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 학교 급식, 헉 소리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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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혜영 기자]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나오는 학교 급식은 어떨까? 궁금했었다. 큰 딸은 중3이 되도록 계속 도시락만 쌌다. 급식이 맛이 없고 줄을 오래 서야 하니까 급식대신 도시락을 선택했다.
그러다 작은 딸이 중학교를 가면서 급식을 먹게 되었다. 점심에 따뜻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스코틀랜드의 학교 급식은 초등학교 5학년까지가 무료고 그 후부터는 돈을 내야 한다.
▲ 학교 급식으로 나온 파스타와 갈릭브레드 |
ⓒ 제스혜영 |
어제 학교 급식 메뉴는 머핀(80p/1390원), 치즈페니니(£1.5/2600원), 감자칩 한 봉지 100g(25p/433원)이었다. 총 £2.55(4423원) 파운드가 지급됐다. 주식으로 피시 앤 칩스, 피자, 토마토 파스타, 인도카레, 토마토 수프 등이 매일 바뀌어서 나온다. 학생들에 따라 주식만 먹을 수도 있고 과일, 머핀, 봉지 과자, 쿠키, 음료수, 우유 등을 먹고 싶은 것만 선택해서 계산하면 된다.
▲ 학교 급식으로 나온 인도 카레 |
ⓒ 제스혜영 |
'이런 개밥 같은 걸 먹어?'
목구멍까지 차 올랐던 이 말을 차마 내뱉진 못했다. 하지만 일그러진 내 얼굴을 어째 숨길 수가 없었다.
"이런 걸 먹어?"
"어... 맛있어."
▲ 딸이 싸간 점심 |
ⓒ 제스혜영 |
우리 집 저녁상도 간단하다. 메인식사 하나와 샐러드가 보통이니까. 메인식사가 스파게티, 라자냐, 마카로니치즈, 파히타라면 샐러드는 상추, 방울토마토, 오이, 피망을 썰어서 한 그릇에 담거나 브로콜리와 당근을 삶을 때도 있고 오이나 당근을 손가락 크기만큼 잘라서 먹기도 한다. 어째보면 우리집 저녁 밥상도 학교 급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4천 원의 점심' 영국 어딜 가도 4천 원 주고 메인 음식과 디저트, 과자까지 다 먹을 수 있는 곳은 없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단지 '정성'이 빠져버린 점심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아서 그럴 뿐이다. 동그란 접시 위로 토마토 파스타와 야채 한움큼 정도만 얹어주면 좋겠건만. 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걸까.
▲ 학교 급식으로 나온 파니니 |
ⓒ 제스혜영 |
2022년 스코틀랜드 정부가 내세웠던 '학교에서의 건강한 식습관' 지침서를 찾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첫 번째로 과일과 샐러드 항목이 적혀 있었다.
'학교 급식에서 주식과 함께 샐러드는 반드시 제공되어야 한다.'
이 글을 다시 또박또박 읽었다. 동그란 접시는 포기하더라도 샐러드는 도저히 포기가 안 될 것 같았다. 보통 질문이 있어서 학교로 메시지를 보냈지만 이번처럼 뭔가를 부탁하는 메시지는 처음 써 본다.
'아이들 급식으로 신선한 샐러드나 로스팅한 야채가 매일 제공되면 좋겠습니다.'
나름대로의 생각과 주된 요지를 정리해서 적었다. 남편한테 물어보며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메일을 보낸 지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연락은 없다. 물론 우리 작은 딸이 큰딸처럼 도시락을 싸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급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게 된 이상 급식 플러스 정성이 같이 나왔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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