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찰위성 2호 발사 초읽기…러 기술진이 도왔다

이근평, 박태인 2024. 5. 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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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2호기를 궤도에 올리기 위한 발사체 조립을 시작하는 등 발사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론적으로는 1~2일 내 연료 주입과 발사대 기립 과정을 거쳐 발사가 가능하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북한이 오는 27일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염두에 두고 위성을 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이날 “전날부터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위성 발사체 조립에 나선 동향이 파악됐다”며 “이른 시일 내 발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발사대에서 1·2·3단을 차례대로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지난해 11월 발사 때처럼 발사체를 눕혀 조립한 뒤 발사대를 기립하는 방식으로 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발사에 러시아 기술진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상당한 공을 들인 만큼 발사 시기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이후 최소 세 차례 이상 지상에서 엔진 연소시험을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북한이 아주 신중하게 엔진 연소시험을 예상보다 훨씬 많이 했다”며 “지난해 북한의 행동으로 미뤄보면 이미 (발사를) 했을 텐데 시험을 계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조함 때문에 일단 쐈는데 지금은 완전히 성공해야 한다는 것 같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지원을 공언한 이후 러시아 기술자들이 대거 (북한에) 들어왔는데 이들의 합격 기준이 높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전문성과 숙련도가 높은 러시아 기술진의 검증 기준을 충족한 뒤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란 얘기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27일과 28일을 놓고 발사 날짜를 택일하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오늘(26일) 발사장에 비가 오고 구름이 껴있는 등 위성을 쏘기엔 기상이 좋지 않다”며 “날씨가 개기 시작하는 27일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9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북한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를 부각하기 위해 이날 위성 발사를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3국 정상회의의 결과물은 공동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문안이 담길 가능성이 큰 가운데 대북 메시지를 둘러싸고 한·일과 중국 사이의 입장 차이를 부각하려는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중국의 외교적 입장을 배려해 리창(李强) 총리가 한국을 떠난 후 위성 발사체를 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위성 발사를 합법적이고 자위적인 군사적 조치로 주장하는 북한은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제해사기구(IMO) 및 전세계항행경보제도(WWMWS) 역내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미리 발사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위성 발사 때처럼 통보와 발사가 같은날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2024년 내 3기 위성을 올리겠다고 공언한 점을 들어 이번 발사의 후속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근평·박태인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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