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영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中 “농촌이 미래다”… 대륙판 새마을운동 걸림돌은 노령화

송세영 2024. 5. 2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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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중국 산둥성 르자오시 산둥루쿠이차업유한공사가 경작하는 녹차밭. 이곳에서 가공된 녹차제품 전시장. 타이안시 주뉘펑 향촌진흥시범구의 산등성이에 들어선 인피니티풀. 중국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향촌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中, 농업·농촌·농민 ‘3농정책’ 중시
시진핑, 향촌진흥 추진… 성과 거둬

농촌에 기술 등 갖춘 젊은 일꾼 부족
고령화된 농촌 현대화 숙제로 남아

산 중턱 푸른 잔디밭 위로 캠핑카와 캠핑사이트, 인디언텐트, 방갈로, 바베큐장이 들어섰다. 깊은 산골이지만, 야영객이 멀리서 찾아오는 것은 물론이고 신제품 발표회가 열릴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다른 산기슭에는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 중국 최초의 5성급 민박이 있다. 2019년부터 공식 운영된 이곳은 34개의 객실을 갖춰 연휴나 휴가철에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조금 걸어서 올라가면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서재’ 중 하나로 선정된 ‘주뉘펑(九女峰)서재’가 나온다. 산등성이에 자리 잡은 이 서재는 하얀색 유선형 건물에 개방적인 설계를 채택해 산마루와 능선을 감상하면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다. 민박과 서재를 중심으로 산책로와 공원, 인피니티 수영장, 공연장도 숲속에 자리하고 있다. ‘고향의 달’을 주제로 한 상설 공연도 준비 중이다.

최근 찾은 중국 산둥성 타이안시의 주뉘펑 향촌진흥시범구 모습이다. 타이안은 양사언의 시조 ‘태산이 높다 하되’의 ‘태산’이 있어 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지만, 관광지에서 벗어난 농촌 지역은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타이안시는 다이웨구 다오랑진의 낙후된 농촌 마을 19곳을 시범구로 지정했다. 이곳 주민 1만3000명이 시범 사업에 참여한다. 전체 계획 면적은 50만㎢로 총 20억 위안(약 3767억원)을 투자한다. 이미 5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주민들의 연평균 소득은 20만 위안(3767만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예유위안 리조트가 들어선 바러우 마을은 노인들만 몇십 가구 살던 낙후된 곳이었지만, 지금은 샤오캉(중산층) 마을로 변모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향촌진흥 사업이 성과를 거둔 곳인 셈이다.

타이안에서 차로 3시간 반 정도 이동하면 닿는 르자오시에는 향촌진흥 사업의 또다른 모델이 있다. 우롄산 기슭에 있는 시베이 경제개발구의 산둥루쿠이차업유한공사다. 이곳은 유기농 녹차의 재배부터 가공, 판매까지 모든 공정을 수행하는 마을 기업이다. 정부로부터 1800만 위안(3억9000만원)을 투자받아 약 90만㎡의 차밭을 조성했다. 2020년부터 1500여㎡의 가공 작업장과 3개의 자동화 생산설비 등을 갖춰 연간 25t 이상의 차를 가공한다.

이 차들은 ‘르자오녹차’라는 이름으로 위챗,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유통된다. 찻잎 따기 체험 농장, 녹차 테마의 친환경 숙박시설, 교육시설, 어린이 체험시설도 조성해 가족 및 단체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이곳은 원래 고구마와 밤 등을 재배하던 낙후된 지역이었다. 녹차 산업을 도입한 후 18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1인당 연간 소득이 1만5000위안(282만원)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관리인 허우촨룽씨는 “녹차, 홍차 외에 장미꽃잎으로 만든 장미차 등을 자체 개발해 판매한다”며 “한국의 녹차 농가나 기업들과 교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향촌진흥은 오늘날의 시 주석을 있게 만든 정책이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중점 국정과제를 담아 올해 초 발표한 ‘중앙 1호 문건’에는 ‘천촌시범 만촌정비’가 포함됐다. 약칭 ‘천만공정’인 이 사업은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던 2003년 도입한 정책이다. 시 주석은 당시 저장성의 4만개 마을 중 1만개를 전면 개조해 이 중 1000개 마을을 샤오캉 시범마을로 만드는 목표를 추진했다.

중국은 후진타오 전 주석 집권 초기인 2004년부터 21년 연속 ‘농업·농촌·농민’의 ‘3농’을 중앙 1호 문건으로 채택할 정도로 농촌 문제를 중시한다. 올해는 천만공정을 앞세워 3농을 더 부각시켰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전체 14억 인구 가운데 6억명이 농촌에 거주한다. 중국공산당의 핵심 슬로건인 ‘공동부유’를 실현하기 위해선 농촌 빈곤 문제 해결과 산업 진흥, 소득 증대가 필수다. 농업 기술의 현대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농산물 가공 등 2차 산업과 관광·숙박·레저 등 3차 산업을 진흥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면이 많다.

성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중국 농업농촌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식량 생산량은 9년 연속 6억5000만t 이상을 유지했다. 연매출 2000만 위안(37억6000만원) 이상 농산물 가공 기업은 9만개가 넘었고 농촌 주민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전년보다 실질적으로 7.6% 증가했다.

타이안과 르자오시의 시범구도 향촌진흥을 위한 천촌시범에 해당한다. 성공의 관건은 시범구가 정부 지원이 끊긴 뒤에도 홀로 설 수 있는지, 주위 농촌으로 사업 모델을 전파할 수 있는지다. 가장 큰 걸림돌은 농촌의 심각한 노령화다.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3억명에 육박한다. 이 중 60%는 농촌에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기술과 지식을 지닌 젊은 일꾼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대졸자 등 청년의 농촌행을 독려해 논란을 일으켰다. ‘농사나 지어라’가 청년실업 문제 해법이냐는 비아냥이 쏟아졌지만, 이면에는 고령화된 중국 농촌을 현대화하려면 청년 일꾼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

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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