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앓이'에 잠 못 드는 나, 남편이 결국 폭발했어요

조영지 2024. 5. 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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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열풍, 내가 변우석 매력에 푹 빠진 이유

[조영지 기자]

친구는 전화를 받자마자 변우석 얘기할 거면 끊을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시도 때도 없이 변우석의 사진과 영상을 보며 지그시 웃는 내게 남편은 급기야 짜증을 냈다. 아이들은 내가 선재를 보는 눈빛의 반만큼이라도 다정하게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변우석을 안 사랑하는 방법 좀 알려주실 분?

요즘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인기를 끌면서 극 중 선재 역할을 맡은 변우석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변우석 신드롬이라는 말이 붙을 만큼 어딜 가도 변우석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초등학생부터 나 같은 아줌마에 이르기까지 팬층도 상당히 넓고 두텁다. 특히 아줌마들의 팬심은 이보다 지고지순, 순정적일 수 없다. 

변우석 '덕질'에 밤잠을 설치는 나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현장 이미지.
ⓒ tvN
 
변우석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룬다는 이들도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 열심히 덕질을 하다보면 새벽 2-3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아줌마들의 팬심은 SNS에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SNS알고리즘이 변우석으로 도배가 된 건 물론, <선재 업고 튀어> OST에서 변우석이 부른 '소나기'를 무한 재생하고 있다.

난생처음 위버스 (팬덤 라이프 플랫폼)에 가입해 변우석의 댓글을 기다리는 모습은 또 어떤가. 변우석의 전작들 다시 보기, 변우석 예능 출연 일정 표시, <선재 업고 튀어> 마지막 회차 단체관람 티켓팅 시도까지. 나도 내가 이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를 포함, 아줌마들이 변우석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선재 업고 튀어>에서 보여주는 첫사랑 재질의 '선재 모습' 때문일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아줌마들에 대해 낯짝이 두껍고, 뻔뻔하다는 식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내가 막상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아줌마들 마음 속에 소녀 한 명씩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육아의 반복과 고단한 일상이라는 커튼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소녀들은 어느 날 우연히 부는 바람에 살짝살짝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에 내 안의 소녀를 찾게 해 준 바람이 바로 선재, 변우석이었다. 첫사랑의 달 뜸과 애달픔, "너를 구하고 죽는 거면 난 괜찮아"라고 글썽이며 말하는 미소년에게 어떻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불순물이 하나도 첨가되지 않은 첫사랑. 앞으로 올 수도 없고, 오지도 않을 그 감정을 다시금 불러일으켜 준 이가 바로 변우석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남편에게서 선재를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의 뚝딱거림, 유치한 달달함, 수많은 추억들을 곱씹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극 중 선재와 솔이가 보여주는 치사량 초과의 핵 달달함에서 과거의 연애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지금은 의리와 동지애로 똘똘 뭉친 남편과 나지만, '그땐 그랬지' 같은 추억이 떠오르며 더욱 대상 몰입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현장 이미지.
ⓒ tvN
 
극 중 선재가 아닌 배우로서의 변우석 서사도 굉장히 감동 깊다. 해성처럼 등장한 스타도 아니고, 외모로 스타성을 점친 것도 아닌, 장장 9년의 시간 동안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왔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힘든 순간이 많았을까? 살다 보니 가장 강한 사람은 어떤 순간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년간의 활동 중에 보여준 그의 인성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팬과 주변인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잘 키운 아들을 보고 있는 것 같은 흐뭇함도 느껴진다. 모든 아줌마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이제 <선재 업고 튀어>가 마지막 회차를 앞두고 있다. 나의 입꼬리를 마구 올려주던 선재를 만날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쉽고 슬프다. 소년이었다가, 남자였다가, 아들이었다가, 팔색조의 매력으로 우리를 설레게 해 준 배우, 변우석.

앞으로 선재의 변우석이 아닌 또다른 변우석의 모습도 기대하고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다. 부디 내 배우님, 꽃길만 걸으셔요. 매일 아침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를 찾아본다고 했는데, 이 글도 내 배우님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남편이 있어서 죄송하지만,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변우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자님,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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