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 피해자에 '경제적 살인' 저질렀다"

류승연 2024. 5. 27. 12: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아홉번째 희생 나온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표결 앞둔 피해자들 "선구제 후회수"

[류승연, 남소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주최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특별법 통과를 위한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 간담회에서 허종식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최우선 변제금, 이건 진짜 쉽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삶의 종잣돈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2700만 원, 3400만 원이 없어 죽음으로 가고 있습니다. 감히 두려워서 말씀을 못 드리겠지만 아홉 번째, 열 번째, 열한 번째, 열두 번째 (희생자가) 분명히 나옵니다. 어느 지역에서 나오냐의 문제입니다." - 강민석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위원

지난 2일 부의가 결정된 '전세사기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개정안)'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2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국회 간담회에 참석해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며, '선구제 후회수'를 주요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국회에 호소했다.

피해자들은 또 정부가 최근 준비 중인 개정안의 대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선구제 후회수'를 제외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 피해주택 매입을 쉽게 매입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미 전세사기특별법에 있는 내용을 지금까지 실행하지 않고 있다가 방안이라고 내놓겠다는데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로 가다간 아홉 번째 희생자, 반드시 나온다"

강민석 위원장은 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고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여덟 번째 희생자를 언급하며 "이번 희생은 이 정부가 저지른 '경제 살인'"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수수방관과 공감 능력 없는 무책임에 의한 희생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동으로 범죄 등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같은 행동을 하는 행태를 말한다.

이어 그는 "여덟 번째 희생자는 '최우선 변제금'을 (조건이 안 돼) 받지 못하는 분이었다, 어차피 은행은 처음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대출을 해준다"며 "그런데도 악의적인 중개사들 때문에, 또는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보증금을 조금 넘겼다는 이유로 피해자들한테 고스란히 사기 피해의 책임을 전가시키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추가 피해를 경고했다.

안상미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솔직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와, 대단하다' 하는 법이 아니"라며 "선구제 후회수 말은 좋지만 법이 통과된다고 (피해자들이)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는 게 아니고 이 법이 도움이 되지 않는 피해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법이 통과되면) 모든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피해자들과 국민들을 이간질 시키며 (피해자를) 세금 도둑 취급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구제 후회수의 의미는, 전세사기로 피해자들이 몇 년 동안 시달려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 물질적 낭비, 업무를 못해 생겨날 생활고를 해소해달라는 것"이라며 "정부가 채권을 가져감으로써 복잡하고 전문적인 절차들을 피해자 개개인이 모두 돌아가면서 경찰서와 법원을 가는 '이 짓'을 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주최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특별법 통과를 위한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 간담회에서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정부, 개정안에 아무 의견 없다 갑자기 대안 내놓겠다? 오만방자"

한편,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 표결로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결정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공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여 피해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먼저 돌려주고, 이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구제' 업무를 맡게 될 기관이 1조 원대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국토교통부는 개정안이 표결에 부쳐지는 오는 28일 본회의 당일에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제외한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토교통부가 정부안을 준비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무리하게 처리할 게 아니라 22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하자"며 시점을 연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강훈 변호사는 "(정부가) 국회 논의 과정에 개정안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의견이나 방안 관련 개선 없이 이제 와서 개정안이 통과될 것 같은 시점에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게, 이게 무슨 오만방지한 태도냐"며 "피해자들과 국회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우선매수권을 양수받아 LH를 통해 피해주택을 매입하겠다는 방안을 발표 예정인데 이건 사실 전세사기특별법에 이미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LH가 주택을 매입하는 게 꼭 좋은 것이 아니다, 주택 중 상당수가 매입했다가 다시 매각해야 할 것들"이라며 "그저 일정 기간 동안 거주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지 전부를 공공 매입해 매입 임대주택을 만들어달라는 얘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