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 3홈런' 유강남, 부진 탈출한 '80억 포수'

양형석 2024. 5.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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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5일 삼성전 동점홈런 포함 2안타2타점 폭발, 롯데 7-6 재역전승

[양형석 기자]

 롯데 유강남
ⓒ 연합뉴스
 
롯데가 치열한 접전 끝에 안방에서 삼성을 꺾고 시리즈의 균형을 맞췄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7대 6으로 승리했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한 접전 끝에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두며 전날의 5대 11 패배를 설욕한 롯데는 이날 kt 위즈에게 2대 5로 패한 키움 히어로즈를 제치고 하루 만에 탈꼴찌에 성공했다(19승2무28패). 

롯데는 시즌 첫 등판한 선발 김진욱이 4.1이닝 5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고 8회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구승민이 시즌 첫 승, 9회에 등판해 승리를 지킨 김원중이 열 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타선에서는 박승욱이 8회 결승홈런을 포함해 3안타 경기를 선보인 가운데 이 선수의 좋은 활약이 김태형 감독과 롯데팬들을 기쁘게 했다. 최근 6경기에서 8안타 3홈런 7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롯데의 안방마님 유강남이 그 주인공이다.

강민호 이적 후 무주공산이 된 안방

롯데는 지난 2017년까지 포수 포지션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양의지(두산 베어스)를 제외하면 리그 최고의 포수로 꼽히던 강민호(삼성)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 2년차 시즌이었던 2005년부터 롯데의 주전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강민호는 2017년까지 13년 동안 무려 1492경기에 출전하며 공수를 겸비한 거인군단 부동의 주전포수로 맹활약했다. 롯데는 강민호가 주전포수로 활약한 기간 동안 6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7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는 4년 80억 원을 받고 '영남라이벌' 삼성으로 이적했고 강민호의 대안을 마련해 두지 않았던 롯데는 길고도 깊은 포수난에 시달렸다. 주전으로 키워내는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포수자리에 갑작스런 구멍이 뚫린 롯데는 2018년부터 신예포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성장하길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강민호의 빈자리만 더 크게 느껴질 뿐이었다.

지금은 개명해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나균안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3순위로 입단했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포수자원이었다. 나균안은 강민호가 떠난 2018년과 2019년 롯데의 주전포수로 중용되면서 2년 동안 210경기에 출전했지만 400번이 넘는 타석에서 안타를 50개도 때려내지 못했다. 그렇게 나균안은 통산 타율 .123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2020년 투수로 전향했다.

나균안이 포수 자리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투수로 전향하자 롯데는 2020년 육성선수 출신의 우투좌타포수 김준태(kt)에게 기회를 줬다. 김준태는 .225로 썩 높은 타율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뛰어난 선구안으로 타율보다 1할 이상 높은 .344의 출루율을 기록했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투수리드도 점점 좋아졌다. 하지만 793이닝을 소화하면서 무려 64개의 도루를 허용(도루저지 12개), 15.8%의 낮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했고 2021년 kt로 트레이드됐다.

2021년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지시완에게 안방을 맡겼던 롯데는 2022년 프로 5년 차 신예 포수 정보근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정보근 역시 2022년 95경기에 출전해타율 .191 1홈런 15타점 8득점으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롯데의 '강민호 후계자 찾기'는 5년 연속 실패로 돌아갔고 안방부재에 시달린 롯데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한 번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4월 슬럼프 극복하고 타격감 회복

롯데가 포수내부육성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2022년 겨울, KBO리그 FA시장에는 포수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다. 롯데는 시장에 나온 4명의 포수 중에서 가장 젊은 유강남을 4년 80억 원에 영입했다. 물론 3할을 쳐본 적도, 20홈런 시즌을 만든 적도 없는 유강남에게 80억 원은 오버페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지난 5년 간 포수문제로 크게 고전했던 롯데에게 LG트윈스 시절 8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했던 유강남은 놓치기 아까운 인재였다.

유강남은 롯데 이적 첫 시즌이었던 작년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261 10홈런 55타점 45득점을 기록했다. 80억의 몸값을 자랑하는 FA 포수의 성적으로는 다소 아쉬웠지만 유강남 영입 첫 시즌부터 정보근과 손성빈 등 팀 내 유망주 포수들의 기량이 동반상승하는 효과도 있었다. 롯데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두산의 왕조시대를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고 김태형 감독은 올해도 포수고민 없이 시즌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하면서 포수로서 유강남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자동투구판독시스템 ABS의 도입으로 인해 심판의 눈을 속이는 프레이밍(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능력)이 무용지물이 됐고 리그 정상급 프레이밍을 자랑하던 유강남 역시 최대 장점을 잃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초반 타격 슬럼프까지 동시에 찾아온 유강남은 4월까지 타율 .122 무홈런 2타점으로 데뷔 후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그렇게 FA 영입 2년 만에 '먹튀'로 전락하는 듯 했던 유강남은 5월부터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지난 14일 kt전에서 뒤늦게 시즌 첫 홈런을 때린 유강남은 21일부터 23일까지 KIA타이거즈와의 주중 3연전에서 2개의 홈런을 작렬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25일 삼성과의 홈경기에서는 3회 좌전 적시타에 이어 5대 6으로 뒤진 8회에는 삼성의 셋업맨 김재윤을 상대로 동점 솔로포를 작렬하며 롯데의 7대 6 재역전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ABS 도입 이후 유강남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만 31세의 나이에도 통산 1187경기에 출전한 유강남의 풍부한 경험은 롯데의 젊은 포수들이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여기에 최근 6경기에서 타율 .364(22타수 8안타) 3홈런 7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좋은 타격감만 계속 유지한다면 유강남은 롯데의 주전포수로서 단단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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