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레이저 광선 무기 시대 열렸다

백종민 2024. 5. 27. 13: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렴한 비용에 정확해‥도입 속도 빨라져
美 실전 배치 사실 뒤늦게 공개
英 개발 시점 앞당겨
中·러 역시 개발 경쟁‥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개발
전문가 "더 많은 진전 필요"
영국이 개발 중인 레이저 무기 '드래곤파이어'의 대공 목표 타격 실험 장면. 사진=영국정부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레이저(LASER)는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 거리 측정, 바코드 인식, 수술, 원자재 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레이저가 활용된다. 콤팩트디스크(CD)의 음악을 읽어내는 것도 레이저다. 1960년 미국의 엔지니어이자 물리학자인 시어도어 메이먼(Theodore Maiman)은 자신이 의료, 산업용으로 개발한 레이저가 ‘죽음의 광선’이라는 불릴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나 소설에서 무기로 사용되는 레이저에 대한 상상은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군은 레이저를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을 오랜 기간 고려해왔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즐겨 등장하는 광선총이나 광선포 장면은 레이저가 무기로 사용될 것임을 예고해왔다. 많은 군수 업체와 각국 군 당국도 레이저 무기 개발에 관심을 보여왔고 이제는 실전 배치에 이르며 레이저 무기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레이저가 총탄을 대신할 수 있는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육군은 최근 적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레이저 무기를 동맹국에 주둔한 미군에 배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역사상 최초로 대공 방어를 위한 레이저 공격 무기가 배치됐음을 의미한다. 실전 배치된 레이저 무기는 이미 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미 국방부는 구체적인 레이저 무기 배치 지역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해 중동지역에 배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기 제조사 블루헤일로는 팔레트형 고에너지 레이저(P-HEL)로 알려진 레이저 무기를 미군에 납품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무기는 20㎾ 레이저 무기 시스템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2022년 11월 첫 작전에 투입됐고 올해 초 두 번째 시스템이 배치됐다.

미 육군 대변인은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임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energy weapon, DEW)와 같은 첨단 기술을 테스트하고 통합하는 데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그 부시 미 육군 부장관은 "레이저 무기가 특정 위협에 대해 효과적"이라고 밝히며 전장에서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 블루헤일로가 개발한 드론 격추 레이저 무기. 사진=블루헤일로

과거에는 레이저 자체를 무기로 사용하기보다는 미사일 유도와 같은 분야에 주로 사용했다. 미국이 1980년대 ‘스타워즈’라는 개념으로 우주에서 레이저를 사용해 적국의 미사일을 파괴하는 연구도 했지만 지나치게 앞선 개념이었다. 그러나 기술발전과 함께 해군 함정에 레이저포가 설치되기 시작하는 등 레이저 무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레이저 무기는 드론과 미사일이 주도하는 달라진 전장 환경에서 방어용에 최적화되고 있다. 포탄, 미사일 탄두는 물론 헬리콥터, 저공 비행 중인 항공기 등을 격추하는 데 직진성이 뛰어난 레이저의 특성이 들어맞은 결과다.

레이저를 무기화하려는 이유는 비용에서 찾을 수 있다. 미 회계감사원(GAO)의 분석에 따르면 레이저 무기를 발사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한 발당 1~10달러에 그친다. 이 정도면 총알만큼 저렴하고, 수억원의 비용이 드는 포탄이나 미사일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레이저 무기가 드론 공격용으로 우선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레이저 무기가 미사일과 비교해 파괴력이 크지 않지만, 정확도가 높으며 저렴한 비용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레이저 무기를 10초 동안 발사하면 가정용 휴대용 히터를 1시간 동안 작동하는 수준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무기의 적기 공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레이저 무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도 2032년까지 개발하려던 50㎾급 ‘드래곤파이어’ 레이저 무기를 2027년까지 해군함정에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드래곤파이어는 이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미 과학전문매체 와이어드는 미국은 1970년대부터 레이저 무기를 연구해왔으며 이번 실전 배치가 각국의 레이저 무기 개발 및 사용을 더욱 가속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스라엘은 기존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의 레이저 버전인 ‘아이언빔’을 준비 중이며 미국 의회는 아이언빔 지원 예산까지 통과시켰다.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인도, 터키도 최근 몇 년간 레이저 시스템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국내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레이저 무기를 개발해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레이저 무기의 추가 발전도 예고된 상태다. 미 국방부는 현재 지향성 에너지 무기에 연간 약 1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다양한 개발 단계에서 31개의 서로 다른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레이저 무기로 전해진다.

에릭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은 의회에 출석해 강력한 전자기 방사선으로 한 지역을 덮고 여러 표적을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인 고출력 마이크로파 개발을 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랜드연구소의 제임스 블랙 국장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더욱 이동성 있고 안정적이며 저렴하게 개발하려면 더 많은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과학으로 만들어진 레이저가 ‘죽음의 광선’으로 변신하기에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