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삼국시대부터 쓰인 최고급 약재…면역 활성화, 간 기능 개선, 항당뇨 효과 확인

류장훈 2024. 5. 27. 05: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황칠의 건강 효과

사포닌 많아 ‘나무 인삼’으로 불려
T·B 림프구 등 면역 핵심세포 증가
농도 늘수록 간세포 생존율도 늘어

‘황칠’은 녹용이나 홍삼보다 익숙하지 않은 전통 약재다. 옛날부터 약재로 사용됐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황칠(黃漆·Dendropanax trifidus)은 삼국시대부터 최고급 약재로 여겨져 왔다.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이자 조공품의 핵심이었다. 알고 보면 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약재가 바로 황칠이다. 긴 역사만큼이나 약재로서의 가치가 높았다. 그 학명이 ‘병을 가져가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정도다. 사포닌 함량이 높아 ‘나무 인삼’으로도 불렸다. 실제로 황칠나무 뿌리에선 인삼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만큼 약재로서 가치는 여전히 높다.


학명이 ‘병 가져가는 만병통치약’


황칠의 진정한 가치를 엿볼 수 있는 것은 전통 의서 등의 고서(古書)다. 중국 명나라의 본초학 연구서인 『본초강목』에는 급성 심통과 복통, 관절통에 대한 효과가 잘 기록돼 있다. 또 모든 약재의 효능을 집대성한 『중약대사전』은 황칠을 ‘풍기와 습을 제거하고, 혈액을 순환시키고 통증을 멈추게 하며 풍습비통과 두통, 생리불순, 넘어져 다치거나 종창 등을 치료한다’고 설명한다. 또 『광서본초선편』에는 ‘풍습비통과 허리 통증, 소아마비 후유증, 반신불수, 타박상, 생리불순 등을 치료한다’고 돼 있고, 『전국중초약총집』에는 ‘편두통과 어깨 신경통을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당연히 중국에서만 사용된 약재는 아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갑자기 아랫배가 아프고 허리를 펴지 못하는 신기통, 구토, 설사를 하는 곽란 치료에 도움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다양한 효능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면역 활성 증진’과 ‘간 기능 개선’(피로 해소)이다. 실험용 쥐에서 발효 황칠 추출물의 면역 조절 활성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표준실험실 조건에서 황칠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이들 쥐의 T림프구, B림프구, 비장세포가 모두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황칠이 림프구 수의 증식을 촉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로써 쥐 모델에서 식물 추출물의 면역 조절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T·B 림프구는 백혈구의 일종으로 면역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다. 한편 비장은 면역 세포의 기능을 돕고 몸에 있는 세균·항원 등을 걸러내며 노화된 적혈구를 제거하는 기관이다.

아토피 피부염과 관련된 면역 세포 불균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진은 황칠나무 잎 열수 추출물을 제조해 실험용 쥐에게 용량을 달리해 경구투여한 후 면역 조절에 관여하는 지표를 측정했다. 그 결과 추출물 투여 쥐의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T세포 증식능은 증가하고 B세포 증식능은 감소하면서 경표피 수분량은 증가했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추출물 섭취가 아토피 피부염 유발로 인한 (비정상적인)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정상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또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증상인 피부 건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황칠의 간세포 보호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충분하다. 사염화탄소로 산화적 손상을 입은 간세포를 황칠나무 잎 열수 추출물로 처리하고 생존율을 분석한 연구(생명과학회지, 2020)에 따르면 이 황칠 추출물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간세포의 생존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최근 만성 간 질환의 예방을 위한 천연물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특히 간세포 내 지질 축적 억제 효능을 가지면서 안전성이 규명된 천연물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며 “황칠나무 잎 열수 추출물은 간세포에 대한 보호능이 우수함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항산화·항염·항당뇨 효과도 유명


황칠은 항산화·항염·항당뇨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황칠에 함유된 클로로겐산, 페룰산, 퀘르세틴, 루틴 등 주요 성분 때문이다. 클로로겐산은 천연 화합물로 몸 안에서 과산화지질의 생성 억제, 콜레스테롤 생합성 억제, 항산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식사 후 혈액으로 글루코스(단당류)가 방출되는 것을 늦추고 혈당 수치를 낮출 뿐만 아니라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칠의 또 다른 성분인 페룰산은 항산화 작용, 혈당 강하 및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있는 데다 멜라닌 색소 제거와 기미·주근깨 생성 억제 효과도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퀘르세틴의 경우 항산화제 활성이 보고된 성분으로, 단백질 활성을 조절하고 에스트로겐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루틴은 항산화 작용뿐 아니라 혈관 강화, 염증 억제에 도움되는 성분이다. 플라보노이드에 속하는 수용성 물질로, 인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충해 줘야 한다. 이들 주요 성분의 경우 특히 제주산 황칠에서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