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서만 36쪽, 확인할 자료는 수천장"…작성 전에 지친다[‘카운트다운’ 글로벌 최저한세]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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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저한세(필라2)가 올해 도입되면서 관련 서류들도 새로 생겼다.
'글로벌최저한세정보신고서'도 그중 하나다.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받는 대상으로 확인된 기업들은 반드시 이 신고서 양식에 기업 관련 정보를 작성해서 관할 세무서에 제출, 신고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합의한 국가들은 이 취지에 맞춰 기업들이 지배구조, 소득 면면을 자세하게 신고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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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최초 신고·납부 때부터 사용
작성방법 설명만 3분의2
"빈칸 하나 채우려면 확인할 자료는 수백장"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가 올해 도입되면서 관련 서류들도 새로 생겼다. ‘글로벌최저한세정보신고서’도 그중 하나다. 신고서는 지난달 22일 공식적으로 만들어졌다. 2026년 6월 기업들이 신고할 때 쓰일 예정이다. 글로벌 최저한세를 적용받는 대상으로 확인된 기업들은 반드시 이 신고서 양식에 기업 관련 정보를 작성해서 관할 세무서에 제출, 신고해야 한다.
실제 신고까진 아직 2년이 남았지만 기업들은 이 신고서를 두고도 난감해하고 있다. 30쪽이 훌쩍 넘는 분량은 물론이고 양식 자체가 복잡한 데다 신고서 작성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서다.
27일 과세당국과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에는 신고서 작성 방식에 대한 기업들의 문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빈칸 하나를 채우려면 수집해서 확인해야 할 자료가 수백장"이라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불만이라고 한다. 해외에 자회사를 많이 두고 있는 대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김문희 국세청 신국제조세대응과장은 통화에서 "자회사별로 처리된 회계, 세무 자료를 글로벌 최저한세 기준에 맞게 확보해야 하는 데다 확보된 자료를 갖고 또다시 국가별로 실효세율을 계산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기업들 입장에선 다소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에는 자료 수집 의무가 있긴 한데 자회사 소재국 중에는 세법 등이 국제기준을 따르지 않는 국가들도 있는 등 사정이 또 천차만별이어서 기업들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신고서 양식이 복잡한 이유는 다국적기업들의 불법적인 조세회피를 방지하려는 글로벌 최저한세의 도입 취지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에 합의한 국가들은 이 취지에 맞춰 기업들이 지배구조, 소득 면면을 자세하게 신고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신고서는 OECD가 제정한 기준안 양식을 그대로 번역만 한 것이다. 국제적인 합의에 따른 양식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 부처가 국내 사정에 맞춰 양식을 함부로 바꿀 수도 없다.
36쪽으로 구성된 신고서는 추가세액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는 모기업의 이름, 주소, 대표자명 등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종속된 자회사 전부를 기재하고 자회사별로 사업연도, 소득, 소재국 등을 모두 써서 내도록 구성돼 있다. 특히 작성 방법 설명만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21쪽에 이른다.
신고 내용이 인정되는 기준도 모호하다. 가령 ‘다국적기업 그룹 일반 회계정보’를 적는 부분에 최종 모기업의 연결재무제표, 회계기준, 통화(ISO코드)를 적어서 내도록 하면서 작성 방법에 "신의성실의 노력을 합리적 수준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명시해놨다. 한마디로 ‘열심히·세밀히’ 써야 하는 항목이란 것인데, 기업들 입장에선 그 ‘열심히’가 정확히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세청은 일단 기업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해주기 위해서 다른 세금들처럼 ‘전자 방식’으로 신고·납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김문희 과장은 "신고서 큰 틀은 변화 가능성이 작지만 계속해서 대내외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OECD가 행정지침 발간, 문의 사항 취합 등을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꿔 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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