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흥미취재 | 나는 대한민국 ‘평균’일까?

2024. 5.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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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자산 6억원은 있어야 ‘보통사람’

대한민국 ‘보통사람’, 월평균 544만원 벌어 276만원 쓰고 105만원 저축
소득구간별 평균 보유 자산, 1억원대부터 11억원대까지 최대 7.2배 차이

대한민국의 ‘보통사람’은 평균적으로 어떻게 경제 생활을 하고 있을까? / 사진:getty images bank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김대범 씨. 배우자와 맞벌이하며 월평균 544만원의 가구소득을 얻고 있다. 월평균 소비액은 276만원으로 소득의 절반인 50.7%를 식비, 교통비, 공과금 등으로 지출한다. 보유 자산은 6억294만원. 그중 부동산이 4억8035만원으로 총자산의 80%를 차지하며, 1억201만원의 빚이 있어 매월 54만원씩 부채 상환 중이다. 저축(투자)액은 105만원으로 전년 대비 5만원이 는 데다, 가구소득도 전년 대비 23만원 늘어 생활 형편이 점차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에서 발표한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 2024’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보통사람’을 의인화하면 딱 김대범 씨의 모습이다. 맞벌이 가정의 소득과 지출, 부채와 저축, 보유 자산 등을 살펴봤을 때 ‘평균’이라는 의미다.

김대범 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둔 가정의 가장이다. 부부의 맞벌이 수입으로 월 평균 544만원의 수입이 생긴다. 전년 521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23만원(4.4%)을 더 번 셈이다. 하지만 대범 씨는 이전에 비해 생활이 더 쪼들리는 느낌이다. 왜일까? 소득이 늘어난 만큼 소비도 늘었기 때문이다. 대범 씨는 매월 소득의 절반(50.7%)에 해당하는 276만원을 쓴다. 전년 소비액(261만원)과 비교해보니 월 15만원씩을 더 쓴 금액이다. 사실 대범 씨는 소비항목이 대부분 식비, 주거비, 교통비, 공과금 등으로 전년과 같았으니 쓴 금액도 비슷하리라 여겼고, 소득이 는 만큼 저축을 늘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소비액이 늘자 당황했다.

원인은 소비 증가율에 있다. 전년 대비 소득이 4.4% 늘었다고는 하지만 물가상승 등에 의한 소비 지출도 5.7% 증가해 소득보다 소비 증가율이 더 커진 것. 체감상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엔 부채상환액이 늘어난 것도 한 몫했다. 2년 전에 이미 월평균 부채상환액이 7만원 증가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2만원이 늘어 2년 새 총 9만원을 더 지출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축(투자)액과 예비자금도 늘어 미래를 대비할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대범 씨의 저축(투자)액은 전년보다 5만원이 늘어 이번에 105만원이 됐다. 2년 전 103만원이었다가 작년엔 오히려 100만원으로 줄여야 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이 나아진 셈이다.

대한민국의 ‘보통사람’인 20~64세 경제활동가구의 2023년 월평균 가구총소득은 544만원이다. 이는 팬데믹 상황이 완화되기 시작한 2021년부터 매년 늘어난 수치다. 특히 2022년에는 2021년보다 5.7%인 28만원이 증가했는데, 신한은행 관계자는 “2016년 첫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발표 이래 처음으로 500만원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팬데믹 거치며 2년 새 가구소득 10% 늘어


주목할 만한 점은 가구소득구간별로 봤을 때 저소득층에서의 소득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가구소득구간이란 가구 총소득을 순서대로 20%씩 5개로 나눈 구간을 말한다. 1구간은 가구소득 하위 20%, 5구간은 가구소득 상위 20%로 구간이 올라갈수록 가구소득이 높아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가구소득구간의 월평균 총소득이 2021년부터 매년 늘었으나, 2022년과 2023년의 1년 사이 증가 양상에서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2022년에는 보통 때처럼 가구소득구간이 높을수록 소득이 많이 증가했다면, 2023년에는 저소득층인 1~2구간의 증가율이 높았다는 것. 1구간, 2구간의 월평균 총소득은 2022년보다 각각 6.6%, 4.7% 늘어난 반면 4구간, 5구간은 각각 4.1%, 4.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1구간의 소득 증가율이 5구간의 소득 증가율보다 커지면서 상·하위 20% 구간의 소득 격차가 소폭 줄어든 결과를 가져왔다.

구간별 소득을 살필 때 참고할 만한 지표가 또 하나 있다. ‘중위소득’이다. 중위소득이란 국민가구소득을 순서대로 나열할 때 중간에 위치한 소득을 일컫는다. 중위소득이 중요한 이유는 소득 양극화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소득분포의 중간값을 파악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중심으로 국민의 상대적인 소득분포도 알 수 있어 정부의 복지사업 지원대상 선정기준으로 ‘기준 중위소득’을 활용하기도 한다.

딱히 정의 내릴 수 없는 ‘중산층’을 통계낼 때도 유용하다. 대체적으로 중산층 가구 비중을 고려할 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을 따르는 사례가 많다. 이때 중위소득의 50% 미만을 빈곤층, 50~150%를 중산층, 150% 초과를 상류층으로 본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을 토대로 작성된 e-나라지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기준 중위소득(2023년)은 1인 가구 207.8만원 2인 가구 345.6만원 3인 가구 443.5만원 4인 가구 540.1만원 5인 가구 633.1만원 6인 가구 722.8만원이다. 현재 대한민국 평균 또는 중산층을 가려내기 위한 수많은 연구자료들 중엔 이 지표를 기준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보통사람 한 달 지출액은 평균 276만원


보통사람들의 월평균 소비액은 276만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 기타 소비를 제외한 모든 소비 항목의 지출이 2022년 수준을 유지하거나 증가했다. 주로 어디에 돈을 썼을까? 기본 생활비인 식비, 교통비, 통신비, 월세나 관리비, 공과금 지출이 전체 소비의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식비와 월세 지출이 크게 늘었다. 소비액 비중이 가장 큰 식비는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2023년에는 2022년보다 6만원 늘며 60만원을 넘어섰다. 원인은 물가 상승이다.

월세, 관리비, 공과금 등도 4만원 늘어 35만원을 지출했는데, 전기와 가스요금이 급격히 오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 13만~14만원을 유지하던 용돈은 3만원 늘어 17만원을 지출했는데, 고물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교통비, 통신비, 교육비, 의류비, 미용비, 모임 회비는 각각 1만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구간별 의식주 월평균 소비액은 얼마나 될까? 모든 구간에서 의식주 월 소비액이 2022년보다 증가했고, 소득이 낮을수록 증가폭이 컸다. 그중 가장 소비가 컸던 항목은 식비다. 1~2구간은 4만원, 3~5구간은 6만원 더 늘었는데, 이는 식재료나 외식비 등 먹거리 물가가 치솟은 영향으로 보인다. 주거비 또한 모든 소득구간에서 2만~5만원 늘었는데, 특이한 점은 월세 수요가 증가한 점이다. 최근 부동산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사기 불안으로 젊은 세대에서는 전세보다 월세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보통사람의 특성 중 하나로 지목된 월세 지출 상승은 결국 전세사기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과 공공요금 인상이 원인인 셈이다.


총자산의 80% 차지하는 부동산, 하락세


보통사람들의 보유 자산 현황에 변동이 생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인 2021년 이전까지만 해도 평균 5억1792만원으로 5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했으나, 이번에 6억294만원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6억원대를 돌파했다.

소득구간별 평균 보유 자산은 1구간 1억6130만원, 2구간 3억3391만원, 3구간 5억9370만원, 4구간 7억5883만원, 5구간 11억6699만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최근 2년간 가구소득 1~5구간 모두 평균 보유 자산이 증가했지만, 자산액 증가 규모는 2022년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1구간과 2구간은 각각 1291만원, 1582만원 늘었고, 2022년에 5000만원 이상 늘었던 3구간, 4구간, 5구간은 각각 2825만원, 3680만원, 4564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자산 증가폭이 완만해지면서 1~5구간의 자산 격차도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8.4배(9억1256만원)에서 점점 줄어 2023년 7.2배(10억569만원)로 감소했다.

보통사람의 보유 자산 종류와 비중은 어떻게 될까. 집계에 따르면 부동산 79.7%, 금융자산 13.6%, 기타자산 6.7%로 지난 3년간 유사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였다. 총자산의 약 80%를 차지하는 부동산 자산 규모는 2023년에 4억8035만원으로 2022년보다 1926만원 증가했다. 2022년에 전년 대비 11.4% 늘어난 반면, 2023년에는 4.2% 증가에 그치며 부동산 자산 상승세가 약화된 모양새다. 집값이 떨어지고,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지속적으로 발표되면서 부동산 인기가 사그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자산 역시 증가폭이 감소했다. 금융자산 규모는 2021년부터 꾸준히 늘어 2023년에 8000만원을 돌파했다. 2022년에는 전년보다 613만원, 2023년에는 418만원 증가하며 2년 새 약 1000만원 늘었다. 문제는 증가폭의 감소 현상이다. 2021년 41.8%였던 소득 내 저축 여력이 2022년에는 39.9%, 2023년에는 39.3%로 감소했다. 매년 소득이 늘었다고는 해도 고금리와 고물가로 소비 지출과 부채상환액이 늘면서 저축 여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투자 자산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금리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인한 투자시장 위축으로 공격적 투자보다 안정적 운용을 택하면서 금융자산이 크게 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4년 내 생활 형편 좋아질까 나빠질까?


대한민국의 보통사람들에게 ‘2024년 생활 형편이 좋아질까/나빠질까’를 물었다.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2024년 가계 생활 형편이 2023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년에도 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그에 대한 응답과 비교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비율은 비슷했지만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은 5.3%p 늘었다. 향후 1년 내 전망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보다 수출은 좋아지겠지만, 내수는 가계·기업 부채 부담 속에 크게 나아질 게 없다”고 말했다. 고금리, 소비 침체 등 생활에서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다만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별로 상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가구소득 1~4구간은 가계 형편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 비율보다 높았다. 반면 5구간은 나빠지기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비율이 약간 더 높아 다른 구간보다 상대적으로 가계 형편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생활 형편이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가구소득 구간별로 차이를 보였다. 생활 형편이 좋아질 것이라 예상한 이유는 가구 총소득 증가(1~3구간), 가계지출 및 부채 감소(4구간), 보유 자산 가치 상승(5구간)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경기 불황·물가 상승(1구간, 2구간, 5구간), 가계지출 및 부채 증가(3~4구간), 가구 총소득 감소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1구간, 2구간, 5구간에서 모두 지목한 경기 불황·물가 상승 항목은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고소득층에서도 힘든 상황을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park.se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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