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토종종자가 중요한 이유

주간함양 최학수 2024. 5. 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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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도시 함양의 토종종자 생태계 조성 아직 갈 길 멀다

[주간함양 최학수]

토종종자는 오랫동안 농민들의 손에 의해 최소 30년 이상 이 땅에 심겨진 종자를 말한다. 매년 심겨지며 조금씩 그 땅의 생태계에 맞춰서 적응해 온 토종종자는 우리 삶의 터전과 유기적으로 공명하는 존재이자 농민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유산이다. 최근 유전자변형 농수산물(GMO)과 종자주권 등의 이유로 이미 많이 주목받은 토종종자가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위기 속에서 다시 한 번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역 풍토에 맞는 다양성 확보를 통해 병해충 및 환경변화에서 생존율이 뛰어난 토종농작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함양군은 농업이 주요 생산기반인 지역으로 농업계획이 중요하다. 경상남도를 통해 함양군도 토종농산물 소득보전 직불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저변확대에 한계가 있다. 농업 문화유산인 토종종자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토종종자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만든 토종종자 생태계를 알아보고 함양농업의 미래를 고민해본다.

토종종자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
 
 함양군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업과 김영기 특작담당
ⓒ 주간함양
 
토종종자 생태계의 핵심은 순환이다. 농사 끝에 씨를 받고 그 씨앗이 다시 흙에 심겨지는 순환의 행위가 토종종자의 중심에 있다. 토종종자를 발굴, 수집하고 농사를 통해 채종하며, 단순 보관이 아닌 음식을 통해 그 가치가 밥상에까지 이어져야 한다.

또한 판매를 통해 소득으로 연결되어야 하며, 그 밑바탕에는 인식 개선과 가치 전달을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 단순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과정이 전반적으로 해결될 때 토종종자 생태계가 회복될 수 있다.

경상남도는 2008년 7월 3일, 토종농산물 보존·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토종농산물 보존의 중요성을 선도적으로 인지했다. 이후 전국의 여러 광역지자체가 토종농산물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경남을 포함해 전남, 제주, 강원, 경기, 충남, 전북, 경북 등 8개 광역지자체가 토종농산물 보존과 육성에 관한 조례를 마련했다.

기초지자체에서도 토종농산물 보존을 위한 조례 제정이 이루어졌다. 충북 괴산군은 2016년 7월 1일, 토종농산물 및 종자보존·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기초지자체 중 최초로 이 분야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군이 유사한 조례를 제정하며 토종농산물의 보존과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농업도시 함양의 토종종자
 
 함양토종씨앗모임 심영지 대표
ⓒ 주간함양
 
함양군은 인구 절반이 농가인구일 정도로 농업 중심의 지방자치단체다. 전체 예산 22%에 해당하는 약 1200억 원이 농업지원에 사용될 정도로 농업 지원 규모도 적지 않다. 하지만 토종종자 활성화를 위한 예산은 전체 농업예산의 0.01%에 해당하는 2000만 원 정도가 배정되어 있다. 이는 함양군 자체 사업이 아닌 경남도에서 시행하는 토종농산물 소득보전 직불제사업이다.

함양군 역시 경상남도에서 시행하는 토종농산물 소득보전 직불제사업에 포함되어 많은 농가가 혜택을 봤지만 현실적으로 그 농가가 토종종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기는 어렵다. 직불금 규모와 최소 재배면적 제한 그리고 품종당 연 1회 5년간만 지급되는 한계 때문이다.

특히 최소 재배면적은 330㎡(약 100평)으로, 토종종자를 지속해 온 소농 중심의 역사와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함양토종씨앗모임 심영지 대표는 "현 제도는 무료로 종자를 보급받고 소득이 되는 작물을 재배하려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토종종자 보존을 위해 직불제를 신청하기는 어렵다. 한 작물을 100평 이상 재배해야 한다는 기준 때문이다"라며 "100평을 넘기더라도 지원금도 충분하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 목표인 토종종자 보존을 위해서는 기준 완화 및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양군농업기술센터 친환경농업과 김영기 특작담당은 "제도로 토종종자를 지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 작물이 진짜 토종종자가 맞는지 서류상 확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남도에서 종자를 지급받은 내용이 있거나 지급받은 종자를 나눔받았다면 담당자가 토종종자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며 "행정에서도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제도적인 한계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김영기 계장의 말대로 실제로 지원제도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경남도 토종농산물 직불제의 경우 2009년에는 7개 품목이었으나 올해 시행되는 사업에서는 17개 품목을 지원하여 토종종자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토종종자를 주제로 충북 괴산군 소수면 안상희 우리씨앗농장 대표 등 토종씨앗을 지키는 농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느티나무 아래'에서도 갓끈동부·밭벼·자주감자·구억배추 등 다양한 토종작물들이 등장하지만 경남도가 지원하는 17개 품목에는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영화에서도 금전적인 이유로 젊은 농부들이 우리씨앗농장을 떠나는 내용이 담겼다.

함양군의 경우 2024년 토종농산물 소득보전 직불제사업에 8만6969㎡ 규모의 농지가 신청됐으며 율무가 3만252㎡, 메밀과 조가 각각 1만6933㎡, 1만6199㎡로 소득으로 이어지는 토종종자가 주를 이뤘다.

김영기 특작담당은 "토종종자는 매우 중요하다. 관행농이 주로 짓는 개량종은 종자개량을 통해 생산성을 확보하거나 영양성분을 조절한다. 다양한 개량종이 시장에 있고 선택을 통해 농사를 짓는다. 앞으로 기후위기 등 다양한 상황에서 종자에게 필요한 성질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 개량종은 절대 개량하기 전인 원종으로 돌아갈 수 없다. 종자주권을 위해 토종종자가 중요한 이유다"라며 말했다.

심영지 대표는 "농지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직불금 형태가 아니더라도 토종종자를 위한 지원이 일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도 행정의 도움은 없었지만 지원이 생긴다면 우리 지역의 토종종자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심영지 대표가 있는 함양토종씨앗모임은 코로나 이전 백전면과 마천면 일대 마을을 돌며 토종종자 수집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최근까지도 토종농산물 요리를 나누고 함양문화예술회관을 대관하여 토종종자를 주제로 한 영화 '느티나무 아래' 상영을 주도하기도 하는 등 토종농산물의 가치를 다양한 형태로 전달하는 데 꾸준히 힘쓰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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