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한∙일∙중 '빅 이벤트' 노리나…北, 정찰위성 발사 초읽기

이근평 2024. 5. 2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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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군사정찰위성 2호기의 조립을 시작했다. 발사 ‘초읽기’에 돌입한 셈인데, 이론적으로 1~2일 내 연료 주입과 발사대 기립 과정을 거쳐 발사가 가능하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북한이 오는 27일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1월 23일 정찰위성발사성공에 공헌 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의 과학자, 기술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복수의 정보 관계자는 26일 “전날(25일)부터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위성 발사체 조립에 나선 동향이 파악됐다”며 “이른 시일 내 발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발사대에서 1·2·3단을 차례로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지난해 11월 발사 때처럼 발사체를 눕혀 조립한 뒤 발사대를 기립하는 방식으로 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군 당국은 지난 24일 “최근 북한 동창리 일대에서 ‘북 주장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로 추정되는 정황이 식별되고 있어 한·미 정보당국이 관련 동향을 면밀히 감시, 추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간 인원과 장비의 움직임이 꾸준히 포착됐는데, 빈도가 더 늘고 규모도 커졌다는 것이다. 발사체 조립 전 관련 장비와 계측설비 등이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 발사에 상당한 공을 들인 만큼 발사 시기를 더 늦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이후 최소 세 차례에 걸쳐 엔진 지상 연소시험을 실시하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4월 중·하순 발사 가능성이 크다”는 군 당국의 당초 예상도 빗나갔다.

여기엔 지난해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 끝 11월 발사에 성공한 1호기 사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당시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2단 이상 고공 엔진의 비정상 작동을 이번에 시간을 들여 보완했을 수 있다. 특히 정보당국은 1호기에 이어 2호기 발사 준비에도 북한에 파견된 러시아 기술진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본다. 발사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리는 건 러시아 기술진의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27일과 28일을 놓고 최종 발사 날짜를 고르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군 관계자는 “오늘(26일) 발사장에 비가 오고 구름이 껴있는 등 위성을 쏘기엔 기상이 좋지 않다”며 “날씨가 개기 시작하는 27일 이후를 주목할 만하다”고 내다봤다.

27일 9차 한·일·중 정상회의가 열리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북핵 문제가 주된 의제로 다뤄지는 외교 ‘빅 이벤트’를 노려 도발하곤 했다.

한·미의 정찰 자산으로 모두 탐지되는 것을 알면서도 대놓고 발사 준비를 착착 진행하는 것도 존재감을 부각하는 동시에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 구도를 상기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또 3국 정상회의의 결과물은 공동 선언에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는 문안이 담길 가능성이 큰 가운데 대북 메시지를 둘러싸고 한·일과 중국 사이의 입장 차이를 부각하려는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중국의 외교적 입장을 배려해 리창(李强) 총리가 한국을 떠난 직후 위성을 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이 지난해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조선중앙통신


한편 위성 발사를 합법적이고 자위적인 군사적 조치로 주장하는 북한은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제해사기구(IMO) 및 전세계항행경보제도(WWMWS) 역내 항행구역 조정국인 일본에 미리 발사를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위성 발사 때처럼 통보와 발사가 같은날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당국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2024년 내 3기 위성을 올리겠다고 공언한 점을 들어 이번 발사의 후속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은이 지난 24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군사 사안을 직접 챙긴 점도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주재한 해당 회의에서 “공화국 무력의 당면한 군사활동 과업이 제시됐다”며 “다음 달 하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를 소집한다”고 보도했다. 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당면한 군사활동 과업’의 우선순위로 놓고 논의를 거듭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이근평·박태인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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