건강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가급적 비건쌀빵을 해보자고 했고요. 지금은 저희가 워낙 극과 극의 반응이 있어서 투트랙으로 가려해요. 그래서 당도는 일반 베이커리보다 조금 낮고 사용량을 좀 줄이더라도 어쨌든 그 시장이 훨씬 더 큰 시장이니까 그래서 비건과 그렇지 않은 거와 두 개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 끝으로 이번 주 토요일 행사에 대해서 저처럼 아무 것도 몰랐던 분들께 초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저희가 자연 생태논에서 손모내기를 합니다. 우리가 먹는 먹거리들이 어떻게 생산이 되고 또 어느 분들의 노고에 의해서 생산이 되는지 알면 우리 먹는 것에 대한 소중함도 같이 높아질 거라고 기대가 되고요. 여기 남계리는 좌측으로는 한탄강이 흐르고 우측으로는 임진강이 흐르는 아주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갖고 있는 아주 귀한 장소이고요. 생태적으로 잘 보존된 논이어서 다양한 생물들과 식물들을 함께 곁들여서 볼 수 있는 6월 1일 저희 임진여울 연천 삼시세끼 모심기 행사에 참석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방송인 '오늘의 기후'는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FM 99.9 O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됩니다. 며칠전 오늘의 기후 유튜브 독립채널이 개설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오늘의 기후 채널' 검색하시면 매일 3편의 방송주요내용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시청은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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