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 21대 국회 잘 싸웠는지 반성해야..."

이영광 2024. 5. 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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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311] MBC < PD수첩 > 유성은 PD

[이영광 기자]

 MBC <PD수첩>의 한 장면
ⓒ MBC
 
오는 29일로 제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된다. 21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표방했다. 그런 만큼 발의 건수도 많았다. 하지만 법안 통과율은 36.6%로 역대 가장 낮았다. 통과되지 못한 법 가운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발의된 법도 상당수 있었다. 21대는 일하는 국회였을까?

지난 21일 MBC < PD수첩 >에서는 '국민을 위한 국회는 없다-국회 보고서' 편이 방송되었다. 지난 4월 경남 거제에서 일어났던 교제 폭력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21대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에 대해 짚고 22대 당선자들 통해 기대를 담았다. 취재 이야기 들어보고자 해당 회차 연출한 유성은 PD를 지난 22일 서울 상암 MBC에서 만났다. 다음은 유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 방송을 끝낸 소회가 어때요?
"사실 이번에 집중했던 건 국회 얘기를 하되 사람들 실생활과 동떨어지지 않게 이야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란 부분이었어요. 근데 과연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방송이었어요. 앞에 일명 '도현이법'과 교제 폭력 입법 공백 사태에 관해서는 설명하기 쉬웠지만, 결국 국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길래 그런 법안들이 소외받는지 그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공감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 21대 국회 발의된 법안에 대해 살펴보셨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5월이 특별한 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년마다 찾아오는, 국회가 완전히 바뀌는 시기잖아요. 30일부터 새로운 국회가 열리는 기간이라, 새로운 국회를 준비하시는 분들과 국회 활동을 정리하시는 분들이 공존하는 달이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21대를 정리하고 22대 국회의 모습이 어떠해야 되는지를 정리하기에는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번 방송에서 어떤 법안에 대해 얘기할지를 선정한 기준이 있었을까요?
" 이번 국회가 국민들이 안전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에 어떤 역할을 했느냐를 한번 짚어보고 싶었어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이태원 참사도 겪고 세월호도 겪고 오송 참사도 겪었어요. 그리고 해결 과정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적 문제를 발견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과연 법 그리고 정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얼마나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고 책임감 있게 행동했느냐를 확인하고 싶어서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법안들을 짚어보게 됐어요."

국회 임기 4년 동안 2만5천 건 발의
 
 유성은 PD
ⓒ 이영광
 
- 21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의 비율이 전체 발의 법안 중 36.6%에 불과한데 꽤 낮은 수치였죠?
"신기한 게 전체 법안 발의된 숫자가 4년 동안 2만 5천여 건 정도 돼요. 어마어마한 숫자인데, 이 법안들을 과연 제대로 심사할 시간이나 있었을까 싶었어요. 그리고 무작위로 법이 발의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법안들을 선별하기 오히려 힘들 수도 있고 선택과 집중을 하기도 어려울 수 있죠. 발의는 많이 하는 시스템인데 처리하는 데 별로 공을 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법률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법안 처리가 36.6%로 굉장히 낮게 나왔죠.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2만 5천여 건이나 되는 발의된 법안들 다 처리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사실 법안 처리율이 낮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21대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하지도 않았고, 그 와중에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법안들에 주목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맨 처음 취재는 교제 폭력부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시작했었던 시점에는 교제 폭력이 이슈가 크게 되었던 시점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의대생 교제 살인 사건 때문에 언론에서 부각이 되었죠. 12월부터 시작해 매번 뉴스에 화제가 되는 교제 폭력 사건이 일어났었더라고요.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데 왜 이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아무런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은 걸까 싶어서 교제 폭력 사건부터 들여다봤습니다."

- 방송에 등장한 거제도 교제 폭력 사건은 어떤 사건이었나요.
"거제 폭력 사건은 만 19세인 효정씨가 잠을 자고 있는데, 비밀번호를 뚫고 들어온 전 남자친구였던 가해자에 의해 30여 분간 폭행을 당했고 뇌출혈로 입원했다가 사망한 사건이에요. 이 사건을 취재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가해자가 처음부터 구속 수사로 전환이 되지 않고 버섯이 거제 시내를 돌아다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많은 공분을 사기도 했고 저희도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었죠. 지금에서야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면서 40일 만에 구속되었는데요. 교제 폭력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인식이 얼마나 안일한지 드러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 경찰 신고가 11차례 있었다고 하던데, 경찰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해요. 동일인에 대한 신고가 11차례나 있었으면 경찰이 무언가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 않나요?
"맞아요. 아버님께서도 지적해 주셨던 부분들인데, 효정씨가 알고 보니 11번이나 경찰에 신고했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도 개입하거나 보호하지 못한 거예요. 교제 폭력에 대해 명확한 (입법적으로) 정의된 바도 없고 경찰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된다고 하는 지침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이걸 단순히 폭행으로 다루다 보니까, 처벌을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이게 쌍방 폭행인지 아닌지 부분에만 중점을 두고 처리를 하게 되고요. 결국 귀가조치 하고 방임하게 되는 상황까지 간 거죠. 이건 명백하게 교제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불의의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 교제 폭력 구속 수사율은 2.2%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낮은 것 같은데.
"구속률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건 대부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이에요. 폭행이 어마어마하게 심각한 수준으로 이르러서 상해가 되지 않는 이상 바로 구속하진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신고 건수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 오히려 구속률은 제자리 걸음을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 신고를 피해자가 했는데도 왜 처벌을 원하지 않을까요?
"관계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할 수 있어요. 신고하면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거나 상황 설명하다 보면 경찰이 '처벌을 원하십니까'라고 물어봐요. 그런데 이 사람이 나한테 언제 돌아와서 다시 폭행을 가할지 모르죠. 나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는 사람에게 (더욱 원한을 살 수 있으니) '난 저 사람의 처벌을 원해요'라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은거죠."

- 교제 폭력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쟁점 법안이 아니기 때문일까요?
"저는 그 부분이 주요했다고 판단했어요. 왜냐하면 교제 폭력 건수는 늘어나고 있고 19대, 20대, 21대 때 꾸준히 입법 시도와 노력이 있었어요. 그런데 상정은 되지만 발의안에 대해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요. 근데 현실적으로 국회에 발의되는 법안의 건수가 2만여 건 넘어가는 상황에서 모든 법률안을 다 통과시키기 위해 제대로 토의가 이루어지기는 힘든 구조예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여야가 서로의 가치 판단에 의해서 국민께 더 잘 보여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법안들에 대해서만 싸우게 돼요. 그러다가 상임위가 갑자기 멈추고 국회 회기 중에 갑자기 본회의도 갑자기 열리지 않게 됩니다. 이러다 보면 처리될 법안들이 당연히 멈춰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과정이 있죠. 그런 과정에서 이 교제 폭력 법안들도 소실됐다고 판단하는 거고 그 과정에서 살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희생당했다고 봅니다."

"더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유성은 PD
ⓒ 이영광
 
- 급발진 문제에 대해서도 나옵니다.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있었던 급발진 사고에 대해 사고 재현 시험을 피해자가 자비로 했나 봐요?
"맞아요. 도현이 아버님 같은 경우 이 사건 하나로 아들도 잃고 어머니는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죠. 때문에 이 상황의 억울함을 개인적으로라도 어떻게든 벗어야겠다는 의지가 정말 강하세요. 이번 시험 같은 경우에도 자비로 모든 것들을 다 해결하고 있어요."

- 이런 건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저희도 되게 그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짚어주고 싶었어요. 사실 이게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급발진 의심 사고 같은 경우 자동차의 기술을 한 개인이 알기 힘들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조사에서 자료를 제공하거나 급발진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이루어져야 해요.

이 사건의 경우 도현이 할머님은 이미 과실치사로 입건이 된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경찰은 거기에 대해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거든요. 사고가 나서 죽은 사람은 있는데 잘못한 사람은 어디에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하는 거거든요. 만약 할머니의 책임이 아니라고 경찰이 판단했다면, 당연히 제조사 측을 바라봐야 하죠. 근데 제조사 측에 대해서는 이 급발진 케이스에 대해서 명확하게 입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민사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고 결정하려고 하는 되게 안일하고 무책임한 자세를 보이는 거죠."

- 제조물 책임법을 개정해서 제조사가 제조물이 문제없다는 걸 입증하게 해야 한다는 건가요?
"제조물 책임법은 차량뿐만 아니라 상품 사용하다가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제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상태였다는 걸 입증하는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는 거예요. 자동차나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최첨단 기기들에 대해선 제조사의 적극적인 자료 공개가 필요해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아니면 하자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거죠. 그러니 자동차는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 둬야 한다는 게 개정안의 원래 취지죠."

- 21대 국회를 보면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 폐기되는 일이 반복되었죠. 대화와 타협은 사라졌고요.
"정치라는 영역이 되게 복잡한데, 우리는 흔히 싸우면 안 된다고 하잖아요. 근데 정치는 싸우는 거예요. 여기에서 문제는 치고받고 싸우라는 게 아니라 맞는 절차와 시스템을 갖고 정치라는 이 링 위에서 잘 싸우라는거거든요. 그렇다면 '21대 국회는 과연 잘 싸웠냐'는 부분에 있어서 조금 더 반성해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 1월 국민의힘을 탈당하며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권은희 전 의원과 22대 당선자 중 국민이 기대하는 조국, 이준석 당선자를 인터뷰했습니다. 어떠셨어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건 권은희 의원님이 홀가분한 느낌으로 인터뷰 해주셨던 점이에요. 3선이셨잖아요. 그동안 많이 지치셨던 모습이었는데 오히려 국회 밖에서 국회가 입법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채찍질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조국, 이준석 당선자 같은 경우 초선 당선자로서 소감을 묻고 22대 국회를 어떻게 바꿔 갈지를 물어봤어요. 두 분 다 되게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었어요. 근데 우려스러웠던 건 원내 소수 정당으로서 굉장히 파이팅이 넘치는 부분은 좋았는데 국민들이 열망하는 22대 국회의 모습이 협치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불안한 마음과 함께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사실 사람들은 정치가 얼마나 자기 삶에 많이 개입되어 있는지를 잘 몰라요. 먹고 살기 바쁘잖아요. 근데 사실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정치 영역에 의해서 영향을 받고 결국에는 사회를 바꾸는 건 정치거든요. 그 부분을 조금 더 이번에 더 많이 깨달았고 더 많은 사람이 알아서 더 많은 정치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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