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연봉 1억?...‘갓산직’ 채용 특화해 대박 낸 ‘고초대졸닷컴’ [신기방기 사업모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5.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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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산직.

신(God)도 부러워할 생산직을 뜻하는 신조어다. 요즘에는 생산기능직을 뽑는다는 ‘공고’가 뜨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다. 평균 직원 연봉 1억7000만원에 달하는 에쓰오일을 비롯해 포스코, 금호미쓰이화학, 에코프로 등 국내 대표 제조업체가 생산기능직 채용 때 애용하는 단골 플랫폼이 있다. ‘고초대졸닷컴’이다.

‘고초대졸’이란 고졸과 초대졸(전문대졸)을 합성한 단어로 공장 현장 근로를 선호하는 이들에 맞춤형 채용 정보를 제공한다. 에쓰오일 생산직 공채 때는 여타 채용 플랫폼 대비 약 3~4배 이상의 조회 수가 나왔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5개월 만에 앱 MAU(월 사용자 수)는 5월 기준 11만명, 생산기능직 취업 희망자의 이력서 등록 건수는 누적 기준 1만3000건을 넘겼다.

포항공대 휴학 중 창업한 박중우 대표.
창업자는 박중우 디플에이치알 대표.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를 3학년까지 다니다 휴학하고 다양한 창업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저출생, 인구 소멸 현상에 주목했다.

박 대표는 “수도권 집중 현상, 사무직·개발자 선호 트렌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안은 고졸, 전문대졸 취준생이 지역 공단에서 양질의 생산기능직에 취직해서 계속 현지에 둥지를 트는 것으로 봤다. 그런데 시장 조사를 해보니 이를 전문적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없다시피 했다. 고초대졸닷컴이 탄생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사명 디플에이치알은 ‘Deep thinking people’ 즉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았다.
최근에는 신한금융그룹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신한 퓨처스랩’에서 저출생 해결을 주제로 10번째 신규 스타트업을 뽑았는데 당당히 선발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더 자세한 얘기는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Q. 일반인도 알기 쉽게 사업 모델을 소개해달라.

고초대졸닷컴은 생산기능직 전문 채용 플랫폼이다. 말 그대로 구직자와 구인 기업을 연결해주는 채용 사이트다. 구직자들과 구인 기업이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찾을 수 있게 만들고 채용을 연계하고 있다. 채용 공고, 외국인 채용, 헤드헌팅(아웃소싱), 채용 브랜딩 등을 통해서 기업이 원하는 적합한 자격의 인재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 구직자에게도 이들이 원하는 기업의 분류를 세분화해 생산기능직 전문 이력서를 기반으로 기업에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12월 첫 서비스 후 5월 기준 MAU 11만명을 돌파한 고초대졸닷컴.
Q. MAU가 11만명이라고 하는데 실제 채용으로 이뤄지는 건수는 어느 정도인가.

약 400명의 지원자들이 실제로 채용까지 이뤄졌다. 이력서 작성, 지원하기 기능까지 탑재된 것이 지난해 12월임을 감안하면 5개월 만에 이룬 실적이다. 채용 실적은 매주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Q. 포스코, 에쓰오일 등 기업 고객은 어떤 점에서 고초대졸닷컴을 이용하는가.

채용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채용이 잘된다’다. 기업들이 고초대졸닷컴을 통해서 생산기능직 채용을 하게 되면 원하는 인재들이 많이 보고, 지원한다는 점을 좋아한다. 타 채용 플랫폼보다 유효 타깃 도달율이 3~4배 높다는 기업 회원이 많다. ‘원하는 타깃의 구직자들이 많이 보고, 많이 지원한다’는 입소문이 벌써부터 나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고초대졸닷컴을 통해 진행했던 에쓰오일의 경우 타 채용 플랫폼보다 약 3~4배 정도 높은 채용 결과를 기록했다. 생산기능직 채용 시장에서 2년 만에 인사 담당자들끼리 공유하는 플랫폼이 됐다. 그 결과 더 많은 제조업체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Q. 이 플랫폼을 만들면서 보람된 에피소드가 있다면.

고초대졸닷컴을 사용하는 기업이나 구직자의 만족스럽다는 후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된다. 고객들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출시 후 이력서 등록개수는 5월 기준 1만 3000개를 넘어섰다.
Q. 창업 후 위기는 없었나. 어떻게 극복했나.

당연히 있었다. 아무래도 대학 재학생 중심으로 경영진이 꾸려지다 보니 경험이 부족하다. 그래서 위기가 많았다. 프로덕트를 어떻게 만드는지, HR 문제는 어떻게 극복하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럴 때마다 내부 팀원, 외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꾸준히 소통하고 질문하면서 어떤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위기를 극복한 모든 방법은 ‘소통’이었다.

Q. 투자 유치나 상장 계획은.

약 두 자릿수 억원대 투자를 받았다. 아직 너무 초기의 기업이기에 상장 전략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지는 않지만 생산기능직 채용을 넘어선 새로운 스케일업 방향을 그려낸다면 그 이후에 상장에 대한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고 싶나.

생산기능직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가 되려 한다. 채용뿐 아니라 생산기능직 전용 대출, 출퇴근 버스 제공 등 금융·주거·교통·교육 측면에서 생산기능직 노동자가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더불어 시장 내 다양한 분야에서도 시장을 혁신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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