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을찍는여자들] 영업 시간이 짧은 디저트 가게 사장에게 배운 것

최은영 2024. 5. 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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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보험 없는 주부들이 쓰는 '점을 찍는 여자들'은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그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 group 》 점을찍는여자들 : https://omn.kr/group/dot_women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그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믿는, 4대보험 없는 여성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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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려고 하면 방법이 보이고 하지 않으려면 변명이 보인다

4대보험 없는 주부들이 쓰는 '점을 찍는 여자들'은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그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최은영 기자]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만 여는 과일 찹쌀떡 가게가 있다. 몇 번 들락거리다 여기 영업시간이 아이 등하원 시간에 맞춰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쩌다 사장님과 말을 텄다. 6년간 두 아이를 키웠고, 그 전에는 반려견 미용숍 원장이었단다. 그 전에는 국책 사업 회사를 다녔다나. 젊은 나이에 이런 경력이 가능한가 싶어서 더 말을 붙여봤다.  

- 처음엔 워라밸 끝내주는 매장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저는 집에 있으면 아파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라서요. 집이 100평쯤 되면 모를까(웃음), 그러니 나와서 에너지를 써야 해요." 

- 에너지 많은 사람이 가게 문 일찍 닫으면 아쉽지 않나요?  
"짧고 굵게 쏟고 돌아서니 오히려 좋아요. 그 에너지로 애들이랑 확 놀아버리거든요. 애초에 문 일찍 닫으려고 월세 싼 가게를 얻었어요."
 
 워라밸에 진심인 줄 알았던 영업시간
ⓒ 최은영
 
- 오늘처럼 아이가 아파서 가게에 같이 나오면 어떡하나요? 아이가 3시까지 있기는 힘들텐데(유아차에 4살 첫째 아이가 잠들어 있었다).

"두 시간 동안 제가 다 만들어 놓고 퇴근해요. 3시까지 친구가 매장을 봐줘요. 도움 루트를 개업 전에 만들어놨죠."

- 육아 하다가 6년만의 사회 복귀인데 대처를 잘 해놓으셨네요?

"하나만 키웠으면 몰랐을 걸요? 둘을 키우다보니 제가 본의 아니게 똑똑해졌나봐요(웃음)"

- 한 명 키우다 두 명 키우면 네 배 더 힘들다는데 사장님은 초긍정이시네요. 

"회사 다니다가 내 가게를 해보니 일하는 대로 돈이 벌리는 게 힘들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어요. 크게 고생해야 크게 재밌는 거 같아요. 애 둘도 그런 맥락이죠. 저 너무 대책없나요?(웃음)"

- 그 대책없음이 반려견 미용에서 디저트가게로 점프하게 만든 힘이 아닐까요?

"'내 가게' 재미를 알았는데 반려견숍은 아기 데리고 하기엔 내키지 않았어요. 그러다 전에 먹어 본 과일찹쌀떡이 생각났어요. 이건 못 팔면 아이 간식으로 해도 되고 라이브로 안 해도 되잖아요."

- 간식은 알겠는데 라이브는 뭔가요?

"(매장 밖 캐비넷을 보며) 영업 시간에 오실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선 주문 받아서 캐비넷에 보관해요. 그럼 퇴근하실 때 찾아가시거든요. 반려견 미용이 실시간이라면 과일찹쌀떡은 녹화방송이 되겠더라고요."
 
 영업시간 외 과일찹쌀떡을 사고 싶은 고객들을 위한 캐비넷
ⓒ 최은영
 
-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어요?

"집에서 아이 업고 찹쌀딱 배합 샘플을 진짜 여러번 했어요. 그때 매장 운영 아이디어가 떠올랐고요. 애 둘 육아가 준 선물이라고 믿고 있어요(실제로 인터뷰 하는 동안 캐비넷에서 찾아간다는 주문이 서너 개 들어왔다)."

- 매장 블로그 보니 찹쌀 불리고 찌는 전처리 작업까지 직접 다 하시더라고요. 버겁지 않으세요?

"외주 방앗간에 가봤는데 위생 상태가 제 성에 안 찼어요. 제 아이들에게 못 먹이겠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직접 하느라 저만의 황금비율도 찾았잖아요. 감사한 일이죠. 아이들이 없으면 더 빨리 매장을 낼 수 있겠다 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지나보니 아이들이 있어서 제 생각의 폭도 넓어진 거 같아요. 제가 선택해서 결혼했고, 두 아이 엄마가 됐으니 제 생활의 일부를 아이들 위해 쓰이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래야 균형감도 생기고요."

- 사장님의 균형감은 예측 못하게 진화하는 거 같아요. 국책사업 회사원에서 반려견 애견숍으로, 디저트 가게로 뻗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 같거든요. 

"제가 사람을 좋아하더라고요. 첫 직장에서는 그걸 몰라서 레퍼런스 서류랑만 씨름했어요. 그렇게 예산 따면 잠깐 성취감은 있는데 오래 안 가요. 그러다 강아지 미용으로 견주님들과 얘기하는데 이게 사는 맛이지 싶더라고요. 요새는 제 찹쌀떡 맛있다고 찾아주시는 분들과 잠깐씩 수다 떠는 게 너무 좋아요. 비슷한 하루가 매일 달라지거든요. 매일 오는 분이 다르니까요. 그러다 단골 생기면 자주 봐서 또 좋고요." 

- 뭔가 다음 스텝은 또 생각 못한 카테고리로 갈 거 같은 느낌입니다만?(웃음)

"음, 애들 크면 반려견 미용은 다시 하고 싶어요. 산책하던 강아지가 저희 가게 알아보고 반가워하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해요. 그 전에 제 레시피 자체를 상품화 해서 팔아보고 싶고요. 지금 하는 답례품이나 폐백 세트 규모를 더 키울 마음도 있어요. 아이들이 크는 만큼 같이 클 수 있겠죠?

아, 무작정 확장은 아니고요. 열심히 하지 않는 매장 주인은 없잖아요. 노력이 성공을 가져다주지 않으니까요. 대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신나게 하는 주인'은 많지 않은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는 좀 차별화 되지 않을까요?(웃음)"
 
 우리집 아이들이 열광하는 딸기모찌와 포도모찌
ⓒ 최은영
 
손은 찹쌀떡을 만들고, 눈은 자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입은 내게 열려 있는, 짧지만 긴 40분이 지났다. 인터뷰 내내 꽤 많은 웃음소리가 흘렀다. 유아차에서 잠든 아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았다. 밝은 기운이 주는 마법 같았다.

너무 좋은 이야기만 나오는 거 같아서 힘든 날도 있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해봤지만 '힘들다고 생각하면 진짜 힘들어져서 뭐든 고맙다는 마음으로 하려고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문현답이었다.

'하려고 하면 방법이 보이고 하지 않으려 하면 변명이 보인다'라는 말을 사람으로 만든다면 딱 여기 사장님이 될 거 같았다. '내 가게'를 갖고 싶은 마음이 새로운 경력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사회에 내 자리를 다시 만들고 싶은 나 역시 한 번이라도 해봤던 일 안에서만 맴도느라 답을 못 찾았을 수도 있겠다. 수명은 길어지고 사회는 빠르게 변하니 언젠가는 해보지 않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오지 않을까. 방법을 찾은 사장님에게 뿜어지는 부드러운 생기로 나도 용기가 생기는 날이었다.

《 group 》 점을찍는여자들 : https://omn.kr/group/dot_women
끊임없는 시도를 통해 그 무엇이 될 수 있다고 믿는, 4대보험 없는 여성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SNS에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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