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청춘이 꼭 빛나는 건 아냐” 중년도 울린 뮤비

박은주 2024. 5. 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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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트리플에스’ 신곡 뮤비, 온라인서 화제
“공감된다” 댓글 쏟아져…아픔 공유하며 ‘위로’
전문가들 “비슷한 경험 공유하며 치유될 수도”
왼쪽은 걸그룹 트리플에스의 신곡 '걸스 네버 다이'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들. 오른쪽은 뮤비의 한 장면. 뮤비 캡처


횡단보도를 걷던 소녀가 발걸음을 멈췄다. 어느새 보행신호가 붉은색으로 바뀌고, 멀리서 차량 한 대가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소녀는 도망치는 대신 고개를 돌려 돌진하는 차량을 직시했다. 소녀의 코앞에서 차량이 멈췄다.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지만, 어쨌든 소녀는 목숨을 구했다.

걸그룹 tripleS(트리플에스)의 신곡 ‘Girls Never Die’(걸스 네버 다이)의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이다. 걸스 네버 다이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버텨내고’ 있는 청춘들에 대한 위로를 담았다. 곡의 가사뿐만 아니라 뮤비에도 불안과 우울 등을 직·간접적으로 비유한 장면들이 나온다. 청소년들이 폐건물에 모여 살거나, 한 소녀가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 섭식장애를 그려낸 듯한 장면도 있다.

뮤비 속 한 장면.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차량이 소녀의 앞에서 멈췄다. 뮤비 캡처


뮤비가 공개된 지 2주 넘게 지났지만, 조회수는 887만회(26일 오후 3시28분 기준)를 돌파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댓글은 약 1만개가 달렸다. 대부분은 밝고 명랑하지만은 않았던 자신의 10대를 추억하는 내용이다. 취업으로 고민했던 20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여전히 고통받는 30~40대의 댓글도 있다.

“나의 10대 떠올라”…쏟아진 고백들

댓글 작성자들은 자신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한 네티즌은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고백했고, 다른 네티즌은 “어릴 적 성폭력 피해를 당한 뒤 겨우 버티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간호사 시절 ‘태움’에 괴로웠다는 사연,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연, 지난해 가족을 하늘로 떠나보냈다는 사연도 있었다.

긴 세월 우울증을 겪었다는 40대 미국인 여성은 “이런 영상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맞아, 내 청춘은 이런 모습에 가까웠지” “난 이런 이야기가 필요했다” 등 뮤비 내용에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들이 위로를 받은 이유로 꼽은 것은 ‘공감’이었다. 혼자 고립된 것이 아닌, 누군가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다는 연대감이 큰 위로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한 댓글은 이 뮤비를 “미화가 아닌 공감, 어쭙잖은 동정이 아닌 연대”라고 평가했다.

'걸스 네버 다이'가 수록된 앨범. 소속사 모드하우스 제공


소속사 측 역시 뮤비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소속사 관계자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꿈꾸는 것조차 사치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잔혹한 현실 안에서의 위로와 치유를 함께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업, 교우 관계, 불안과 우울 등 다양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10대들의 모습을 꾸밈없이 그려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어 “뮤비가 공개된 뒤 10~20대 등 멤버들의 또래뿐만 아니라 30~40대까지 호응하는 것을 보며 이런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보편성’ 확인하며 위로될 수도

전문가들은 자신이 타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5년 차 전문상담교사인 구모씨는 “집단상담의 치료적 요인에 ‘보편성’이라는 개념이 있다”며 “‘아버지들의 모임’ 등 같은 집단에 속한 내담자끼리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통점을 느끼면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3년째 전문상담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은정씨도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도 나와 비슷한 어려움과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치유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 학생은 이씨에게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감상을 전했다고 한다.

다만 이씨는 “(10대에게 파급력이 큰) 문화콘텐츠의 경우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마음건강에 대한 문제를)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과장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며 “현실 그대로를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씨도 “전문가의 판단 없이 온라인에서 접한 콘텐츠나 정보만으로 자신의 상황을 지나치게 심각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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