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에 유해? 큰금계국은 죄가 없다

박은영 2024. 5. 2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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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26일-27일차]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 금강은 흘러야 한다

[박은영 기자]

 
▲ 천막 앞에 핀 큰금계국 천막 주변 곳곳에 꽃을 피우고 있다
ⓒ 박은영
"저 꽃은 언제 피었대?"
천막농성장 앞 수풀사이로 큰금계국이 얼굴을 활짝 드러냈다. 노란 얼굴을 한 꽃들이 가는 길마다 하늘하늘거리며 인사한다. 한두리대교 아래 자전거도로 길 아래 한가득 피어있는 이 큰금계국은 국립생태원이 생태 유해성 2등급으로 지정한 고약한 식물이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여러해살이 다년초로 한 번 자리 잡으면 강하게 번식해 다른 식물들이 자리잡을 수 없다. 
 
 낙동강 해평습지(고아습지)에 엄청나게 퍼진 큰금계국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실 이 꽃은 4대강사업의 흔적이기도 하다. 강바닥을 6m로 파헤치고, 높게 쌓은 제방과 둔치에 씨를 뿌려 인공조성된 종이다. 번식력이 강하니 원래 우리 강에서 볼 수 있던 다양한 식생, 예를 들면 단양쑥부쟁이와 같은 토종식물들은 상대적으로 모습을 감추기도 했다. 하지만 큰금계국 자체가 유해하다고 해서 무조건 죽이고 없애야 하는걸까. 이런 사태를 초래한 건 인간이다. 꽃에게는 죄가 없다.   
자전거 행렬로 찾은 천막… 아이들과 어우러진 금강
 
▲ 강변에서 물수제비 대회 중 아빠와 아이들이 어우러져 물수제비 대회를 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천막 안에서 기사를 이쯤 써내려가자 하천부지로 내려오는 길이 떠들썩해진다.

"나 돌탑 쌓을래! 같이 가자!"

아이들이 천막농성장 앞 금강을 보자마자 외친 말이다. 지난 25일, 세종 해밀초등학교 아버지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천막농성장 앞 금강을 찾았다. 아빠와 아이들 30여명이 자전거를 타고 한두리대교까지 와서 금강변으로 내려왔다. 

"여기서 자는거예요?", "왜 그래요?"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질문을 쏟아냈다. 천막이 있게 된 과정을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임도훈 간사를 통해 듣자,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은 금강을 바라보며 간식을 먹자마자 물수제비 삼매경에 빠졌다. 이런 건 어른, 아이 할 것 없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물수제비 뜨는 자세를 자세히 알려준다.

"우선, 납작한 돌을 골라. 그 다음에 던질 때는 가급적 낮은 자세를 한 채 수면과 수평이 되게 힘껏 던지는거야."

한 아빠가 자기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자,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든다. 이게 바로 자연과 공존해 온 인간의 산 교육이 아닐까.  
 
▲ 강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 너나 할 것 없이 강변으로 뛰어가 물수제비를 던지고 돌탑을 쌓는 아이들이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아이들은 금강 곁에 서서 물수제비를 뜨고 돌탑을 쌓았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강의 모습이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강, 고라니와 오소리가 함께 사는 강을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래서 '물을 채워서 수상레저를 즐겨야 한다', '강을 개발해서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강이란 새들도 함께 사는, 흐르는 강이어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얻고 싶은 것… 생명이 넘치고 살아있는 금강 뿐  
 
▲ 고마나루 원상복구를 촉구하는 퍼포먼스 시민들과 걷은 펄을 환경부 앞에 전시하고 원상회복을 촉구하고 있는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활동가들
ⓒ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물떼새랑 말이 통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디에 얼마나 걷어놓으면 알을 낳을만한지 알려주면 그만큼 다 해놓을텐데…"

공주 고마나루 펄 걷기 행사 때 들었던 말이다. 

지난해 9월, 백제문화제 때 돛배를 띄우기 위해 공주보 수문을 한 달여 닫고, 다시 개방했을 때 고마나루는 온통 펄밭이었다. 우리는 시민들을 모아 그 펄을 손으로 걷어냈다. 고사리 손도 동원됐다. 쪼그리고 앉아 펄을 걷어내는 일은 그렇게 효율적이고, 즐거운 작업은 아니었다. 아직 마르지 않은 펄 냄새가 진동했고 아픈 허리에 비해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너무 넓었다.

그 때 그 펄을 함께 걷었던 이들이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찾아오고 있다. 세종보 재가동으로 다시금 생명이 학살당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고마나루의 경험을 통해 다짐했기 때문이리라.  

우리를 향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말과 '보조금'과 같이 이익을 취하려고 저렇게 행동한다는 말들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활동을 하는 환경단체들은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도, 20년이 넘도록 '게으른 비난'을 하는 이들. 모든 가치를 돈으로 치환하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최고의 반박 논리였다.  

하지만 우리는 세종보 재가동을 왜 중단하라고 하는지, 댐 건설이나 하천준설이 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지, 최소한 지금 정책이 잘 된 것인지 제대로 판단하려는 민주적 절차가 생략된 채 강행되는 세종보 재가동 계획을 알리기 위해 나선 것 뿐이다.
 
▲ 몸단장 하는 물떼새 ⓒ 박은영

"있다! 있다!"

물떼새들은 모래, 자갈과 비슷한 색이라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카메라 뷰파인더에 눈을 붙이고 한참 찾다보면 어느새 뭔가 움직이고 있다. 매일 아침 물떼새의 안전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본 흰목물떼새 한 쌍은 열심히 사냥을 한다. 부리로 몸단장도 하고 이쑤시개같은 다리로 머리를 긁는다. 그래서 그런지 깃이 아주 단정하고 예쁘다.

물떼새 한 마리도 지키지 못하고 귀한 줄 모르면 내 이웃, 동료, 약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킬 수 없다. 아이들에게 '그깟 새 한마리, 너에게 방해가 되면 수몰시켜라' 이렇게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물떼새 한 마리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세상을 보여줄 것인가. 선택은 우리만이 할 수 있다. 생명을 지키는 선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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