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충주맨'의 뒷 이야기, 의외네

최종인 2024. 5. 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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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씨 지음 <홍보의 신>

[최종인 기자]

누가 나에게 충청북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단 한 명의 공무원을 꼽을 것이다. 그 사람은 충청북도지사도, 청주시장도 아닌, 충주시 공무원인 김선태씨다. 혹시나 잘 모르는 분들이 계실까 봐 설명하자면, 김선태씨는 충주시에서 시정 홍보를 맡고 있는 지방직 공무원으로, 유튜브에서 '충주맨'이라는 속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충주맨은 충주 시정을 홍보한다는 심심한 목표 하에 꼭 보고 싶게 만드는 재미있는 영상으로 승승장구하는 기가 막힌 홍보 전문가다. 나는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지 않는 편인데도 충주맨이 하는 콘텐츠를 보면서 재밌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일단 한 번은 누르고 싶게 만드는 썸네일도 인상적이었다. 

그런 김선태씨가 <홍보의 신>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다른 사람이 'ㅇㅇ의 신'이라는 이름을 썼다면 미묘하게 거부감이 드는 일도 있겠지만, 충주맨이 썼다고 하니 책이라 가볍게 손에 들게 되었다. 지겹고 반복적인 지방자치단체 홍보 컨텐츠 세계에 혜성처럼 날아온 홍보의 신이나 다름 없는 사람이니까 이렇게 책 이름을 지어도 되지 않을까.

이 재밌는 사람이 얼마나 글도 읽기 쉽고 물흐르듯이 썼을지 기대가 되었다. 그런렇게 가볍게 읽으려고 시도한 이 책, 생각보다 깊고 무게가 있다. 
 
 홍보의신
ⓒ 김선태
책의 전반부는 충주맨의 방송 계기를 다루고 있다. 충주맨 김선태씨는 젊은 시절 고시 공부에 도전했다가 방향을 전환,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은 타지에서도 사라지지 않았기에 농촌에서 맞아가며 일하고(에휴), 몸과 마음이 갈리도록 근무했다고 한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시청에서 홍보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내려온 특명은 유튜브를 하라는 것이었다. 지원 없이는 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올렸지만 책 표지의 "시장님이 유튜브 하라고 시켰는데요?"라는 말처럼 결국 혼자서 충주시를 홍보하는 유튜브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아니 제가 유튜브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기존의 일만으로도 만만치 않거든요. 저 혼자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으니까요. 지자체 SNS는 보통 전문기술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하도록 임용한 임기제 공무원 등의 전문가나 외부 용역업체가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콘텐츠 제작부터 채널 운영까지 직접 해야 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습니다. 시장님께 엄청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다음 날부터 바로 시작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었죠. 시키면 하는 게 공무원이니까요. (23쪽)

그는 정말 아무것도 없이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구형 윈도우의 무비메이커 프로그램으로 영상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송 도구는 남의 것을 빌려 쓰고, 자기 몸을 갈아서 방송을 했다. 촬영도 자기가 하고 출연도 자기가, 편집도, 홍보도 자기가 혼자서 했다고 한다.

이런 저예산, 저인력 방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충주맨의 유튜브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성공했다. 충주맨이 다른 자치단체의 유튜브를 보고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다. 충주맨이 본 다른 유튜브들은 주제가 너무 중구난방이었고, 정보 전달에 치우쳤으며, 재미라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충주맨이 보기에 방송을 보는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재미였다. 일단 재미가 없으면 정보 전달이 목적이든 시에서 예산을 얼마를 썼든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충주맨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캐치해서 살아남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는 영화 <조커'> 장면을 따라하고, 게임 폭력성 실험 사건을 패러디했으며, '관짝 밈'(관을 옮기는 장례식 댄스 영상)을 통해 영상을 홍보했다. 한 번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자 충주시의 콘텐츠도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올리고 최대한 남이 안 하는 것을 하자는 전략에 바탕을 둔 그의 방송 센스는 전설이 되었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만, 결코 마냥 가벼운 책은 아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공무원으로서 홍보 영상의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의 어려움, 수직적인 지방 공무원 사회에서의 질시 등에 대한 내용도 많기 때문이다. 충주맨은 돈 많고 남이 모르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시대에 남은 다 알고 질시하며 돈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책에 묘사된 그가 직장에서 겪는 사례들은 좀 충격적이다.
 
한번은 회식 자리에서 "그거, 애들 장난치는 게 충주시에 무슨 도움이 되냐?"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옆에서 저를 조금 편들어 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시장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라면서 말이죠.
(중략)
한번은 중앙부처 강의에 개인 연가를 쓰고 간 적도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출장을 가면 되는 일이었죠. 정부 혁신 강사가 충주시 우수 사례로 중앙부처에서 강의를 하는데, 출장이 아니라 연가를 쓴 것입니다. 주변에서 워낙 싫어하니 눈치가 보여 그냥 연가를 쓰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바로 그것마저 내부 감사에 지적되고 말았습니다. 연가를 쓰지 말고 출장으로 갔어야 했다는 것이죠. 출장비도 안 쓰고, 충주시청도 홍보하는 것이니 오히려 칭찬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나는 이 책을 충주맨 영상을 봤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선, 워낙 저자가 재미있는 사람이기에 글도 에피소드도 재밌고 책에서 다루는 콘텐츠도 쉽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홍보도 어렵지만, 수직적인 연공서열 위주의 지방공무원 사회에서 독특한 입지를 구축하고 사는 것은 더 어렵다는 책의 전개는 깊이도 있다. 

이 책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으로서 최선을 다한 충주맨의 고난을 누가 좀 알아줬으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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