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님, 22대에도 협치는 없나요? [기자수첩-정치]

남가희 2024. 5. 28.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으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A씨였지만 명함 속 매체명을 접한 그는 곧바로 "대표적인 극우 보수 매체로 유명하다"라고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자리를 떠나는 내내 '극우 매체인 이유'를 나열하기 시작한 A씨의 태도에 순수하게 호의로 다가갔던 마음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반감'과 '혐오'로 얼룩져
'사람'보다 '진영' 논리가 먼저…'협치' 가능할까
여의도 국회의사당 야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최근 한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으로부터 황당한 말을 들었다. 27일 오전 국회본청 엘리베이터 앞에서 당선인 A씨를 마주쳤다. 나름대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고, A씨에게 명함을 건네기 위해 명함 지갑을 뒤적였다.

그렇게 명함을 내밀었고, 황당함은 그 순간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A씨였지만 명함 속 매체명을 접한 그는 곧바로 "대표적인 극우 보수 매체로 유명하다"라고 반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자리를 떠나는 내내 '극우 매체인 이유'를 나열하기 시작한 A씨의 태도에 순수하게 호의로 다가갔던 마음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물론 국회 출입 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적인 자리에서까지 반감과 혐오를 드러내고 진영이 같지 않다면 말도 섞지 않겠다는 태도를 가진 정치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기자들에게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묻는 의원들도 생겨났다. 기자 개인의 면면을 들여다보기보다 '네 편, 내 편'만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순간들을 마주할 때면 우리 정치가 언제부터 '사람'보다 '진영'에 매몰되기 시작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분명한 건 이는 이제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에 만연해진 행태라는 것이다. 소위 진보지라 불리는 매체에 재직 중인 한 기자는 "여당 의원들과 오찬 자리를 잡으면 '진보지 매체 기자가 있으면 먹지 않겠다'고 말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기자는 "그 매체 기사는 안 본다"라며 면전에서 면박을 받고 온 썰을 담담하게 풀어놓기도 했다.

당선인 A씨를 만나니 22대 국회에서도 '협치'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21대 국회의 폐단이 진영 정치에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22대 당선인들조차도 진영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진일보란 있을 수 없다. '지나친 일반화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겠지만 12석이나 차지한 조국혁신당의 총선 1호 공약이 국민 민생과는 상관없는 진영 논리에 입각한 '한동훈 특검법 발의'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는 어느 한두 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결국 '협치'의 시작은 '대화'다. 그리고 '대화'의 시작은 '허물없이 다가가는 태도'다. 과거에는 상임위 회의장에서 열심히 싸우던 의원들이 상임위가 끝난 후에는 악수를 나누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미디어를 통해 조롱받기도 한 문화이지만 여야가 허물없이 민생에 대해 논의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분명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짙어진 이념 갈등 속에서 이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과연 '사람'보다 '진영'을 우선하는 당선인들이 많아진 22대 국회는 '협치'를 이뤄낼 수 있을까? 시원한 'YES!'를 외칠 수 없음에 뒤끝만 씁쓸해질 뿐이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