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정상회의에 찬물? 北 "6월 4일 전 위성 발사" 통보, 왜

정영교, 이유정 2024. 5. 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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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1월 21일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인 '만리경-1호'를 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올해 안에 군사정찰위성 3기를 추가로 쏘겠다고 밝힌 북한이 27일 위성 발사 일정을 통보하며 사실상 '도발 스케줄' 확정 수순에 돌입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당시 오전 3시 경에 일정을 통보하고 오후 10시 46분쯤 발사했다. 한·일·중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 이날 중 도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시차를 두고 다종의 신형 미사일 '섞어 쏘기'로 한·미의 허를 찌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중 관계 개선 물꼬에 '마이웨이' 응수


NHK방송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날 새벽 북한으로부터 "5월 27일 오전 0시부터 6월 4일 0시 사이에 '위성 로켓'을 발사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통보한 위험구역은 지난해 위성 발사에 앞서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통보한 것과 유사한 ▶북한 남서쪽 서해 해상 2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 해상 1곳 등 3개 해역이다.
김영옥 기자

우방국인 중국의 권력 서열 2위인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3국 정상회의 참석 차 방한 중인 가운데 북한이 도발 일정을 공식화한 건 이번 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는 데다 한·중이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건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 총리는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담에서 외교부 차관와 국방부 국장급이 참여하는 '2+2' 형태의 고위급 외교·안보 대화와 산업부와 중국 상무부 간 대화체인 '한·중 수출 통제 대화체'를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북한의 핵 개발 및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등을 거론하며 "중국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평화의 보루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당부했다. '보루'라는 표현에는 북·러 간 불법 거래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을 북·중·러 연합 구도에서 최대한 분리해내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성 도발로 응수하며 '마이웨이'를 선언한 모양새인데, 대남은 물론 대중 메시지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일·중 3국의 상호 접근을 견제하고,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총리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현동 기자

"하늘 열리면 바로 쏠 것'


전례에 비춰보면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는 27일부터 28일 사이에 감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군 당국도 서해위성발사장이 있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지역의 날씨가 개기 시작하는 27일 이후를 염두에 두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 당시보다 개선된 성능을 과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며 "위성 발사는 날씨에 민감하기 때문에 기상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소위 '하늘 문'이 열리면 곧바로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연합뉴스

과거 도발 사례를 봐도 지난해 5월과 8월 위성 발사 실패 때는 예고 첫날 발사를 감행했고, 그보다 앞선 장거리 로켓 때도 발사 통보 시점을 기준으로 3일 이내에 도발하곤 했다.


"미사일 도발 섞어 할 수 있어"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와 함께 다른 신형 미사일을 섞어 쏘면서 한·미의 허를 찌르는 무력시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본국을 비운 틈을 타 일본을 사거리에 두는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활용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임박했고 다른 미사일 도발을 섞어서 할 수 있다"며 "3국 정상회의 개최 직후에도 정부는 안보 대비 태세를 확고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24일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0차 정치국회의가 열렸다고 25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매체들이 지난 24일 김정은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군사 현안을 다뤘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이 "최근 조성되고 있는 군사정세에 관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종합적인 보고를 청취했다"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이익을 믿음직하게 수호하기 위한 공화국 무력의 당면한 군사활동 과업이 제시되고 그를 책임적으로 수행할 데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은 이에 따라 지난 26일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이 침해당할 때 우리는 즉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해상에서 전격적인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이날 이른 오전 정 박 미국 대북고위관리, 나마즈 히로유키(鯰博行)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3자 유선 협의를 갖고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북한이 3국 정상회의 기간 중 소위 ‘위성’ 발사를 재차 예고한 것을 규탄한다”며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주장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도발행위이므로 우리 군은 강력한 능력과 의지를 보여줄 조치들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도 "정부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군은 정찰위성 발사가 임박함에 따라 스텔스기 F-35 등 전투기를 동원해 벌이며 북한을 압박했다. 합참은 이날 오후 "우리 군의 강력한 능력과 응징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격 편대군 비행과 타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후 1시부터 전방 중부지역 비행금지선(NFL) 이남을 따라 공군 F-35A, F-15K, KF-16 등 전투기 약 20여대가 공격 편대군 비행훈련과 타격 훈련을 실시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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